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이 올해 들어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주가가 좀처럼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1~3분기 누적 영업이익 이 창사 이래 최대치를 갈아치웠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 정도 실적이면 오를 때도 됐다"는 투자자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예상치를 다소 밑돈 실적과 무배당 기조를 고수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크래프톤의 올해 1~3분기 누적 연결 매출은 2조4069억원,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519억원을 냈다. 영업이익은 창사 후 처음으로 3분기 만에 누적 1조원을 돌파했다. 기존 히트작 '배틀그라운드'(배그)의 안정적인 매출과 더불어 인도 시장에서의 흥행이 주효했다.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치는 여전히 길을 헤매는 중이다. 크래프톤 주가는 지난 8월27일 종가 33만9000원을 기록한 이후 줄곧 계단식 하락 흐름을 보였다. 9월25일에는 29만9500원으로 거래를 마감해 30만원선을 내줬고 10월20일에는 28만8000원까지 떨어졌다. 지난 4일 실적 발표 이후에도 하락은 멈추지 않았다. 발표 다음 날인 5일 종가는 26만3000원, 6일에는 26만3500원, 7일엔 25만8000원으로 내려가며 투자자들의 부담을 키웠다.
3분기 영업이익이 3490억원으로 증권가 컨센서스(3660억원)를 다소 밑돈 점 역시 투자 심리를 자극한 요소로 지목된다. 시장 기대치에는 못 미쳤다는 평가가 주가 약세와 맞물린 모습이다. 비용 증가 역시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매출 성장이 견조하고 주가 하락에 따른 주식 보상비도 감소했지만 신작 개발과 관련된 외주 용역비와 PC 부문 매출 비중이 상승하면서 오른 앱 수수료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하회했다"고 봤다.
특정 IP(지식재산권) 의존도가 높아 변동성이 크다는 우려도 발목을 잡는다. 배그의 글로벌 성공이 실적을 지지하고 있지만 원IP 리스크는 언제까지 좌시할 수 없는 구조다. 크래프톤은 배그의 프랜차이즈화 전략으로 수익성을 올리고 있지만 수명이 다하기 전에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이 중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이에 신규 프랜차이즈 IP 발굴을 지속하면서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에도 힘을 쏟는다. 개발팀을 영입하고 신규 프로젝트 총 11개를 가동 중이다. 특화 제작 역량을 강화해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도전으로 IP 라인업을 넓혀갈 예정이다.
미흡한 주주환원 정책도 고민거리다. 크래프톤은 배당을 시행하지 않는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실적이 좋아도 현금흐름이 주주에게 돌아오지 않는 구조는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크래프톤 이익잉여금은 5조2896억원에 이른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만 치중돼 있는 환원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수익이 이렇게 많이 나는데 주가가 답보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회사의 전향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