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유료회원이 1억8000만명을 넘어섰다. /그래픽=김민준 기자
넷플릭스 유료회원이 1억8000만명을 넘어섰다. /그래픽=김민준 기자
넷플릭스는 문화다. 동영상 콘텐츠 스트리밍서비스를 넘어 일종의 커뮤니티처럼 여겨진다. 동시접속 아이디가 여러개여서 주변에 권하기가 좋지만 막상 가입하고 로그인을 하면 수많은 콘텐츠 중 무엇부터 봐야 할지 판단이 안 선다. 자연스레 주변 넷플릭스 이용자들에게 물어보고 소통을 이어간다. 이 과정에서 친밀감, 공감대가 형성되고 흥미로운 컨텐츠를 주변에 다시 권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렇게 입소문을 타며 소위 ‘넷플릭스 바이러스’가 번지고 있다.
출·퇴근길에 스마트폰으로 보던 영상을 집에서 TV로 이어볼 수 있으니 그 편리함에 매료된 이가 세계적으로 1억8300만명을 넘어섰다. 넷플릭스에 빠진 이들 사이에선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무섭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이처럼 넷플릭스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넷플릭스 글로벌 경영실적 비교 /그래픽=김민준 기자
넷플릭스 글로벌 경영실적 비교 /그래픽=김민준 기자

‘넷플릭스’가 뭐길래



태동은 23년 전으로 돌아간다. 1997년 리드 헤이스팅스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랜돌프가 함께 설립했다. 1998년 DVD를 빌려주는 서비스를 시작으로 2007년 온라인 스트리밍서비스(OTT)로 발전했다. 원하는 영화를 마음껏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서비스가 매출액이 수조원에 달하는 거대 콘텐츠 공룡으로 성장한 것이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현재 보유 영상물은 총 4200만여편이다. 2016년 이전까지는 미국 내에서만 서비스했지만 2016년 한국을 비롯해 130개 국가로 영역을 넓힌 이후 구독자가 급증했다. 스트리밍서비스 이용자는 2017년 7월 전세계 1억명을 돌파한 데 이어 2019년 1분기 기준 1억4900만명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엔 190개 국가에서 전년동기대비 23% 늘어난 1억8300만명이 유료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지역별로도 유료구독자가 고르게 증가한 점도 눈에 띈다. 북미가 지난해보다 231만명 늘어난 6997만명으로 1위를 달리고 있고 유럽·중동·아프리카가 696만명 증가한 5873만명으로 2위다. 중남미는 같은 기간 290만명을 추가로 확보해 3432만명, 아시아·태평양(중국 제외) 역시 361만명이 구독을 추가해 1984만명을 기록했다.

한국에선 영업실적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유한회사로 설립한 탓에 관련업계는 다양한 방법으로 각종 경영지표를 유추한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에 따르면 올 4월 국내 넷플릭스 카드결제 금액은 439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구글과 페이스북 등 각종 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비롯해 넷플릭스 등의 콘텐츠서비스도 검열을 이유로 차단하고 있다. 이에 넷플릭스는 현재 중국의 유튜브로 불리는 UCC(User Created Contents·사용자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 사이트 ‘비리비리’를 사업파트너로 선정해 서비스 중이다. 만약 직접 진출한다면 아시아 구독자 수가 얼마나 증가할지 상상조차 안 된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각종 경영지표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린다. 2020년 1분기 글로벌 실적 기준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6% 성장한 58억달러(7조500억원)이며 영업이익은 109% 급증한 9억5800만달러(1조1600억원)나 된다.
넷플릭스를 최고화질로 감상하려면 빠른 인터넷 속도는 필수. /그래픽=김민준 기자
넷플릭스를 최고화질로 감상하려면 빠른 인터넷 속도는 필수. /그래픽=김민준 기자

왜 ‘넷플릭스’에 열광하는가


이처럼 많은 이들이 넷플릭스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회사가 내세우는 첫 번째 강점은 ‘오리지널 콘텐츠’다. 구독자들은 ‘넷플릭스만을 위한, 넷플릭스를 통해 유통되는’ 단독 콘텐츠가 많다는 점 때문에 점점 빠져들 수밖에 없다고 한다.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자인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도 넷플릭스 전용 콘텐츠였다.

TV시리즈 외에도 다큐멘터리, 장편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여러 언어로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한글자막은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스마트폰으로 시청할 때 유용하다는 평가다. 자막 서비스는 유튜브를 비롯한 최근 서비스되는 동영상 콘텐츠의 트렌드다.

또 하나의 강점은 ‘서비스 형태’다. 인터넷에 연결되기만 하면 원하는 콘텐츠를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심지어 광고나 약정도 없어 오로지 영상에만 집중이 가능하다. 계정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점도 매력이다. 누군가 유료로 이용하는 계정을 공유받으면 동시에 서비스를 즐길 수 있어서다. 최근엔 각종 커뮤니티에서 ‘넷플릭스 파티’(계정을 공유하며 일부 비용을 지불해 줄 사람)를 구한다는 게시물도 쉽게 목격된다.

넷플릭스 요금제는 ▲베이직(9500원) ▲스탠다드(1만2000원) ▲프리미엄(1만4500원) 등으로 나뉜다. 베이직은 일반화질(SD급)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고 1명만 접속 가능하며 스탠다드는 HD화질로 2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다. 프리미엄은 UHD화질로 4명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어 국내 가입자의 80%가 이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소비자가 원하는 점을 정확히 공략했고 여러 장점이 입소문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며 급성장했다”고 평가했다.

디즈니, HBO와 경쟁 이길까



넷플릭스 마니아들은 “미드(미국드라마)가 많은 게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에서 시작된 서비스인 만큼 이 지역의 콘텐츠가 많은 게 당연하지만 이에 싫증을 느끼는 이용자들도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파고든 신규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 워너미디어의 OTT서비스 ‘HBO 맥스’가 지난달 27일 공식 출범하며 글로벌 OTT 경쟁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지난해 11월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가 론칭하면서 넷플릭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HBO 맥스는 2000여편의 콘텐츠를 보유했고 2025년까지 미국 외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해 5000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하는 게 목표다. 당장 한국진출을 추진하는 곳은 디즈니플러스로 현재 계산기를 두들기며 사업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같은 콘텐츠로 서비스하는 게 아니라 저마다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있다”며 “상대의 파이를 가져오는 게 아니라 전체 OTT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8호(2020년 6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