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군 광역먹거리통합지원센터 건립위치도. /사진제공=충청남도
부여군 광역먹거리통합지원센터 건립위치도. /사진제공=충청남도
충남 부여군 남면에 추진될 예정이던 '광역먹거리통합지원센터'가 좌초위기에 놓였다. 제대로 추진된다고 해도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당초 충남도가 추진했던 연구용역에서 수요예측이 10배 이상 빗나가면서 예산낭비가 예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립비용만 185억 원이 투입되고 매년 최소 수 억 원의 적자운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부여군은 '공공성'을 강조하며 원안 추진을 고수하고 있다.

26일 충청남도와 부여군에 따르면, 충남도는 지난 6월 실무부서에서는 당초 충남푸드플랜 연구용역(타당성 조사) 결과 공공급식 수요예측이 1일 67만 명으로 과도하게 설정됐다는 의사를 부여군에 전달했다. 그러면서 이 사업의 전면 재검토 의사를 전달했다.
충남도는 '광역먹거리통합지원센터'가 당초부터 혈세낭비의 우려가 있었음에도 공모방식을 통해 이 사업을 추진했었다. 해당부서 담당자는 지난 1월 교체됐으며, 이마저도 지난 7월에 다시 인사이동 됐다.

당초 충남도가 추진했던 용역에는 '광역먹거리통합지원센터'가 납품할 수 있는 공공급식 소비인원을 1일 67만 명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기존에 운영 중인 시·군 학교급식 센터의 경우 해당 수요가 아님에도 포함시키면서 오류가 생겼다. 특히, 납품확정이 되지 않은 시·군청을 비롯해 경찰서와 교육청 등 유관기관을 공공급식 명목으로 수요예측 범위에 포함시켜 10배가 넘는 오류가 발생됐다. 충남도 측은 실질적 수요는 1일 4~5만 명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광역먹거리통합지원센터'가 현재 계획대로 들어설 경우 총 사업비 185억 원이 낭비되고 운영비 또한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충남도는 도비가 투입됐던 천안중부물류센터·금산국제종합유통센터의 사업실패 사례를 들어 타당성 용역 재추진과 함께 사업 전면 재검토 의사를 밝혔고, 부여군에 대체사업 발굴을 제안했다.

경제성 떨어지자 ‘공공성’ 강조한 부여군

부여군은 경제성보다는 공공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논리로 접근했다. 군은 "경제성이 우선이었던 천안중부물류센터와 금산인삼유통센터 등과는 달리 광역먹거리통합지원센터는 사업목적이나 추진체계 등이 전혀 다른 공공성이 강한 사업"이라며 "현재 충남도 내 급식센터에 공급되는 농산물 중 타 지역 농산물이 50~60%를 차지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광역먹거리통합지원센터 운영을 통해 중·소농 중심의 작부체계 구축으로 우리 지역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농가 소득향상에 기여할 수 있고, 광역먹거리통합지원센터 건립으로 서울, 경기도 등 대도시와 공공급식 영역까지 농산물 공급이 가능하다"며 "전국 최초 광역먹거리통합지원센터 운영의 모범사례가 된다"고 당위성을 내세웠다.

심지어 "군은 공공급식 인원 예측이 과도하게 설계돼 적자를 이유로 충남도의 직영이 어렵다면 부여군에서 운영과 운영비까지 부담하는 부분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나서며 원안추진을 고수하고 있다.

양승조 지사 "용역결과 다시 검증해 보자"

지난 21일 박정현 부여군수는 양승조 충남지사와의 면담에서 "210만 충남도민과 7만여 부여군민의 염원을 담은 광역먹거리통합지원센터 건립은 도지사의 약속이자 충남도 균형발전의 핵심 사업으로 차질 없이 정상 추진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양 지사는 "실무부서로부터 실패우려가 크다고 보고받고 위험 부담이 있다면 대체 사업을 찾아 부여군에 185억 원 이상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시한 바 있다"면서 "공공성과 공익적 가치가 있다면 일부 손실이 있더라도 추진해야 된다고 판단하며, 도민과 약속한 사항이라면 정상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도에서 재 연구용역 추진이 어렵다면 도비를 지원해서라도 부여군에서 실시토록 하는 방안까지도 알아보라 지시했다"면서 "광역 먹거리통합지원센터 건립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충남도 관계자는 양 지사가 "용역결과를 다시 검증해보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전했다.
지난 21일 양승조 충남지사와 박정현 부여군수가 접견을 했다. /사진제공=부여군청
지난 21일 양승조 충남지사와 박정현 부여군수가 접견을 했다. /사진제공=부여군청

잉여농산물 실질 수요 파악 못해

부여군은 "친환경이나 안전한 농산물을 확보해서 도민 건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소농들(친환경)의 유통체계에서 자유롭게 판매가 되질 않아 어려움이 있다. 잉여농산물이 소규모이고, 판매하지 못하면 농가에 손실이 발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기존에 잉여농산물의 연간 발생양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여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타 시‧도에서 공급받는 농산물이 40~50% 정도"라며 "부여군이 충남 내 타 시‧군 농산물을 52% 정도 사용하고 있다. 100% 자가공급은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도내 직매장이나 인근 대도시까지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며 광역먹거리통합지원센터 설립을 주장했다. 하지만 세종과 대전의 경우 별도의 로컬푸드 지원센터를 운영 중에 있다.

시장유통체계 흔들고, 애물단지로 전락 가능성도

부여군은 충남도가 원안 추진을 하지 않을 경우 직영을 내세우고 있지만, 기존의 시장유통체계와 크게 다르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충남도는 혈세만 투입된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까지 내다보고 있었다.

부여군 관계자는 "전체적인 컨트롤은 충남도에서 하고, 물류 등의 기능은 위탁을 하는 방향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도에서 용역 할 당시, 재단을 설립해 4개팀 35명의 인원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했고, 재단 운영하는데 연간 운영비와 인건비 30억 정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부여군은 재단까지는 필요없다"면서 "물류는 민간기업 참여하면 비용이 들지 않을 것이고, 실질적인 비용은 대략 약 5억 원 내외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초기에는 소규모로 운영하고, 확대가 되면 늘어날 수 있다. 유통을 하면 매출액의 수수료가 있기 때문에 기초운영비가 마련될 것이며, 대외적인 부분의 운영비는 행정에서 부담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충남도 측은 사업 자체에 회의적인 모습이었다. 충남도 관계자는 "수요예측이 잘못된 사업이어서 자칫 건물만 덩그러니 남게 될 우려가 있다"며 "도에서 매년 운영비를 부담하게 되는데, 장기적 관점에서 적자발생이 되지 않는 사업을 하는 게 맞다"고 했다.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충남중부물류센터가 3년간 60억 투입해 시민 소통공간으로 재탄생을 앞두고 있다. /사진출처=충청남도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충남중부물류센터가 3년간 60억 투입해 시민 소통공간으로 재탄생을 앞두고 있다. /사진출처=충청남도
충남도와 부여군은 기존의 농산물 유통체계와 관련해서 광역먹거리지원센터의 역할에 대한 의견을 달리했다. 부여군은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못한 반면, 충남도는 "부여군이 유통을 위탁하다가 적자가 발생하게 되면 적자분에 대해 위탁자와 수탁자가 절반씩 부담하는 안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실제 적자 분을 양측이 부담하지 않고 행정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충청남도 광역먹거리통합지원센터는 오는 2022년까지 도비 185억원을 투입, 부여군이 남면 (구)남성중학교 21,233㎡ 부지를 14억4000만원에 매입해 △친환경・직거래 유통센터, △시민교육체험관, △지역순환가공센터 등의 시설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충남도 공모사업으로 추진된 지원센터는 부여, 아산, 천안, 당진, 청양, 예산, 홍성군이 참여했으나, 부여군이 9월 최종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