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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15%를 차지하는 ‘괴물’ 넷플릭스를 둘러싼 구설이 끊이지 않는다. /사진=로이터 |
넷플릭스는 2016년 1월6일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꾸준히 성장했다. 소비자들은 넷플릭스의 콘텐츠에 열광했고 콘텐츠업계는 넷플릭스가 국내시장에 막대한 콘텐츠 예산을 투입하며 시장의 전체적인 투자규모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반겼다. 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OTT)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스포티파이(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와 함께 스트리밍서비스를 이끄는 기업”이라며 “방송시장의 트렌드가 OTT로 집중되는 ‘코드커팅’(케이블방송 등 유료방송가입자가 인터넷TV·OTT 등으로 이동하는 현상)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5월26일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4월 국내 넷플릭스 카드결제 금액은 역대 최대인 439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254억원(137.2%) 증가했다. 국내 유료사용자는 328만명으로 1년 전보다 186만명(131%) 늘었다. 2018년 4월 넷플릭스의 카드결제 금액은 35억원, 유료사용자는 28만명 수준이었다. 2년만에 결제금액은 11배 이상 급증했고 유료사용자는 300만명 늘어난 셈이다.
와이즈앱 관계자는 “이 조사결과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결제만을 집계한 결과로 통신사에서 요금을 합산 지불하거나 앱스토어·구글 플레이 등을 통해 결제하는 경우는 포함하지 않았다”며 “실제 사용자와 결제 금액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돈 줘” vs “못 줘”
국내에서 넷플릭스 사용자가 2년만에 10배 이상 급증한 까닭에 망사용량도 크게 늘었다. 업계는 1분기 넷플릭스의 트래픽 유발량이 지난해 말보다 2~3배 증가한 것으로 추정한다.넷플릭스의 요금체계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사용자에게 더 선명한 화질의 영상을 공급하는 구조다. 국내 넷플릭스의 요금체계는 ▲베이직 ▲스탠다드 ▲프리미엄 3단계로 구분된다. 베이직은 매월 9500원의 요금을 내고 HD(해상도 1280×720) 영상을 시청하는 구조다. 동시접속가능인원은 1명, HDR(어두운 곳과 밝은 곳의 색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기술)은 적용되지 않는다. 스탠다드는 매월 서비스요금 1만2000원, FHD(해상도 1920×1080) 영상을 시청할 수 있지만 HDR을 지원하지 않고 동시시청 가능인원도 2명으로 제한된다. 가장 비싼 프리미엄은 매월 1만4500원의 요금을 내는 대신 동시에 4명의 인원이 시청할 수 있다. 4K UHD(해상도 3840×2160)이상의 영상을 볼 수 있으며 HDR도 지원된다. 넷플릭스는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사용자에게 더 많은 요금을 징수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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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정리=김민준 기자 |
넷플릭스는 망사용료를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 측은 “인터넷망 증설과 운영은 ISP의 몫”이라며 “SK브로드밴드에 오픈커넥트(OCA)를 도입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지만 협상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소를 제기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넷플릭스가 주장하는 OCA는 캐시서버의 일종이다. 이 시스템은 국내 서버를 설치하고 넷플릭스의 영상데이터를 임시로 저장해두고 사용자가 원하는 영상을 빠르고 끊김없이 시청케 하는 것이 목적이다. 넷플릭스는 “OCA를 이용해 트래픽을 현저히 낮추고 먼거리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비용을 절감하며 더 빠른 속도로 고품질의 영상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쪽의 주장을 종합하면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트래픽으로 망을 구축했으니 돈을 내라는 입장이고 ▲넷플릭스는 OCA로 트래픽을 줄일 수 있는데 받아들이지 않은 SK브로드밴드의 잘못이라는 설명이다.
디지털세 논란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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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정리=김민준 기자 |
두 기업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던 5월20일 제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문제 해결의 발판이 마련됐다.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넷플릭스를 포함한 CP도 ISP와 함께 부가통신사업자로 지정해 ‘서비스 안정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해외 CP에 인터넷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할 의무를 부과한 셈이다.
ISP업계는 “국내 CP가 망에 대한 책임을 지는 데 반해 그동안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던 해외 CP에 망 안정 의무를 부여해 협상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라면서 “서비스 안정이라는 모호한 단어는 시행령에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넷플릭스에 디지털세를 부과할 수 없는 반쪽짜리라고 말한다. 당초 상정된 개정안에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해외 CP의 국내 서버설치를 의무화하는 조항이 포함됐지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이 내용을 삭제하면서 ‘디지털세’(구글세) 도입의 근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송희경 미래통합당 전 의원은 소위에서 “(국내에) 서버를 꼭 둬야 한다는 의무는 사전규제에 해당한다. 우리 기업이 해외로 나갔을 때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품질을 안정화하는 것은 좋지만 서버를 고정화한다는 것은 트렌드에 반하는 것이고 현실성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디지털세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다국적인터넷기업에 매출 3% 수준의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이다. 국내에 서버설치를 의무화하면 해외 CP에 디지털세를 부과할 수 있었지만 법안심사소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없던 일이 됐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해외 CP는 한해 수백,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국내 생태계를 휩쓸지만 정확한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세금을 얼마나 납부하는지도 밝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의 국적을 따지지 말고 공정한 조세정의가 실현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8호(2020년 6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