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지난 10월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출석한 모습. /사진=뉴스1

법원이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를 추진하기 위해 체결한 경영협력계약의 세부 내용 공개를 명령한 가운데 과거 제기됐던 의혹이 재주목받고 있다. 영풍이 MBK에 고려아연 주식을 헐값에 살 권리를 줬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영풍 주주인 KZ정밀이 영풍 이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문서제출명령 신청을 인용했다. 대상 문서는 영풍과 장형진 영풍 고문, MBK 소유 법인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지난해 9월13일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체결한 경영협력계약이다.


법원이 공개를 명한 경영협력계약은 과거 여러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영풍이 고려아연 주식의 일부를 MBK에만 특정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내용을 계약서에 담은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영풍 입장에서 고려아연 주식은 현금흐름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영풍은 매년 고려아연으로부터 1000억원 안팎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해당 배당금은 계속된 적자에 시달리는 영풍이 사업을 이어가는 데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이러한 자산의 일부를 의혹대로 헐값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면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영풍과 MBK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자료를 보면 영풍은 지난해 9월12일 자사가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 일부를 MBK가 살 수 있도록 '콜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행사 기간은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를 완료하는 날로부터 2년이 경과한 날과 고려아연 이사회 과반을 영풍과 MBK 측이 차지하는 날 가운데 빠른 날부터로 정했다.


문제는 콜옵션 행사 가격을 공시 자료에서 밝히지 않은 거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영풍의 가격 조정 또는 MBK 공개매수 가격의 연동 가능성 등 여러 추측이 이어졌다.

이러한 의혹 속 영풍과 MBK 측은 강한 반박의 입장을 밝혔지만, 콜옵션 가격을 결국 밝히지 않으면서 잡음이 지속되고 있다. 지금의 논란에 관한 실체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에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한 KZ정밀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영풍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고려아연 주식을 MBK파트너스에 얼마에, 어떤 방식으로 넘기는 지 시장과 주주의 의혹이 명백히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장형진 고문을 비롯해 주요 의사결정권자와 경영진은 주주대표소송과 손해배상 등에서 큰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