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건설사 ‘어닝쇼크 주범’ 뿌리 뽑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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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산업계 가장 큰 이슈는 대우조선해양의 ‘플랜트 쇼크’였다. 대우조선이 지난해 기록한 5조5051억원이라는 대규모 적자는 지난 한해 동안의 손실이 아니다. 수년간 미뤄온 회계상의 부실을 반영한 결과다. 이를 두고 대우조선이 수년간 부실을 은폐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액주주들은 회사와 경영진 등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대우조선만큼 큰 규모는 아니지만 대형 수주사업에서 이런 ‘어닝쇼크’는 왕왕 발생했다. 건설업계도 '상습범'이다. 적자가 수년간 숨어있다가 갑자기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계의 불투명성’을 지목한다.

회계장부에 암흑을 드리워 해석을 어렵게 하는 항목은 ‘미청구공사’다. 공사진행률에 대한 발주처와 수주처의 이견으로 발생하는 미청구공사는 실제로 받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지만 매출로 인식되다가 결국 대규모 손실로 변모해 버린다.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회계기준 변경’ 긍정적 변화 바람

대우조선 어닝쇼크를 계기로 공론화된 수주산업의 회계 불투명성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회계기준 개정에 나섰다. 올 초 확정된 회계기준 개정사항에서 금융감독원은 수주산업에 한해 직전회계연도 매출액의 5% 이상인 공사에 한해 개별 공사별로 진행률, 미청구공사, 공사미수금 등을 주석으로 공시하도록 했다.

회사 전체 혹은 영업부문별로 합계만 공시하던 종전의 공시를 통해서는 투자자가 개별 공사의 잠재 리스크 정보인 진행률과 미청구공사 등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기업이 자의적으로 회계를 처리할 여지를 줄일 수 있다. 다만 공사예정원가 변동금액 등의 항목은 영업기밀 유출의 우려가 있다는 건설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영업부문별로 합계액만 공시토록 했다.

당장 올 1분기 공시부터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인데 건설사들은 지난해 4분기부터 미청구공사 줄이기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4분기 미청구공사를 1조1000억원 이상 줄였다. 그해 3분기 말 현대건설의 연결기준 미청구공사는 5조4091억원에 달했으나 4분기 말에는 4조2691억원으로 감소했다. 연말 기성금이 몰린 이유도 있지만 회사에서 전사적 역량을 다해 미청구금액 회수와 일감선별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현대건설의 연결기준 미청구금액은 2014년 말(5조1010억원)과 비교해서도 8000억원 이상 줄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3조1739억원의 미청구공사액을 가졌던 GS건설도 4분기 2조700억원 수준으로 1조1000억원가량 줄였다고 밝혔다. 이라크 카브발라에서 1500억원, UAE루와이스에서 1000억원, 이집트 ERC프로젝트에서 2800억원 가량을 줄였다. 이와 함께 회사의 회계분야를 강화해 1분기 실적발표를 준비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GS건설은 다가오는 주총에서 주인기 세계회계사연맹 이사를 사외이사로 맞을 예정이다. 업계는 “회계기준강화로 인해 재무구조 안정을 도모하는 차원의 인사”라고 본다.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건설사들이 ‘출혈 경쟁’에서 벗어나 ‘협력 수주’로 전환하는 바람직한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쿠웨이트에서 3조원이 넘는 대규모 가스플랜트 시설 공사를 수주했다. 쌍용건설이 현대건설과 ‘조인트벤처’를 구성해 수주한 싱가포르의 도심지하철 ‘TEL 308공구’도 좋은 사례로 꼽힌다. 수주액수는 3000억원으로 그리 큰 규모가 아니지만 국내업체 간 '출혈경쟁'을 피하면서 얻은 결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7개 참여주체 가운데 3번째로 높은 가격을 제시했지만 비가격적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가격경쟁력을 기반으로 수주하던 기존의 모델을 벗어나 협력을 통해 기술력을 기반으로 수주에 성공한 좋은 사례"라며 "원가를 무리하게 낮게 잡아 수주하고 결국은 손실을 보던 기존 고리에서 벗어났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바뀐 회계기준 맹점도 많아

다만 건설업계에서는 바뀌는 회계기준에 대한 우려도 드러낸다. 회계기준 변동의 취지와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너무 급작스럽게 시행되면 부담이 큰 데다 해외수주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성급한 제도 도입이 자칫 투자자 혼란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 같은 이유다. 미래손실 가능성에 대해 소비자에게 정확히 알리기 위해 도입되는 제도지만 건설업은 예정원가 추산이 어려워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것. 특히 외부 변수에 영향을 많이 받는 해외건설 공사는 원가산출이 더 힘들어 회계정보의 신뢰성이 오히려 저하될 수 있다고 건설업계는 주장한다.

중소형 업체들의 회계부담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10월 제고방안이 제시된 후 올해 1분기부터 바로 시행하면 너무 촉박하다는 것.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추가로 파악해야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라 대형업체들도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소업체들은 오죽하겠냐”고 토로했다.

이와는 반대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비밀유지 계약 등에 예외조항을 둠으로써 ‘구멍’을 만들어 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영업기밀 공개’에 대한 건설사들의 우려를 반영해 영업상 기밀에 속하는 부분은 개별공사별 정보를 공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조항을 뒀는데, 이것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다.

금감원 측은 이런 우려에 대해 “예외 조항을 적용하기 위해선 발주자 확인과 외부감사인의 감사, 금융당국의 감리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예외규정이 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고 답했다.


[포커스] 건설사 ‘어닝쇼크 주범’ 뿌리 뽑을까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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