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한미 관세협상에 따라 추진되는 대미 3500억달러(약 500조원) 투자의 전략적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사진은 허영 더불어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운데)와 문금주, 백승아 원내부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한미 전략적 투자관리를 위한 특별법안을 제출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한미 관세협상에 따라 추진되는 대미 3500억달러(약 500조원) 투자의 전략적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정부는 자동차·부품 관세 인하(25%→15%)를 지난 1일자로 소급 적용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게 됐다. 향후 미국이 연방관보에 양해각서 내용을 게재하면 그 즉시 소급 인하가 적용될 전망이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원내대표는 이날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 14일 양국 정부가 서명한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 이행을 위한 후속 절차로 ▲전략적 투자 추진체계와 절차 ▲한미전략투자기금 설치 ▲한미전략투자공사의 한시적 설립 등을 담고 있다.


특별법은 한미 양국의 전략적 투자 의사결정을 이원화시켰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운영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사업관리위원회를 각각 설치하도록 중층적 구조로 설계했다.

미국 투자위원회가 투자 후보를 제안하면 사업관리위원회가 먼저 상업성·전략성·법적 요소를 검토한 뒤 운영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한다. 이후 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산업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한미 협의위원회를 통해 미국 측과 협의가 이뤄진다.

한미 협의위 협의 후 미국 투자위원회가 미국 대통령에게 투자처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를 선정하면 운영위원회는 최종적으로 투자자금 집행 여부를 심의·의결한다. 사업관리위원회가 사업을 자체 발굴하는 경우에도 동일한 절차를 따른다.


특별법은 MOU에 포함된 안전장치를 준수하도록 법률에 명시했다. 안전장치에는 ▲연간 200억달러 송금 한도 내에서의 사업금 집행 ▲외환시장 불안 우려 시 집행 규모와 시점 조정 ▲상업적 합리성 확보 ▲국내법과의 상충 여부 검토 ▲한국 기업 선정 협의 ▲미국 정부의 지원 사항 협의 ▲20년 내 회수가 어려운 사업의 현금흐름 배분 비율 조정 협의 등이 포함됐다.

특별법에는 전략적 투자 재원을 관리하기 위한 '한미전략투자기금' 설치도 포함됐다. 기금은 외환보유액 운용수익, 해외 정부보증채권 발행 등을 통해 조성되며 대미 투자와 조선 협력투자 금융지원 등에 활용된다.

기금을 운용할 '한미전략투자공사'는 법정자본금 3조원 규모로 설립돼 최대 20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공사의 업무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한국투자공사 등 기존 정책금융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해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공사는 투명한 기금 관리를 위해 연 1회 이상 국회에 보고해야 하며 운영위원회는 공사에 대한 감독 권한을 갖는다.

산업부는 법안 발의 직후 장관 명의 서한을 미국 상무장관에게 전달하며 관세 인하 조치를 포함한 MOU 내용을 연방관보에 조속히 게재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측이 관보 게재를 완료하면 자동차 관세는 지난 1일자로 25%에서 15%로 소급 적용된다.

김 원내대표는 "이번 특별법안은 양국 MOU의 단순한 이행 조치를 넘어선 국익 특별법"이라며 "관세협상 외교 성과를 경제 성과로 확산시키기 위해 국회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역시 국회 심사 과정에서 법안이 국익에 부합하도록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전날 당정은 'APEC 성과확산 및 한미관세협상 후속지원위원회' 1차 회의를 열고, 후속 지원 과제 발굴과 지원 방안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특별법이 발의된 이후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기재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민의힘은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