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덴셜의 '한국시장 발 빼기' 무엇을 의미하나
미국계 생명보험회사 푸르덴셜생명보험이 인수합병(M&A)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알짜배기 생보사로 불려온 푸르덴셜생명을 굳이 매각하려는 푸르덴셜파이넨셜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알짜 중에 알짜' 푸르덴셜생명, 왜 매각할까
지난달 28일 투자은행(IB)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은 한국 푸르덴셜생명 매각을 위해 골드만삭스를 주관사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푸르덴셜생명 매각설은 끊임없이 나왔지만 매각주관사 선정이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한국 푸르덴셜생명 측은 "매각과 관련해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본사가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고 나선 만큼 사실상 해외자산 매각에 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


조금은 의아한 결정일 수 있다. 한국 푸르덴셜생명은 1991년 국내시장에 진출한 이후 29년간 안정적인 이익을 내며 '알짜 생보사'로 자리를 잡아왔기 때문이다.

푸르덴셜생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448억원으로 삼성생명(8261억원), 라이나생명(5286억원), 오렌지라이프(2580억원)에 이어 생보사 중 네번째다.

자산은 9월 말 기준 20조8132억원으로 업계 11위권이지만 보험사 자산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이 6월 말 기준, 505%로 생보사 중 가장 높다. 생보사 평균은 290%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이 권장하는 RBC비율은 150%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종신보험 위주의 상품을 팔아온 푸르덴셜생명의 자산 포트폴리오도 강점으로 꼽힌다.

보험사들은 IFRS17 도입에 앞서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고 종신, 변액 등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리고 있다. IFRS17은 원가법으로 계산하던 보험 부채를 결산시점의 기초율에 기반해 완전시가로 평가한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나중에 돌려줘야 할 보험료가 모두 부채로 잡히는 것이다.

저축성보험으로 거둔 보험료가 모두 부채로 잡히다보니 비교적 안정적인 보장성보험 판매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다. 하지만 푸르덴셜생명은 이미 종신보험 위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돼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푸르덴셜생명의 일반계정에서 종신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했다.

금융소비자 인식도 좋다는 평가다. 푸르덴셜생명은 금융소비자연맹이 선정하는 '좋은 생명보험사' 평가에서 전년도에 이어 10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커티스 장 푸르덴셜생명 대표.
커티스 장 푸르덴셜생명 대표.

◆전망 어두운 보험업계, '팔 수 있을 때 팔자'
푸르덴셜파이낸셜이 알짜 생보사인 푸르덴셜생명을 매각하려는 이유로 결국 보험업 불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보험업계는 포화상태를 맞았다는 각계의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보험사들은 저마다 신성장동력을 찾으려 애쓰지만 현재의 시장환경은 저금리에 저출산까지 겹치며 보험업을 영위하기 더 어려워진 상태다.

푸르덴셜생명의 실적도 서서히 하락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은 지난 2012년 영업이익 3000억원을 돌파한 이유 꾸준히 실적이 떨어져 지난해 1450억원으로 절반 수준이 됐다. 3분기 순익만 놓고 봐도 전년동기대비 25%가량 감소했다.

현재 RBC비율이 500%를 넘겼지만 IFRS17 도입 시 푸르덴셜생명도 재무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RBC비율은 금융당국이 어떤 기준을 갖고 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500%를 넘는다고 해도 무조건 안심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며 "많이 팔아온 종신보험이 IFRS17 도입 하에서 재무건전성에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오히려 이것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업황 불황으로 실적 하락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본사 측은 더 높은 가격을 받고 팔 수 있을 때 일찍 매각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현재 국내에서 유력 인수자들이 존재한다는 점도 푸르덴셜파이낸셜이 푸르덴셜생명을 매각하려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생보사 인수에 관심을 가진 곳은 KB금융과 우리금융이 거론된다. KB금융은 신한금융에 넘겨준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되찾기 위해서, 우리금융은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갖추기 위해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