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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타이어 3사(한국타이어·금호타이어·넥센타이어)의 볼멘소리가 이어진다. /사진제공=각 사 |
美 반덤핑에 떨고 있는 3사
미 상무부는 5월13일 반덤핑 예비 판정을 통해 결정한 ▲한국타이어 38.07% ▲금호타이어 27.81% ▲넥센타이어 14.24% 등의 추가 관세율을 최종 결정한다. 이후 6월28일 국제무역위원회(ITC) 검토를 거쳐 7월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반덤핑 관세란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수출된 제품 때문에 수입국 산업이 피해를 입었다면 수입국에서 그 차액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실제 명분과 다르게 주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 제품의 수입을 규제하기 위한 정책으로 남발한다는 지적이다.![]() |
한국타이어는 1000억원을 들여 2024년까지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공장 2단계 증설을 추진한다. /사진제공=한국타이어 |
물론 예비 판정에서 정해진 미국 상무부의 반덤핑 관세율이 최종 확정되더라도 ITC가 다시 검토해 관세 부과 여부를 뒤집을 수 있다. 하지만 국산 타이어를 겨냥한 이번 미국의 반덤핑 관세의 경우 예정대로 부과될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국내 타이어 3사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미국 반덤핑 관세에 대응책으로 해외 생산량을 확보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한국타이어는 1000억원을 들여 2024년까지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공장 2단계 증설을 추진한다. 한국타이어 측은 미국 내 연간 생산량이 기존 550만개에서 약 1100만개로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금호타이어는 베트남 공장 증설을 위해 약 3398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증설 규모는 승용차용은 연간 300만개와 트럭·버스용은 연간 80만개 등 총 380만개다. 넥센타이어는 재고 확보 등 단기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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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는 베트남 공장 증설을 위해 약 3398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사진제공=금호타이어 |
실제 타이어 3사의 수출 규모를 판가름할 수 있는 미국 내 종속회사와의 거래 비중(매출)은 2020년 기준 ▲한국타이어 39.7% ▲넥센타이어 28.3% ▲금호타이어 15.1%에 달한다. 타이어업계가 반덤핑 관세로 가격 경쟁력을 잃을 경우 실적 하락이 우려되는 이유다.
대한타이어산업협회 관계자는 “수출용 타이어 관세 부담으로 가격 경쟁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큰 만큼 미국 내 국산 타이어 판매 감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반덤핑 관세 테스크포스(TF)팀을 꾸려 준비하고 있다”며 “앞으로 미국 수출 물량을 예측해 전략적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 감소에 원자재 가격까지 뛰어… 가격 인상 불가피
타이어업체들은 지난해 나란히 고전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타이어 수요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실제 각사의 잠정실적 발표 자료에 따르면 타이어 3사의 지난해 합계 매출액은 10조3217억원으로 전년(11조2746억원)보다 8.5% 감소했다. 업체별 전년 대비 매출 감소폭은 ▲한국타이어 -6.3%(2019년 6조8832억원 → 2020년 6조4530억원) ▲넥센타이어 -16.0%(2조223억원→1조6981억원) ▲금호타이어 -8.4%(2조3691억원→2조1706억원) 등이다.![]() |
넥센타이어. /사진제공=넥센타이어 |
순이익 역시 한국타이어의 경우 전년에 비해 10.3% 줄었고 넥센타이어는 적자 전환됐다. 2019년 적자를 기록했던 금호타이어도 지난해 적자폭이 더 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은 타이어업계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타이어 원자재의 약 95%는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ASEAN) 국가에서 생산되는데 지난해 자연재해 영향으로 생산량이 약 1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타이어 생산 원재료 매입액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천연고무 값은 지난해 4분기 톤당 1530달러에서 올 1월 1569달러로 뛰었다.
가뜩이나 판매가 줄어든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인상이란 부담까지 떠안게 된 것이다. 결국 타이어 3사가 선택한 것은 가격 인상. 최소 3%에서 최대 10%까지 타이어 가격을 올리기로 결정했다.
신차에 눈 돌리는 타이어업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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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업체들의 고전은 내수시장에서도 이어져 왔다. /그래픽=김민준 기자 |
타이어업체들의 고전은 내수시장에서도 이어져 왔다. 실제 2016년 801만개였던 국내 신차용 타이어 개수는 지난해506만개로 37% 줄었다. 타이어산업협회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국내 중·대형 고급 승용차에 국산 타이어 장착을 요청한 것도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다.
타이어 3사 매출 구조를 보면 교체용과 신차용 비중이 7대3이다. 교체용 타이어는 소비자에 직접 판매되는 B2C, 신차용 타이어는 기업에 직접 공급하는 B2B 시장이다. 수출용 타이어 대부분은 교체용으로 봐도 무방하다. 미국의 반덤핑 관세 이후 교체용 타이어시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는 만큼 타이어 업계가 국산 신차로 눈을 돌린 것이다. 실제 국내 완성차에 신차용 타이어가 탑재될 경우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할 수 있고 브랜드 가치 상승과 함께 미래 교체용 타이어 수요 확보 등 여러 가지 장점이 따라온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반덤핑 관세에 따른 국산 타이어의 미국 내 입지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미국이 전 세계 최대시장인 점을 감안할 때 고민은 더 깊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