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원불교 인권위원회·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회와사회위원회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쿠팡 김범석 의장의 '직접 사과'와 정부의 '강제수사'를 촉구하는 4대종교 입장문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민지 기자

김범석 쿠팡 의장이 3370만명 개인정보 유출 사태 발생 한달만에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국회 청문회 불출석 사유서 제출 하루 뒤에 사과문을 발표해 진정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초기 '노출' 표현 사용, 최근 유출 규모 수치 축소, 국문·영문 설명자료의 뉘앙스 차이 등 쿠팡의 대응 방식이 지속해서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김 의장은 오는 30~31일 예정된 국회 5개 상임위원회 연석청문회에 지난 27일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사유는 '해외 체류 및 변경 불가능한 기존 일정'이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범석 등 불출석, 불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대한민국과 국민, 국회를 무시하고 우롱하는 행위"라고 일갈했다.

김 의장은 2010년 쿠팡 창립 이후 국정감사나 청문회 등 국회 호출에 단 한번도 응하지 않았다. 이번 사과문에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으나 정작 국회 소명 자리는 회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강한승 전 대표는 "사임한 지 7개월이 지나 증언할 위치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김 의장의 동생인 김유승 부사장은 "해외 비즈니스 일정"을 이유로 불출석을 통보했다.

3370만명→3300만명 수치 변경… 정부와도 엇박자

2021년 쿠팡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당시 쿠팡의 로고와 함께 태극기가 게양된 모습. /사진=쿠팡

쿠팡의 대응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들은 사건 발생 한달이 지난 시점의 사과는 '골든타임'을 놓쳤으며, 그럼에도 사과문에 구체적인 신규 대책이나 실질 보상안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유출 규모 표기도 논란이다. 사태 초기 '유출'을 '노출'로 표기하거나 당초 3370만건으로 알려진 유출 규모를 최근 자료에서 3300만건으로 표기하는 등 사안을 축소하려 한다는 의혹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의 소통 과정에서도 이견이 노출됐다. 쿠팡은 "정부와 긴밀히 공조했다"며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즉각 "민관합동조사단에 의해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26일 배포된 설명자료의 국문본과 영문본의 표현 차이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국문 성명에서 이번 사태로 인한 우려를 '불필요한 불안감'이라고 표현했으나, 미국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한 영문본에서는 '잘못된 불안감'(false insecurity), 비판 여론에 대해서는 '잘못된 비난'(falsely accused)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정부와의 관계 서술도 달랐다. 국문본은 "쿠팡은 정부와 만나 협력하기로 약속했다"며 쿠팡의 협조적 태도를 강조했지만, 영문본은 "정부가 쿠팡에 접촉해 협조를 요구했다'(Government approached Coupang)"며 정부가 먼저 압박했다는 식으로 기술했다.

국내와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한 메시지에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