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사장 됐는데"… '떳다방' 프랜차이즈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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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여기 또 바뀌었어?”
“또 치킨집이 생겼네?”
“도대체 이 골목에만 프랜차이즈가 몇개야…”

서울 명동거리에 음식점을 비롯한 각종 상점들이 밀집해 있다/사진=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 명동거리에 음식점을 비롯한 각종 상점들이 밀집해 있다/사진=뉴스1 구윤성 기자
[주말리뷰]
한집 걸러 한집 꼴. 업종도 다양하다. 치킨부터 커피, 햄버거, 편의점에 이르기까지 이젠 거리에서 프랜차이즈 아닌 가게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2013년 3600여개이던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지난해 6300여개로 급증했다. 한때 프랜차이즈가 은퇴한 퇴직자나 청년 창업자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결과다. 

하지만 장밋빛 희망도 잠시. 경기침체에 출혈경쟁,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업계는 삼중고에 내몰리고 있다. 성장세는 꺾였고 매출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한다.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 프랜차이즈업계의 현주소는 그야말로 피튀기는 전쟁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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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사장… 폐업률 89.2% 

현재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 규모는 129조원. 점포 수로 따지면 25만개가 넘고 고용인원은 126만명에 달한다. 통계청,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5175개, 브랜드 수는 6353개다. 2013년에 비해 가맹본부 수는 74%, 브랜드 수는 72.1% 각각 증가했다. 

업종별 브랜드 수는 외식업이 75.4%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고 서비스업이 19.6%, 도·소매업이 4.9%다. 가맹점 수 역시 외식업이 12만2574개로 가장 많았다. 프랜차이즈 산업 매출은 지난해 11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국내 명목GDP(국내총생산)인 1730조원의 6.9%에 해당된다. 이미 포화상태로 하루 평균 2~3개의 브랜드가 사라지는 레드오션이지만 예비창업자들은 여전히 프랜차이즈로 몰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개인 창업보다 손쉽고 안전하다는 판단에서다. 한 예비창업자는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프랜차이즈의 장점을 높게 볼 수밖에 없다”며 “노하우도 얻을 수 있고 홍보를 따로 안해도 되기 때문에 개인 브랜드보다 장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진입장벽도 낮다. 어느 정도의 자본력만 갖추고 있다면 사장님이 된다. 그만큼 치열해진 경쟁 탓에 쉽게 간판을 내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 폐업률은 2016년 77.7%에서 2018년 89.2%로 크게 늘었다. 

"어쩌다 사장 됐는데"… '떳다방' 프랜차이즈의 배신
통계청은 프랜차이즈 창업 첫 3년 생존율은 약 40% 수준, 5년 생존율은 약 27.5%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실제 2015년에 만들어진 프랜차이즈 브랜드 2224개 가운데 47%인 1046개는 1년 안에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존속한 브랜드는 38.3%(3049개)에 불과했다. 이진국 KDI 시장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가맹 브랜드의 소멸과 탄생이 활발하고 생존기간이 매우 짧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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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이면 나도… ‘떴다방’식 창업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이 양적으론 성장했지만 질적 성장이 뒷받침되지 못했음은 숫자로도 증명된다.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 중 가맹점이 100개 미만인 브랜드는 전체의 94%. 가맹점이 하나도 없는 브랜드도 28.5%에 이른다. 

업계는 유행에 따라 생겨난 프랜차이즈 난립 문제를 지적한다. 새로운 메뉴로 장사가 잘 된다 싶으면 비슷한 상품 로고나 표지, 메뉴, 인테리어를 모방해 수익을 챙기려는 소위 ‘미투 브랜드’다. 2011년 스몰비어 프랜차이즈가 그랬고 2013년엔 벌집 아이스크림, 이후 츄로스, 카스텔라, 핫도그, 마라탕, 흑당 버블티 등의 매장으로 트렌드가 계속해서 바뀌어왔다.

이들 매장은 반짝 떴다 금방 사라지곤 한다. 2017년 한창 유행이던 대만식 카스텔라는 당시 프랜차이즈 브랜드만 17개였지만 지금은 단 한곳도 남아있지 않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유행 따라 새로운 메뉴로 확 쏠렸다가 과당경쟁에 거품이 꺼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피해는 고스란히 점주들의 몫이 되고 가맹본부는 금방 또 다른 아이템을 찾아 가맹점 모집에 나서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 역시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브랜드에 소속된 가맹점 수가 적어 대부분 본사가 외형적 성장에 집중하고 가맹점과 상생을 위한 지원이 소홀해지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 장재남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 원장은 “국내 프랜차이즈의 경우 직영점이나 가맹점 없이도 가맹 본사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진입 자체가 너무 쉽다”며 “이는 매출에 대한 검증 없이도 가맹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것으로, 결국 가맹점주의 피해로 돌아간다”고 꼬집었다.

진입 장벽이 낮고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의 분쟁도 급증한다. 대부분 가맹본부와 오너의 갑질 행태, 불공정 관행이 주된 이유. 공정위에 접수된 분쟁 사례는 지난해 638건으로 10년 전보다 2배 가까이 늘었고 각종 고소·고발과 법정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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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사업법’ 개정안 파행 기로에

부실하고 자격미달인 가맹본부로 인해 가맹점주의 피해가 잇따르자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사업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모방 창업을 막고 부실 운영을 방지하기 위해 1개 직영점을 1년 이상 운영한 본부에 한해 가맹점 모집을 허용하는 ‘가맹사업 1+1’ 제도 등을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같은 자격을 갖춘 가맹본부에 한해 가맹사업법이 정한 정보공개서 등록을 허용하고 직영점 운영현황을 정보공개서에 기재하도록 했다. 하지만 신규 법안은 지난해 10월 발의된 이후 국회 파행의 벽에 가로막힌 상태다. 오랜 숙원사업인 만큼 개정이 절실하지만 20대 국회가 몇달 남지 않은 데다 논의되더라도 법안 통과가 쉽진 않은 상황이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2017년부터 2년 이상 직영점 운영 경험을 필수로 하는 ‘2+1’ 제도 등 꾸준히 발의됐지만 매번 ‘불필요한 규제’라는 이유로 국회 벽을 넘지 못했다.

장재남 원장은 국내 가맹 본사가 직영점 운영을 확대하고 해외진출을 통해 성장의 모멘텀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는 “가맹 본사가 직영점이나 해외사업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모든 수익을 국내 가맹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그 과정에서 물류 차익과 인테리어 비용 등 가맹사업 본질과 동떨어진 논란과 함께 가맹점과 불필요한 갈등까지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김설아
김설아 [email protected]

머니S 산업1팀 재계 담당 기자.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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