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배우 최은희가 지병으로 별세했다. /사진=뉴시스
원로배우 최은희가 지병으로 별세했다. /사진=뉴시스
원로배우 최은희가 향년 92세로 별세한 가운데 고인의 영화 같은 삶에도 관심이 쏠린다.
1926년 경기도 광주에서 태어난 최은희는 1942년 연극 '청춘극장'으로 데뷔했다. 이후 영화 '새로운 맹서'(1947)로 스크린에 데뷔해 서구적인 미모와 기품을 지닌 배우로 주목받으며 김지미, 엄앵란과 함께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로 발돋움했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 '빨간 마후라'(1964) 등에 출연한 최은희는 고 신상옥 감독과 함께 영화계를 주름잡으며 1976년까지 약 30여년 간 130여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고 최은희는 한국 영화계의 세번째 여성감독이기도 하다. '민며느리'(1965), '공주님의 짝사랑'(1967), '총각선생'(1972) 등을 직접 연출했다.

고 최은희는 18세의 나이에 김학성 촬영감독과 결혼했으나 이내 이혼하고, 1953년 다큐멘터리 영화 '코리아'에 출연한 인연으로 신 감독과 사랑에 빠져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은 이후 영화를 함께하며 전성기를 누리다가 1976년 이혼하며 결혼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1978년 1월 고인이 홍콩에서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북된 사건은 큰 충격을 안겼다. 그해 7월 신상옥 감독까지 납북돼 파장이 더 컸다.


북한에서 신 감독과 재결합한 고인은 함께 영화 작업을 이어갔고 1985년에는 신상옥 감독이 연출한 '소금'으로 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두사람은 1986년 오스트리아 빈에 머물던 중 극적으로 탈출했고, 망명생활 끝에 1999년 영구 귀국했다. 영국의 로버트 캐넌 감독과 로스 애덤 감독이 두사람의 납북 전말을 다큐멘터리 '연인과 독재자'에 담아 2016년 선보이기도 했다.

고인은 귀국 후엔 극단 신협 대표로 활동하며 뮤지컬을 제작하는 등 활동을 이어왔다. 2006년 신상옥 감독이 먼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영화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건재함을 드러냈고 2013년 TV토크쇼에 출연해 지난 삶을 돌아보기도 했다.

한편 고인의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23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19일 오전이며 장지는 안성천주교공원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