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코리아

코스닥 상장사 협진의 연이은 기업 인수 과정에서 '무자본 M&A'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적자회사를 인수하면서 인수자금을 인수 대상 회사가 직접 조달하거나, CB(전환사채) 매각과 부동산 담보 등을 활용해 실제 자금 부담 없이 지배력만 강화하는 거래 구조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씨아이테크는 3년간 적자를 기록한 자회사 앤로보틱스를 계열사 협진에 매각을 추진 중이다. 앤로보틱스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회사다.


문제는 230억원 규모의 인수자금 마련 방식이다. 협진은 앤로보틱스 인수를 위해 150억원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는데, 납입인이 매도자인 씨아이테크다. 결국 씨아이테크는 적자회사를 매각하면서 오히려 협진에 대한 지배력을 24.8%에서 43%로 강화하는 결과를 얻었다.

협진은 앤로보틱스 인수 후 오는 15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사명을 앤로보틱스로 변경하고 로봇사업을 신사업으로 추가할 예정이다. 이러한 소식에 협진 주가는 지난 2일과 5일 두 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매도자가 직접 인수자금을 대주면서 오히려 지배력을 확대하는 구조는 전형적인 무자본 M&A 방식"이라며 "실질적인 자금 부담 없이 상장사를 활용해 사업 확장과 지배 구조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CB 매각·부동산 담보로 광무 지분 확보… 플루토스 재등장

협진의 무자본 인수 의혹은 광무 지분 확보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11월 협진은 한스루체 외 3인이 보유한 광무 지분을 협진의 6회차 CB(20억원) 추가발행과 5회차 CB(20억원) 매도로 대신했다. 현금 대신 CB를 활용해 지분을 확보한 것이다.

같은 달 협진은 골든밸류 제5호 신기술조합(플루토스 99.9% 출자)이 보유한 광무 지분을 152억원에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협진은 보유 부동산을 담보로 100억원을 대납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플루토스의 재등장이다. 오는 2월 플루토스 뉴노멀 제2호 신기술조합이 협진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50억원을 납입할 예정인데, 해당 조합에는 플루토스가 참여하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CB 발행과 부동산 담보로 지분을 확보하고, 다시 같은 주체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구조는 실제 현금 유입 없이 장부상으로만 거래가 이뤄지는 것처럼 보인다"고 우려했다.

아이알홀딩스도 CB 매각 후 유증 참여 예정

아이알홀딩스 역시 유사한 거래 패턴을 보인다. 아이알홀딩스는 지난해 11월 보유하던 협진의 7회차 CB(100억원)를 엑스큐어에 매각했다. 이후 오는 2월 협진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50억원을 납입할 계획이다.

앞서 머니S가 보도한 바와 같이, 엑스큐어가 인수한 협진 7회차 CB 100억원에는 아이알홀딩스가 원할 경우 최대 50억원까지 다시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이 설정돼 있다. 이는 엑스큐어 입장에서는 최악의 경우 50억원 손실이 예상되는 불리한 구조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련의 거래 구조를 보면 실제 현금 유입 없이 CB 발행, 매각, 재투자가 순환하는 구조"라며 "상장사 자금이 특정 목적이 아닌 복잡한 지배구조 강화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가 급등 속 투자자 보호 장치는 미흡

협진의 주가는 앤로보틱스 인수 소식과 함께 급등했지만, 실제 사업성과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앤로보틱스는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회사이며, 협진은 이를 인수하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기존 주주 지분 희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무자본 M&A는 대주주가 실제 자금 부담 없이 지배력을 강화하는 반면, 일반 투자자들은 유상증자로 인한 지분 희석과 부실 자산 편입에 따른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며 "주가가 급등하고 있지만 실체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본지에서는 협진과 엑스큐어 등에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