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만 바랄 것이라는 건 선입견입니다. 집값은 경제 성장과 국민 소득에 따라 정상 속도로 상승해야 합니다. 다음 정부는 부동산 산업의 구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을 시행했으면 좋겠습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퇴직하고 부동산 임대사업을 하는 한 지인은 한국 사회의 경제 불균형을 초래한 최대 원인으로 집값 문제를 지목했다.


경제가 성장하는 한 부동산 가격은 상승해야 한다. 문제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투자로 집값을 지탱하는 현 부동산 구조에선 비정상 폭등과 폭락에 따른 경제 피해가 산술적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아파트 시세가 감정가 이하로 하락하면 주택담보대출을 승인한 은행은 원금 상환을 압박하게 된다. 경매 시장에선 영끌 투자자의 아파트가 반복 유찰되는 현상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집값이 수십억 올라도 현금화해 주거 다운그레이드를 실행할 수 있는 실수요자는 소수임을 감안할 때 대부분의 도시 생활자에게 집값 상승은 득보다 실이 많다. 가장 먼저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가 오른다.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등 투기지역이 정치적으로 보수 진영을 지지하는 이유도 세금이 영향을 미친다. 전임 정부가 고가 주택과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 과세를 실시하고 세입자의 권익을 강화한 '임대차2법'(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시행함에 따라 경제 계층간의 대립이 심화됐다.

임대차2법은 전세 계약기간을 기존 2년에서 4년 의무로 늘리고 재계약시 임대료 인상률을 5% 이하로 제한한 법이다. 해당 법이 시행된 후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임대인 또는 세입자를 상대로 계약 분쟁을 피하는 방법이 공유되거나 격렬한 감정 싸움이 벌어졌다.

집주인이 세입자의 계약갱신 청구를 거절하려는 목적으로 예외 규정을 이용해 '직접 거주'로 위장했다가 적발된 사건이 비일비재했다. 임대료 상한 규정을 피해 법 시행 전 시세를 대폭 올리면서 부동산 가격 왜곡 현상마저 발생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임대차2법이 시행된 2020년 분쟁조정 접수는 전년(2192건) 대비 656건(29.9%) 감소한 1536건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중 임대인이 제기한 분쟁은 325건에서 336건으로 11건(3.4%) 증가했다. 이어 2021년과 2022년에는 전체 분쟁조정 신청 수가 각각 1635건, 1828건으로 늘어났다.

건설산업 측면에서 봐도 정책 패러다임은 바뀌어야 한다. 보수 정부는 세제 혜택 등 친기업 정책, 진보 정부는 규제 기조라는 틀은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시각이다.

이재명 대선 후보가 '통합'을 천명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한국 정치에서 진보보다 기득권에 가까운 것을 보여준다. 민주당은 기업인과 자본가를 위한 정책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같은 이유에서 민주당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사업에 국비 지원을 골자로 한 '철도의 건설 및 철도시설 유지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기대해볼 만하다.

정당을 떠나 한국 사회는 '진정한 경제 대통령'이 필요한 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0년을 맞는 한국이 앞으로 정치의 힘으로 성장을 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시스템의 선진화를 이루고 어느 당의 대통령이 집권해도 예측 가능한 안전한 경제를 구축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은 가계와 기업 경제 활동의 근간이다. 다음 대통령은 포퓰리즘이 아닌 10년 후, 15년 후를 내다보는 일관된 부동산 정책을 수립했으면 한다.
김노향 머니S 건설부동산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