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관계자 사이에서 인기있는 일본 드라마가 있다. <중쇄를 찍자!>라는 제목의 만화가 원작인데 한번 보면 계속 보게 된다. 만화잡지를 펴내는 출판사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상을 소재로 한 이 드라마의 주인공 구로사와는 원래 유도를 하던 여성이다. 만화와는 무관한 세계에서 살던 씩씩한 주인공은 면접시험에서 사장을 메다꽂는가 하면 특유의 진심과 추진력으로 기어이 작가들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아내고야 만다. 드라마는 철없는 주인공의 성장기를 담았다. 특히 사람들에게 꿈과 재미를 주는 만화잡지를 만들기 위해 직원과 작가 모두가 힘을 합치는 과정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재미있는 건 주인공의 성격이다. 구로사와는 별명이 ‘새끼곰’일 정도로 씩씩하고 힘이 세며 여성스러운 곳이라고는 전혀 없다. 선배들에게도 귀찮을 정도로 달라붙어 떼를 쓰고 뭔 일만 나면 박차고 나가서 쓸데없이 기운을 내뿜는다. 조용한 분위기의 출판사 편집부에선 아주 이례적인 존재다. 하지만 주위의 선배들은 모두 이 ‘새끼곰’을 귀여운 듯 바라보며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 모두 그녀가 어떤 편집자로 성장해 나가는지 지켜보면서 각자의 방법으로 성장을 돕는다.


[서평] '내 사람'은 몇명입니까

이처럼 괜히 도와주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주는 것 없이 미운 사람도 있다. 자주 만나지 않아도 늘 내 편임을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일 때문에 자주 만나지만 만날수록 꺼려지는 사람이 있다. 타고난 매력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도 알지 않는가. 첫인상이 좋아 호감을 주는 사람이라도 계속 주변인을 지치게 하면 사람들은 곧 떠나고 만다는 것을. 매력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을 얻는 힘, ‘인간력’(人間力)이다.
일본에서 출간 즉시 분야 1위에 오른 <인간력>은 저자 다사카 히로시의 깊은 체험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도쿄대 공학부를 졸업하고 의학부 연구실에 들어간 저자는 깐깐하기로 유명했던 Y교수에게도 실력을 인정받는다. 몇년 후 연구실 생활을 끝내며 찾아간 자리에서 Y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자네는 참 우수한 학생이었어. 그런데 말야… 자네는 붙임성이 없어!” 우월의식과 교만으로 가득 차 있던 저자는 비로소 자기가 남의 눈에 어떻게 보이고 있는지를 깨닫는다. 그리고 길고 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실력이나 지위가 아니라 사람을 얻는 일임을 알게 된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인 동시에 저자의 수양기다. 저자는 인간관계의 뻔한 테크닉을 설파하지 않으며 대신 진심을 갖추라고 말한다. 부부나 가족이라도 상대를 잘 안다고 착각하지 말라는 것, 내가 먼저 한 사과가 많은 일들을 눈 녹이듯 해결한다는 것, 악연조차 지나고 보면 내게 중요한 인연이라는 점, 잘난 인간이 아닌 어딘가 빈 듯한 사람이어야 주변 사람들이 도와주려 한다는 점을 차근차근 이야기한다. 수많은 가짜 자기계발서들에서 보기 힘든 진심이 이 책엔 있다.


저자는 다시 묻는다. “남들이 보기에, 당신은 도와주고 싶은 사람입니까?”

다사카 히로시 지음 | 장은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 1만4000원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