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열린 쿠팡 연석 청문회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쿠팡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검토' 과제에 직면했다. 업계의 관심은 공정위가 쿠팡의 독과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분모'(전체 시장 규모)를 무엇으로 설정하느냐에 쏠려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청문회에서 주병기 공정위원장이 언급한 "쿠팡 점유율 39%, 3사 합계 85% 수준"이라는 발언은 온라인쇼핑 중 여행·배달 등 서비스 영역을 제외한 '실물 상품' 시장을 기준으로 했을 때 도출되는 수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온라인쇼핑 총 거래액은 약 240조원 규모다. 2024년 공정위는 쿠팡의 PB 우대 제재 의결서(제2024-284호)에서 "(기존) 온라인 거래액에는 여행 및 교통, 음식, E쿠폰 등 서비스 분야가 포함돼 있다"며 해당 카테고리를 구분할 필요성을 암시한 바 있다.
이 논리대로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연간 온라인쇼핑 동향'에서 실물 배송과 무관한 4대 서비스 항목(약 105조원)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약 135조원으로 좁혀진다.
2024년 기준 증권가 컨센서스와 각사 IR 자료를 토대로 해당 분야 상품 거래액과 점유율을 추산하면 ▲1위 쿠팡 53조원 39.2% ▲2위 네이버 38조원 28.1% ▲3위 신세계그룹(SSG닷컴·G마켓 ) 18조원 13.3%가 된다. 이를 합산한 점유율은 80.6%, 네이버의 콘텐츠 거래와 신세계그룹의 기타 이커머스 거래까지 합하면 85%에 육박한다. 공정위는 의결서에서 "SSG닷컴과 G마켓은 하나의 사업자로 간주해 합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판단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1개 사업자의 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상위 3개 사업자의 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일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될 수 있다. 쿠팡을 단독 지배자가 아닌 네이버 등과 함께 과점 사업자로 묶어 규제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는 셈이다.
그동안 김범석 쿠팡 의장은 600조원 규모의 전체 소매시장을 분모로 잡아 쿠팡 점유율이 5~6%에 불과하다는 '한자릿수'(Single digit)논리를 펴왔다.
쿠팡, 2025년 온라인 직매입 시장 점유율 65%
일각에서는 쿠팡의 독과점 여부를 유통 채널이나 이커머스 전체가 아닌 '온라인 직매입 시장'만 놓고 추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을 백화점과 같은 업계에 놓고 볼 수 없듯이 일반 오픈 마켓과 비교하는 것 역시 말이 안 된다"라며 "네이버와 11번가, G마켓 등은 '중개' 플랫폼일 뿐 재고를 책임지는 유통업자가 아니기에 매출과 거래 구조가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온라인 직매입 시장으로 무대를 옮기면 쿠팡의 경쟁 상대는 컬리, SSG닷컴, 오아시스 등이 된다. 2024년 이 시장 규모는 약 62조원으로, 쿠팡의 직매입 매출 약 38조3000억원을 대입하면 시장 점유율은 61.8%가 된다. 이는 '3사 합계'를 따질 필요도 없이 단독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 요건(50% 이상)을 충족하는 수치다.
이와 관련해 법조인 출신인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은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사기 위해 쿠팡에 접속하지 않는다. 쿠팡의 대체재는 이마트나 백화점이 아니라 또 다른 '내일 도착' 서비스일 뿐"이라며 "실질적인 경쟁 관계가 없는 시장까지 끌어들여 독점을 부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미 과반의 점유율을 넘긴 '온라인 직매입 시장'을 별도로 획정하는 것이야말로 실효성 있는 플랫폼 규제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2023년 1월 제정한 '온라인 플랫폼 심사지침'을 통해 매출액 외에도 이용자 수, 빈도, 페이지 뷰 등 대체 변수를 활용해 시장지배적 지위를 판단할 수 있도록 규정한 바 있다. 주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향후 쿠팡 관련 심사에서 이 같은 시장 획정 기준이 적용될지 주목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 대해 "법 위반 행위가 발생하기도 전에 미리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문제가 된 사안을 심사할 때 해당 사업자가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는지 여부를 면밀히 따져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