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청사진이 실현될 때 기업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 회사 성장세를 예측해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고 성과에 대한 투자 보상 기대감도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 에이비엘바이오가 주식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12일 공시를 통해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 릴리와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B 관련 총 3조8072억원 규모 기술이전 계약 소식을 알렸다. 지난 4월 영국 GSK에 4조1104억원 규모 그랩바디-B 기술이전 이후 조단위 계약을 다시 따내는 성과를 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GSK 기술이전 계약 후 온라인 간담회에서 "지속적인 기술이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 내용을 지키는 모습이다.
반복된 기술이전 성과에 대한 시장 반응도 뜨거웠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12일 12만6700원(이하 종가 기준)을 기록, 전 거래일(9만7500원) 대비 30.0% 상승했다. 상승세는 다음 날까지 이어지며 16만3000원(전 거래일 대비 29.0% 상승)으로 거래를 마쳤다. 연초(1월2일) 2만9750원과 비교하면 주가 상승률은 447.9%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반도체와 '조방원'(조선·방산·원전)에 집중됐던 투자심리가 바이오로 옮겨갈 것이란 기대감마저 나왔다.
에이비엘바이오가 주주 신뢰를 강화한 가운데 셀트리온은 반대 상황에 직면했다. 소액주주들이 임시 주주총회 소집 등 단체행동을 예고하며 경영진을 몰아세우고 있는 것. 소액주주들은 셀트리온 주가가 수년째 박스권에 머무는 원인으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제시한 목표와 실적 간 괴리를 꼽았다. "허언에 가까운 가이던스가 공매도 세력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게 셀트리온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 주장이다.
서 회장은 당초 올해 셀트리온 연 매출 목표를 5조원으로 잡았으나 지난 7월 간담회에서 목표치를 4조5000억원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의 올해 매출 목표치는 1조→7000억→3500억원 등으로 낮췄다. 유통구조 판단 착오 등이 이유였다. 서 회장은 지난 5월 간담회에서 "경험이 미숙해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 투자자들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흔히 바이오산업은 믿음을 바탕으로 성장한다고 말한다. 미래 성과에 기대를 거는 경향이 많아서다. 사업 목표가 실현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면 투자자들의 신뢰는 저하되기 마련이다. 셀트리온이 주주들의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끝까지 이행하는 모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