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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제약에서 불거진 경영권 분쟁 때문에 소액주주들이 울상짓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중국시장 개척에 단초를 마련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중국 진출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올 초 불거진 경영권 분쟁으로 상장폐지가 거론되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경남제약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실적을 보면 매출액은 397억원, 영업이익 40억원, 당기순손실 32억원으로 전년 대비 악화했다. 회사 측은 회계상의 문제 때문에 실적이 악화했다는 입장이다. 기존 영업외비용이었던 재고자산 폐기손실을 매출원가로 계정 대체하고 주가 상승에 따른 전환사채의 평가손실 65억원 반영해 영업외비용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전문인력 확충으로 인건비도 상승했다.
이 회사의 설명대로라면 지난해 실적악화는 오히려 주가의 모멘텀으로 해석된다. 전환사채권 평가손실의 경우 주가 상승에 따라 주식전환이 이뤄지면 자본금 유입으로 이어지며, 재고자산 폐기손실은 단순 회계상의 문제로 본질 가치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 전문인력 확충도 기업 성장성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
특히 이 회사는 올해부터 중국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었다. 지난해 11월 중국식약청으로부터 경남제약의 레모나와 레모비타씨정이 수입보건식품 비준증서를 발급받아 등록절차를 완료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올 초 정점에 달한 경영권 분쟁으로 이 회사는 상장폐지까지 거론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는 최대주주인 이희철 전 대표가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검찰 고발을 당한 탓이다. 이 전 대표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주가 부양 등을 목적으로 가공 거래를 통해 매출액 및 매출채권을 과대계상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공사비를 부풀려 유형자산을 과대계상함으로써 허위매출채권을 정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이 전 대표의 경남제약 지분 전량을 압류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텔로미어와 에버솔루션에 보유지분 20.84%를 250억원에 넘기기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들 회사의 대주주적격성 심사도 문제가 됐다. 경남제약 노조는 두 회사를 ‘페이퍼 컴퍼니’라고 주장했다.
이 두 회사는 각각 지난해 8월과 9월에 설립된 회사로 실제 100억원대 지분 매입을 계약한 에버솔루션의 대표는 등기부등본상 자기 집조차 본인 명의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는 “텔로미어는 사무실 한 칸에 책상 하나만 있고, 에버솔루션 역시 실 주소지에는 아기 옷가게가 입주해 있어 누가 봐도 확인 가능한 페이퍼컴퍼니”라고 주장했다.
한국거래소는 이 같은 논란에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예고하고 이 회사의 주식 거래를 정지시켰다. 경남제약은 4월12일까지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하고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상장폐지 여부 또는 개선 기간 부여 여부가 결정된다.
경남제약의 현 경영진은 이사회를 통해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던 사내이사 및 감사 선임안을 취소했다. 해당 후보자들은 이 전 대표와 최대주주 예정자(에버솔루션, 텔로미어)가 요청한 인사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거래소부터 최대주주 예정자에 대한 경영투명성 의구심 및 국세청으로부터 전 최대주주가 소유한 주식 및 주주권 일체가 압류된 사실에 따라 ‘주식매매계약’ 이행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주총 안건 일부에 대한 철회를 결정했다는 게 경남제약 측의 설명이다. 이에 이 전 대표는 이 이사회 결의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이 회사 지분의 약 79%를 가진 소액주주 8000여명은 속이 타들어 간다. 중국진출에 따른 실적 개선은 커녕 상장폐지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제약 관계자는 “경남제약은 2013년부터 경영과 소유가 분리됐다”면서 “이번 주총 안건의 철회는 상장적격성 심사 결정에 대한 조속한 대응과 투자자 및 다수 주주 보호 차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