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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카카오는 이용자 의견을 반영해 '친구' 탭을 개편 이전의 가나다순 전화번호부 형태로 되돌리기로 했다. 기존 피드형 게시물은 별도의 '소식' 메뉴에서 제공될 예정이다. 해당 개선안은 개발 일정을 고려해 올해 4분기 중 적용된다.
이번 개편은 카카오톡 출시 15년 만에 진행된 대규모 변화였다. 카카오톡은 메신저를 넘어 소셜 커뮤니티와 인공지능(AI)을 결합한 'AI 슈퍼앱'으로의 도약을 노렸지만 첫 시도부터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월평균 약 1340만 명이 프로필 업데이트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고 있어 이용자 니즈는 충분하다"며 "친구 탭을 '특별한 이유 없이도 빈번히 방문하는 콘텐츠 공간'으로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용자들이 가장 불편함을 호소한 부분은 첫 화면인 '친구 탭'이었다. 기존에는 이름·프로필·상태 메시지만 목록 형태로 확인할 수 있었지만 개편 후에는 프로필·배경사진 변경 내역까지 타임라인처럼 노출돼 원치 않는 정보까지 자동으로 접하게 됐다. 단순하고 직관적이었던 카카오톡 고유의 특징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잇따른 이유다.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은 '선택적 관계 맺기'가 가능해 피드 노출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팔로우한 사람의 소식만 확인할 수 있고 상대가 나를 팔로우하더라도 맞팔로우하지 않으면 상대의 업데이트를 보지 않을 수 있다. 전화번호를 연동하지 않으면 내 번호를 가진 상대가 나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찾기 어렵다. 여러 개의 이메일로 계정을 분리해 사생활을 보호할 수도 있다.
카카오톡은 '국민 메신저'라는 특수성이 있다. 일상적 소통뿐 아니라 업무용으로도 널리 쓰이기 때문에 선택적 관계 설정이 쉽지 않다. 전화번호만 등록하면 자동으로 친구 목록에 추가돼 직장 상사부터 과거 인연까지 모두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피드형 노출은 불필요한 정보 공유와 사생활 전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카카오톡 프로필 역시 인스타그램 게시물처럼 일상 전시의 성격이 아니라 지인들에게 '본인임을 알리는 표식'에 가깝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러한 맥락을 간과한 채 피드 기능을 도입한 것이 불만을 키웠다.
카카오는 그동안 메신저와 SNS 기능을 분리해 운영해왔다. 메신저 기능은 카카오톡, SNS 기능은 카카오스토리에서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인스타그램이 다이렉트 메시지(DM), 페이스북은 메신저를 같은 플랫폼 안에 두어 소통 기능을 확장한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이번 개편은 기존의 구분을 허물고 친구 탭을 인스타그램식 격자형 피드로 바꾸고 숏폼 탭을 신설하는 등 카카오톡 안에 SNS 기능을 강화했다. 메신저로서의 카카오톡에 익숙한 이용자 경험이 흔들리면서 반발이 더욱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카카오는 최근 몇 년간 업데이트된 프로필 보기, 펑 서비스, 추모 프로필 공감 기능 등 직접적인 대화가 아니더라도 친구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능을 꾸준히 추가해왔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는 이번 개편 배경에 대해 "이용자 불편을 해소하고 대화와 관계, 일상을 더욱 쾌적하게 만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