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광경은 두명의 대학생이 운영하는 ‘Fruittruck korea’(이하 프룻트럭)의 모습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생과일을 이용한 디저트를 판다. 최근 영화 <아메리칸 셰프> 등으로 화제가 된 ‘푸드트럭’의 일종이다.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김건형(26)·최윤(25)씨는 바늘구멍인 취업경쟁에 뛰어들고 싶지 않았다. ‘자신만의 일’을 갖고 싶다는 생각에 지난해부터 창업을 구상했다.
교내 창업지원센터 등을 통해 자문받고 투자도 유치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결국 아르바이트를 통해 마련한 500만여원의 소규모 자금으로 시작할 수 있는 푸드트럭을 선택했다.
![]() |
/사진제공=fruittruckkorea |
◆서툴지만 희망이 보인다
기자가 처음 이 프룻트럭을 발견한 것은 지난 3월16일 월요일 저녁. 동대입구역 6번 출구 앞이었다. 유동인구가 많고 차를 주차할 만한 장소가 있다는 지인의 추천을 받아 그곳에 트럭을 세웠다. 앞선 주말 ‘열정도’ 플리마켓에서 처음 개시한 장사가 성공적이었던 터라 젊은 두 사장은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장충파출소 앞 귀퉁이에 자리잡은 이들은 주섬주섬 장사준비를 했다. 메뉴는 ▲딸기초코퐁듀 ▲딸기라떼 ▲딸기샹그리아 ▲생딸기크로아상 등 4가지. 제철과일인 딸기만을 이용한 메뉴다. 설치비용이 들고 위험이 따르는 불은 일체 사용하지 않은 채 퐁듀기계 등 전기만 사용한다. 전기는 작은 발전기를 이용해 조달한다.
20여분간 장사준비를 하더니 최씨가 의자와 첼로를 들고 트럭 위로 올라가 하교하는 동국대 학생들을 내려다보며 연주를 시작했다. 최씨는 중학생 때 첼로를 배워 취미로 연주를 해왔다.
은은한 첼로 선율이 울려퍼지자 집을 향하던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가던 길을 멈추고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을 찍는 사람도 여럿이다. 트럭 적재함을 개조한 주방에 앉은 김씨는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연주와 어울리는 딸기 디저트도 맛보라”고 권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바로 구매와 연결되지 않았다. 그저 신기한 듯 트럭에서 멀찍이 떨어져 바라만 볼 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었다. 이렇게 한시간여가 흐르자 주변 상가의 상인이 찾아와 영업을 제지했다. 결국 철수를 준비하던 김씨는 “어제는 잘 팔렸는데…”라며 씁쓸해 했다.
이날 이들이 판매한 것은 딸기퐁듀 2개와 딸기크로아상 1개가 전부였다. 트럭을 정리하던 김씨는 수북이 남은 딸기를 보고 “이 딸기는 어떻게 하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기자는 이로부터 한달여가 흐른 지난달 25일 낮 시간에 이태원 우사단마을 계단장 플리마켓에서 영업 중인 이들을 다시 찾았다. 이들이 자신들의 소식을 업데이트하는 SNS를 통해 위치를 파악하고 찾아간 것이다.
다시 찾아간 프룻트럭은 처음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많은 사람이 모여 음악을 듣고 있었고 주말 플리마켓에 모인 사람들답게 첼로 선율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하는 등 공연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이 같은 호응은 판매와도 직결됐다. 트럭에서 디저트를 사먹는 사람들의 줄이 끊이지 않았다.
김씨는 “유동인구가 많다고 해서 장사가 잘되는 것은 아니다”며 “사람들이 어떤 목적으로 이곳에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메뉴에도 변화가 생겼다. 평가가 좋지 않았던 생딸기크로아상을 빼고 쁘레사꼴라다라는 칵테일을 추가했다. 김씨는 “조금씩 노하우가 생기는 것 같다”며 웃었다.
![]() |
/사진제공=fruittruckkorea |
◆여전히 ‘미생’… 정식영업 어려워
지난달 28일 이들을 세번째로 만났다. 이들은 이날 영업을 하지 않았다. 장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다. 김씨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영업을 하려고 하면 곧장 제지당한다”며 “공원 등에 정식영업자로 선정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플리마켓에서만 장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매 주말 전국에서는 수십개의 플리마켓이 진행되는데 참가를 신청해 셀러로 선정되면 장사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최씨는 “미디어에 비치는 푸드트럭을 생각하면 어느 곳에서나 쉽게 영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일반적인 거리에서 푸드트럭 영업은 여전히 불법이기 때문에 플리마켓 등을 찾아다니며 장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두달여간 영업했어도 이들이 남긴 마진은 거의 없다. 주재료인 딸기가 금방 짓물러지기 때문에 장사를 하지 못하는 날이면 남는 딸기를 버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가장 크다.
따라서 지금은 메뉴를 변경하고 정식으로 영업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우선 유통기한이 짧은 딸기 대신 상대적으로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오렌지와 청포도를 주재료로 하는 디저트를 개발했다.
정식영업을 하기 위해 공원에 입점하는 방법도 알아보는 중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도시공원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된 도시공원 내에서 음식판매차(푸드트럭)을 이용한 영업행위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식영업을 위한 도전이 순탄치만은 않다. 개정안이 시행된지 꽤나 시간이 흘렀음에도 푸드트럭 입찰공고는 전무하다.
유원지·공원·체육시설에는 이미 세금을 내고 영업하는 자체 편의점과 식당이 있는데 지방자치단체들이 굳이 이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푸드트럭 입찰공고를 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전국에서 영업 중인 합법적인 푸드트럭은 단 4대뿐 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영업자 모집공고가 언제 날지 몰라 직접 지자체에 연락을 해봤지만 묵묵부답”이라며 “관련 정보를 얻기도 어려워 우리처럼 개인적으로 창업하려는 사람이 신청하려면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