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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벽계천 곳곳에는 지난 사흘 간의 수거작업에도 치어서부터 성어에 이르기까지 폐사한 물고기가 곳곳에 있었다./사진=박정웅 기자 |
해당 지자체인 가평군이 예방적 차원에서 사전 관리시스템을 제대로 실행했는지, 그리고 사후 문제의 하천 출입을 통제하는 등 안전관리에 제 역할을 다했는지가 의문이다.
지난 4일 밤 9시께 사건을 접수했다는 가평군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약 280kg의 폐사한 물고기를 수거하는 한편 하천 및 의심 오수로의 물과 사체 등을 시험당국에 조사 의뢰했다. 군에 따르면 조사결과가 나오기까지 10일 정도 소요된다.
사건 발생지역은 가평군 설악면 벽계천 3km 구간으로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에 속한다.
8일 현장 취재 결과, 벽계천 상류의 천안2교부터 하류방향의 가마소까지 폐사 물고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군 측의 수거작업에도 치어와 성어, 동자개와 메기 등 크기와 어종 가릴 것 없이 폐사한 물고기가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 관리점검 다했나… 이번 폐사 사건 외 오염물질 반복 배출됐을 개연성은=벽계천 가까이 거주하는 한 주민은 지난 과정을 또렷이 들춰냈다.
"금요일(4일), 시커먼 물이 내려온 후 물고기들이 하나둘 배를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런가보다 했지요. 이번 말고도 비가 오는 날엔 시커먼 물이 내려오곤 했기 때문에요."
다음날 아침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확인했다는 그는 "아침(5일)에 뭔 난리인가 싶었어요. 죽은 물고기가 천에 가득했고, 군청에서 죽은 물고기를 트럭으로 나르느라 바빴어요. 앞으로 물고기 구경은커녕 여름에 들어가 놀 수도 없으니 어떻게 해요"라며 말을 맺지 못했다.
근처에서 만난 다른 주민은 오염원으로 인근의 한 골프장을 지목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수질오염 규명을 두고 골프장과 인근 주민 간의 갈등을 많이 봐온 터다. 그는 "달리 의심할만한 게 있나요. 다른 주민들 또한 방송 뉴스(7,8일)에서도 그렇게 말했고요. (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겠지만 심증만 가지고서야"라며 말끝을 흐렸다.
◇ 주민 통지는 고사하고 문제 하천에 경고문도 없어… 행락객만 애꿎은 피해=골프장 오수로와 벽계천이 만나는 천안2교 근처. 주민들의 말대로 이곳을 기점으로 천의 상하류 방향으로 물고기 생사가 갈렸다. 거슬러 올라간 곳에는 오염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은 지척에서 일어난 폐사 사건을 모르는 듯 했다.
벽계천을 따라 오르기에 앞서 MT를 마치고 귀가하는 대학생 무리를 만났다. 가마소 근처에서 물놀이를 갓 마친 듯 머리가 젖어 있는 이들에게 "물은 괜찮나, 숙박업체 측이 뭐라 하지 않더냐"라고 묻자, "악취가 났는데 그러려니 했어요. 썩은 물고기가 많아서요. 주인도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이야기는 않던데요"라며 귀갓길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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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오수로와 벽계천이 만나는 천안2교 이후 상류방향에는 치어와 성어들이 헤엄치고 있었다./사진=박정웅 기자 |
먼저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으로서의 사전 관리시스템이 제 기능을 다했는지 여부다. 비 오는 날에 시커먼 물이 내려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주민의 말에서 폐사 여부를 떠나 그동안 오염원이 반복적으로 배출됐을 개연성이 있다. 그래서 지난 3일 우천예보가 빗나가 '방류 타이밍'을 놓쳤을 것이라는 주민들의 '소설'을 탓할 일은 아니다.
이에 대해 가평군 관계자는 "해당업체들에 대한 정기검사(년 1회)를 실시해왔다. 주민들이 의심한 골프장은 지난 5월 정기검사를 마친 곳이다. 이외에 민원 제기 시에는 정기검사와 상관없이 수시점검에 나선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사후 안전관리 체계에 허점을 보인 것. 오염된 하천에 물놀이를 즐겨야 했던 대학생이나 이를 제지하지 않은 업체, 그리고 이웃 주민 역시 군 측의 하천 출입에 대한 어떠한 통지도 받지 않았다. 벽계천 그 어디에도 경고문 같은 것은 없었으며, 군 관계자 역시 이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사건이 비단 사람만의 문제이랴. 한 주민이 벽계천에서 빈 부리만 확인하는 날짐승을 보며 혀를 찼다.
"저것들, 설마 썩은 고기마저 주워 먹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