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는 가야의 찬란한 역사를 품고 있다. 사진은 국립김해박물관에 전시된 금동관. /사진=한국관광공사

아득한 옛날 구지봉에 오른 이들이 구지가를 부르자 하늘에서 내려온 황금빛 알 6개 중 첫번째 알에서 태어난 수로왕이 가락국을 세웠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이야기의 무대인 김해는 지금까지 찬란한 철기문화가 꽃피었던 가야의 역사를 품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고대 왕국의 황금빛 이야기와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김해 여행지 4곳을 소개한다.

국립김해박물관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여의 문화유산을 집대성한 고고학 중심 전문 박물관이다. /사진=한국관광공사

가야의 건국설화가 깃든 구지봉 기슭에 자리한 고고학 중심의 전문 박물관으로 가야의 문화유산을 집대성하기 위해 개관했다. 가야의 문화재와 더불어 부산·경남 지역 선사시대의 문화상과 가야의 성장 기반이 된 변한(弁韓)의 문화유산을 전시하고 있다. 2026년 2월22일까지 가야 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 2주년을 기념한 특별전 '시간의 공존'이 진행된다.

금관가야 유물이 총망라된 전시실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곳은 장신구 전시 공간이다. 수정과 호박 같은 보석은 물론, 유리로 만든 목걸이와 금과 은으로 장식한 귀걸이, 팔찌, 허리띠가 가야의 멋을 뽐낸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보물 '금동관'이다. 나뭇가지 모양을 닮은 가야 금동관은 구리에 얇게 금을 입힌 형태로 은은하게 빛나는 모습이 가야 문화의 섬세한 매력을 돋보이게 한다.

대성동고분박물관

대성동고분박물관은 금관가야 최고 지배층들의 무덤에서 발굴된 유물과 자료들을 볼 수 있다./사진=한국관광공사

금관가야 최고 지배층들의 무덤 유적인 대성동고분군에서 발굴된 유물과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유물을 상설 전시하는 주 전시관과 대형 무덤 2기를 발굴 당시의 모습으로 야외에 전시한 노출전시관, 기획 전시와 교육을 시행하는 기획전시관으로 구성됐다.


박물관에서는 무덤, 토기, 장신구 외에도 가야의 철 가공 실력을 엿볼 수 있는 독특한 형태의 무기들도 만나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흥미로운 것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인공 '미라'가 사용하는 곡선형 무기의 모티브인 '가야 곡도'다. 29호, 39호 목곽묘를 발굴 당시의 상태로 복원해 전시한 야외전시관 관람도 추천한다.

김해 한글박물관

김해 한글박물관에서는 훈민정음으로 쓰인 최초의 작품 용비어천가를 테마로 한 전시가 진행된다. /사진=한국관광공사

한글 연구에 큰 발자취를 남긴 김해 출신 한글학자 이윤재 선생과 허웅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한글문화와 역사를 재조명하는 공간이다. 훈민정음으로 쓰인 최초의 작품 '용비어천가'를 테마로 한 특별 전시를 만나볼 수 있다.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최초로 반영한 '조선어 사전' 등 한글 관련 유산들도 살펴볼 수 있다.

허 선생의 집필 공간을 재현한 전시실에서는 서가에 꽂힌 한글 및 세종대왕 관련 서적을 골라 읽을 수 있다. 김해 장유지역의 만세운동을 주도한 유학자 김승태의 어머니가 쓴 '김승태만세운동가'도 전시돼 있다. 박물관 뒤편에는 이 선생의 동상을 비롯해 한글 형태의 조형물로 꾸며진 한글문화공원이 조성돼 있어 함께 둘러보는 것이 좋다.

복합문화공간 명월

복합문화공간 명월의 야외 정원은 가야 토기와 수상가옥을 재현해뒀다. /사진=한국관광공사

김해 한옥체험관에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2층짜리 한옥 건물과 8개의 물웅덩이가 멋진 경관을 선사한다. 1층에는 카페와 지역 작가들의 수공예 전시 공간이, 2층에는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카페에서는 명월, 수로왕, 허황후 등 가야의 서사를 담은 대표 음료와 다양한 커피, 차를 판매하고 있다.

야외 수정원에는 작은 바늘구멍을 통해 미세한 물안개가 분사되는 쿨링포그가 설치돼 마치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듯한 풍경을 연출한다. 정원 곳곳에 재현된 가야의 토기와 수상가옥은 한옥의 고즈넉함 속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올해 말까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저녁 7시에 왕릉길 음악산책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아름다운 명월 정원을 배경으로 다양한 버스킹 공연을 즐기면서 일상이 예술이 되는 순간을 만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