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이 지난달 30일 엔비디아가 주최한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서 엔비디아와 AI 협력을 강화한 신작을 공개하며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엔씨소프트와 엔비디아는 전략적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8월 독일 쾰른에서 열린 '엔비디아 게임스컴'(NVIDIA Gamescom) 행사에서 '신더시티'를 공개한데 이어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서도 엔비디아 GPU를 기반으로 한 신작을 선보였다. 2026년 출시 예정인 '신더시티'는 엔비디아의 최신 RTX 기술을 적용한 RTX 플래그십 타이틀이다. 오는 11월19일 출시되는 '아이온2' 역시 RTX 기술을 통해 실사에 가까운 그래픽을 적용했다. 배재현 빅파이어 게임즈 대표는 "신더시티는 엔비디아 첨단 기술을 적용해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많은 이용자가 함께 대규모 협력전(CO-OP)의 진수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래프톤 역시 엔비디아와 기술 협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 크래프톤은 엔비디아 AI 협업모델 CPC(Co-Playable Character)를 탑재한 'PUBG 앨라이'(PUBG Ally)를 공개했다. CPC는 크래프톤이 지난 1월 CES 2025에서 공개한 AI 기술로 엔비디아 에이스(ACE) 기반의 온디바이스 소형언어모델을 활용해 능동적으로 이용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 이강욱 크래프톤 AI 본부장은 "CPC는 파밍·교전·생존 중 어떤 행동을 취할지 스스로 판단하고 계획하며 상황에 따라 전략을 유연하게 수정하고 보완한다"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은 내년 1분기 배틀그라운드 '아케이드' 모드에서 펍지 앨라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처럼 게임사들이 엔비디아와 손잡는 이유는 엔비디아가 AI와 GPU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으로 글로벌 표준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어서다.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는 전날 세계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5조달러를 넘어섰다.
크래프톤·엔씨소프트, 게임업계 AI 우등생… 실적 효과 이어질까
엔씨소프트는 올해 초 AI 전문 자회사 'NC AI'를 분사해 AI 솔루션 사업에 진출했다. NC AI는 멀티모달 AI 모델 '바르코'(Varco)를 활용해 비게임 산업에도 AI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바르코 3D를 통해 2D 이미지를 3D 캐릭터로 생성하고 애니메이션 자동화 기술로 자연스러운 동작 구현이 가능하며 '사운드 팔레트' 기술로 게임 효과음과 캐릭터 음성을 자동 생성·변환할 수 있다.
크래프톤은 CPC 외에도 ▲언어모델(LM) ▲비전&애니메이션 ▲강화학습(RL) ▲음성 합성(TTS) ▲데이터 중심 AI 등 다양한 기술을 자체 개발 중이다. 지난 23일에는 사내 소통 프로그램에서 'AI First' 기업으로의 전환을 공식 선언하며 Agentic AI 기반의 워크플로우 자동화 및 인게임 AI 서비스 강화 전략을 본격화했다. AI 도입으로 확보한 시간과 리소스를 신작 개발 프로젝트에 재투자하고 AI 활용 역량과 창의적 도전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엔비디아와는 CPC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조이, PUBG 앨라이를 중심으로 지속적 협력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사는 국내 게임사 가운데 AI 전환을 선도하며 실적 개선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9% 증가한 3532억원으로 전망된다. AI 기술의 접목과 'PUBG 앨라이'를 비롯한 신규 콘텐츠 확장이 성장세를 견인할 것으로 분석된다.
엔씨소프트의 3분기 매출은 36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 하락이 예상된다. 개발 막바지에 들어선 '아이온2' 제작 비용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엔씨소프트는 올해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 2025'의 메인 스폰서로 나서 신작을 공개할 예정이며 창립 28주년을 맞아 사명을 'NC'로 변경하는 등 기업 재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어 실적 반등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