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 정부의 쿠팡 규제 대응을 문제 삼아 45일 안에 무역법 301조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되면서 한·미 간 통상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쿠팡의 미국 투자사들(벤처캐피털)이 한국 정부의 규제에 반발해 미 무역대표부(USTR)에 조사를 요청한 가운데 USTR이 향후 45일 안에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무역법 301조' 조사가 현실화하면 한·미 통상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투자사들이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의 90일 협의 기간까지 겹치면서 한국 정부의 대응 부담은 한층 커지게 됐다.

23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쿠팡의 미국 투자사인 '그린옥스'와 '알티미터'가 한국 정부의 개인정보 유출 규제 조치에 반발해 22일(현지시간)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쿠팡의 3370만건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한국 정부가 진행한 조사가 '차별적·징벌적' '한미 FTA를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로 인해 쿠팡 주가 27% 하락해 수십억달러 규모의 손해가 발생했다며 의향서 제출 90일 뒤 정식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USTR에는 한국 정부에 대한 조사와 관세 부과 등 무역 제재 조치를 취해줄 것을 함께 요청했다.

미국 투자사들이 요청한 조사는 '무역법 301조'를 뜻하는 것으로 미국이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행위를 제재할 때 사용하는 대표적 강경 카드다. 조사가 착수될 경우 한국의 전자·자동차·철강 등 주요 수출 산업이 관세 인상·수입 제한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미국 정치·경제 전문 매체 악시오스 등은 미국 벤처캐피털이 외국 정부를 직접 상대로 문제를 제기한 사례가 드물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번 분쟁이 단순한 기업 이슈를 넘어 외교·통상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을 분석하고 있다. 반도체·배터리 등 양국 간 핵심 산업 협력은 물론 외국인 투자 심리에도 파급 효과를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국제투자분쟁대응단을 중심으로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 45일과 90일이라는 두개의 시한이 동시에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정교한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향후 한·미 양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민감한 시기에 한국 정부가 어떤 외교·통상적 해법을 제시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