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황 당선된 '레오 14세'가 1% 확률을 이겨냈다. 사진은 지난 8일(현지시각) 레오 14세(가운데)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인사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레오 14세가 당선 확률이 1%를 깨고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인 교황이 됐다.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암호화폐(가상화폐) 기반 세계 최대 예측 시장인 폴리마켓에서 레오 14세 당선 확률은 1%였다. 하지만 그는 1%대 확률을 깨고 교황으로 당선됐다.


로마 교황청이 새롭게 선택한 교황 레오 14세는 미국 시카고 출신이다. 그동안 가톨릭 교계에서 미국인 교황은 금기였다. 미국은 정치·경제·군사 분야에서 이미 세계 패권국이기 때문에 교황직까지 미국인에게 돌아갈 경우 가톨릭교회가 특정 국가 영향 아래 놓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레오 14세 교황은 금기를 깼다. 이는 그가 교황청의 진보파와 보수파 모두를 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출신이지만 사제 서품을 받은 후 20년 이상 페루에서 사목한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5년 페루 시민권을 획득했다. 레오 14세는 2001년부터 12년 동안 공동체 생활을 강조하는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장으로 활동하다가 프란치스코 교황 지시에 따라 2014년 페루 북서부 치클라요 교구로 파견됐다. 이 교구는 빈민가와 농촌 지역을 관할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3년 페루에서 사목하던 레오 14세를 바티칸으로 불러 추기경으로 임명하고 교황청 라틴아메리카 위원회 위원장과 주교 선출 등 인사를 총괄하는 주 교부 장관을 맡겼다.
레오 14세 교황은 진보파와 보수파를 모두 아우르는 포용력을 지녔다고 평가받는다. 사진은 레오 14세 교황이 지난 8일(현지시각)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연설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WSJ은 레오 14세가 교황으로 당선된 원인에 대해 전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 아래에서 주교 임명을 담당 부서 최고 책임자를 맡아 전 세계에 폭넓은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레오 14세 교황이 동성애 축복과 같은 양극화된 주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신중함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데올로기적 긴장을 완화하고 싶어 하는 많은 추기경이 그를 선택한 것 같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신앙 기반 싱크태크 액튼 연구소의 명예 회장 로버트 시리코 신부는 레오 14세 교황에 대해 "그는 진보주의자들도 편하게 느낄 수 있는 인물이고 보수주의자들도 편하게 느낄 수 있는 인물"이라며 "그가 당선된 원인은 교계 분열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라고 밝혔다.


레오 14세 교황은 지난 8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중앙 로지아 발코니 첫 연설에서 "모든 이에게 평화를"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 사이 분열을 이을) 다리를 건설하자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