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안쓰면 '신경' 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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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세의 회사원 박모씨는 3주 전부터 왼쪽 4·5번째 손가락 끝이 저리기 시작했다. 어디에 부딪쳐 다친 것도 아닌데 팔꿈치를 심하게 부딪혔을 때 전해오는 저린 느낌이 주기적으로 나타났다. 처음에는 팔을 사용하지 않으면 통증이 호전돼 곧 낫겠거니 생각했지만 최근 연말 야근으로 오랜 시간 컴퓨터를 사용하자 저린 증상이 더 심해졌다. 심지어 주먹에 힘이 없어지고 물건을 잡기도 힘들 만큼 팔꿈치부터 손가락 마디 끝까지 저린감과 통증이 느껴졌다. 컴퓨터 작업이 힘들 정도로 저린감이 심해져 더 이상 통증을 참지 못하고 병원을 찾은 박씨는 MRI와 근전도 검사를 통해 ‘척골신경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손이 저리거나 손목의 힘이 빠져 물건을 떨어뜨리는 증상은 흔히 여성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손이 저리면서 나타나는 통증 때문에 물건을 떨어뜨리는 남성이 부쩍 늘고 있다. 이런 남성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증세는 손가락의 저림. 손이 저리고 팔에 힘이 빠지는 증세는 목 디스크와 유사하다. 하지만 이렇게 남성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저린 증세는 ‘척골신경증후군’인 경우가 많다.

신경 안쓰면 '신경' 탈난다

발병률, 남성이 여성보다 3배 높아

척골신경증후군이란 팔꿈치 관절 안쪽, 인대로 둘러싸인 터널의 내부를 통과하는 척골신경이라는 곳이 팔꿈치 부분의 심한 충격이나 반복적인 운동 또는 팔꿈치 신경 주변에 생긴 관절염, 물혹 등으로 인해 압박되면서 발생하곤 한다.

특히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3배 정도 높게 발생한다. 상체에서 발생하는 말초신경압박증후군 중 손목신경이 눌려 발생하는 손목터널증후군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척골신경증후군은 장시간 팔꿈치를 구부리고 턱을 괴거나 잠을 잘 때 팔베개를 하고 자는 습관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서 자주 목격된다.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경우, 요리사·운동선수·주부처럼 팔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많이 발생될 수 있다. 따라서 평소 올바른 습관을 들이고 장시간 작업이 불가피할 경우엔 중간중간 충분히 팔을 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목 디스크 등으로 오해하기 쉬워

척골신경증후군은 주로 새끼손가락이나 약지 손가락 쪽에 저린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척골신경이 담당하는 부위가 4·5번째 손가락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밀한 검사를 하지 않으면 디스크 등 다른 질환으로 오해하기 쉽다.

일반적으로 팔꿈치 안쪽에서부터 약지와 새끼손가락까지 이어지는 통증이 발생하며, 증상이 심할 경우 손가락 사이의 근육이 마르고 갈퀴모양으로 손가락이 구부러지기도 한다.

증상을 방치한 채 치료하지 않고 심한 작업을 계속할 경우 손아귀의 힘이 현저하게 줄어들어 옷의 단추를 채우거나 물건을 잡기도 힘들 만큼 실생활을 하는 데 불편을 겪게 된다. 유사한 증상이 보일 경우 신경외과를 방문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손가락 저림 증상만으로는 목 디스크에 의한 것인지 척골신경증후군인지 명확히 판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정확한 병명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증상을 살펴보고 각종 신체검진을 해봐야 한다. 특히 경추 MRI검사를 통해 실제로 목 부위에서 디스크가 돌출돼 신경을 압박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이것만으로 진단이 어렵다면 근전도 검사 등을 추가로 시행하면 확실히 판단할 수 있다.

생활방식 개선으로 호전…증상 심하면 수술

척골신경증후군은 잘못된 자세, 반복적인 운동 등을 통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평상시 잘못된 자세를 개선하도록 노력하고 충분히 쉬는 것만으로도 증상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척골신경을 지속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원인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팔꿈치를 반복적으로 굽히거나 잘못된 버릇에서 오는 행동 등을 의식적으로 통제해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증상이 약간 진행된 경우라도 심한 통증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진통제를 복용하거나 적당한 각도로 팔꿈치를 고정한 상태에서 손목관절까지 부목으로 고정, 일정기간 동안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도 개선효과를 볼 수 있다.

장시간의 부목고정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밤에 자는 시간을 활용, 착용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위와 같은 치료방식은 압박의 정도가 약할 경우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수술적 치료를 검토해야 한다.

척골신경증후군에 대한 수술적인 치료는 신경의 압박증상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신경박리술, 내상과절제술, 척골신경 전방전위술 등의 방식이 있다.

피부를 절개해 유착돼 있는 신경을 수술적으로 박리하는 '신경박리술'과 팔꿈치 내부의 죽어있는 근육을 제거하는 내상과절제술 및 팔꿈치 뒤쪽에 있는 척골신경을 팔꿈치 앞쪽으로 이동시킴으로써 신경의 주행 경로를 짧게 바꿔 압박을 줄여주는 '척골신경 전방 전위술'이 가장 많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관절내시경을 이용, 최소절개를 함으로써 흉터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신경감압술이 소개되는 등 큰 고통 없이 쉽고 빠르게 치료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나오고 있다.

병원 찾아 빠른 진단 받아야

자가진단을 통해 척골신경증후군이 의심될 경우 병원을 찾아 경험이 풍부한 신경외과 또는 정형외과 의사의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 자체가 외부적인 충격 등 물리적인 것에 기인하기보다는 장기간에 걸쳐 발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는 병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

인체의 신경은 다른 조직들과는 달리 한번 망가지게 되면 완전히 회복되기 어렵다. 따라서 척골신경증후군과 같은 신경 관련 질병일 경우 치료 시기가 늦어질수록 치료의 효과 또한 감소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치료를 받은 이후에도 팔꿈치의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턱을 괴거나 팔꿈치를 굽히고 자는 등의 동작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등 재발되지 않도록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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