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5세 연장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등 올해 국회에서 본격 논의될 노동 입법 과제에 대해 "충분한 편익·비용 분석 없이 추진될 경우 노동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6 노사관계 전망과 과제 세미나에서 "정년 65세 연장은 소득 공백 해소, 노동력 부족, 연금 재정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실제 혜택 대상은 전체 근로자의 20%에도 못 미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정년 60세가 입법화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60세까지 실제 근무할 수 있는 근로자는 많게 잡아도 17.3% 수준"이라며 "이 상태에서 정년 65세를 입법화하면 대다수 근로자는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일부 정규직·대기업 근로자에게만 기회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금 수령 연령과 정년 연장을 단순 연동하는 방식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은 월 60만~70만원 수준인데 정년이 연장될 경우 대기업·공공부문 근로자는 연간 1억원 이상의 임금을 받을 수 있다"며 "연금 공백 2400만원을 메우기 위해 고임금 일자리를 보장하는 것이 과연 사회적 수용성을 가질 수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정규직 문제도 핵심 쟁점으로 지적했다. 이 교수는 "빈곤에 취약한 계층은 정년 제도와 무관한 비정규직인데 이 비중이 38%를 넘는 상황에서 정년 연장의 혜택은 대부분 정규직에 한정될 것"이라며 "연금 수령은 65세로 늦춰졌는데 정년 혜택은 받지 못하는 '정년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년 일자리와의 충돌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노동력이 부족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년 연장을 강제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청년 채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의 연금 재정 부담을 기업과 청년에게 전가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입법에 대해서도 신중론을 폈다. 이 교수는 "노동의 가치는 임금이 아니며 임금은 노동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이라며 "동일한 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측정하고 가격화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 없이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고용 형태에 따른 임금 격차를 '차별'로 규정하는 데 대해 "능력·성과 차이에서 발생하는 임금 차이를 차별로 규정하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매우 신중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같은 사업장 내에서 동일한 노동을 수행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부터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정년 연장, 동일임금 원칙 등이 모두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노년기 빈곤 문제에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입법에 앞서 정책 편익과 사회적 비용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