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년이 지나 후암동 골목이 대형 아파트단지로 탈바꿈하게 되면 최근 고덕아르테온(총 4066가구·2020년 입주) 사태와 같은 '공공보행통로' 개방 논란이 예상된다.
초등학교 등교 시간은 10분에서 30~40분으로 늘어나고 주민들과 관광객은 아파트 밖의 먼길을 빙 돌아서 가야하는 불편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아파트의 공공보행통로 논란은 한쪽 말만 들어선 시비를 가리기가 쉽지 않다. 보행자의 입장에서 보면 아파트 입주자들의 이기심으로 보이는 게 당연하겠지만 최근에 밝혀진 일부 사례에선 이용자가 원인을 제공한 측면도 있다.
아르테온 사태만 봐도, 이웃 아파트의 중고생들이 시설물 파손 행위를 사과하지 않거나 비거주민이 공공보행통로에서 발생한 부상에 대해 보험금을 청구한 사건 등이 쌓이면서 결국 '통행 금지'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입주자들의 주장이다.
그럼에도 법의 취지나 공공복리의 목적을 따져볼 때 통행 금지는 매우 극단적이면서 사회 전체가 받아들이기 힘든 조치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건축법은 공공보행통로 지정을 재건축의 인허가 조건으로 정한다. 이에 합의하지 않으면 단지를 분리 재건축해야 한다. 분리 재건축은 아파트의 가격 가치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대부분의 정비사업 조합들은 공공보행통로 지정에 합의하고 통합 재건축을 선택한다.
고덕아르테온 소유자의 일부는 이번 논란 후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 비율) 상승 이익이 없었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재건축 인허가 자체가 제도 혜택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헌법 제23조도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반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한다.
강동구청 도시관리국 공동주택과는 해당 민원에 대해 '고덕아르테온의 공공보행통로는 지구단위계획 시행지침에 따라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24시간 개방 운영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고덕아르테온 입주자대표회의는 논란 초기 킥보드와 자건거 등에 대해 제한된 통행 금지를 조치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사태는 다음에 보행자 규제로, 그리고 아파트 이기주의라는 사회 문제로 커질 것이 우려된다.
2024년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래미안 원베일리(총 2990가구·2023년 입주)에서는 단지 내 시설에 외부인의 출입이 늘자 입주자들이 보행자의 스마트폰 촬영 내역을 검사해 사회에 충격을 줬다.
공공보행통로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아파트 관리주체에 보상 책임을 묻는 행위에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을 법에 앞서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은 단지 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길을 걷다 부딪친 상대가 스마트폰을 떨어뜨렸다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건도 흔히 일어나는 사회다. 빠른 경제 성장의 이면에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이 아닐까.
앞으로 서울에서 정비사업 아파트가 늘어나는 상황을 예상한다면 공공보행로 논쟁을 종결할 수 있는 강력한 행정지도가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