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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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순서
(1-1)'253억→1조' 오징어게임 대박났는데… 넷플릭스 ‘독식’ VS 영진위 ‘빈손’
(1-2)넷플릭스 세금은 '모르쇠'… 韓 콘텐츠 대박에도 영업이익률 2%?
(2-1)넷플릭스는 왜 망 이용대가를 안 낼까… "작가가 도서관에 돈 내는 꼴"
(2-2)"통신료는 발신자만 내냐"… '망 이용대가' 논란, SKB는 답답하다

지구촌이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에 열광하고 있다. 지난 9월 17일 첫 선을 보인 후 전 세계 1억1100만 가구가 한국 창작자들이 만든 이 드라마를 시청한 가운데 문화와 언어를 뛰어넘는 유례없는 흥행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랭킹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오징어게임은 총 94개국에서 ‘오늘의 톱10’ 1위에 올랐다. 넷플릭스가 미국에서 공개한 비영어권 시리즈 가운데서도 단연 톱이다. 넷플릭스의 공동 최고 경영 책임자(CEO) 겸 최고 콘텐츠 책임자(CCO) 테드 서랜도스는 ‘오징어게임’을 두고 자사가 지금까지 선보인 모든 작품 중 최고가 될 것이라고 흥분했다. 

오징어게임의 성공 가도로 넷플릭스의 전 세계 매출은 폭증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데에는 인색하다는 지적도 동시에 나온다.

오징어게임 흥행에도 제작사 인센티브 ‘0’

… IP 독식에 따른 하청기지화 우려도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간 넷플릭스에서 결제된 금액은 역대 최고치인 75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8% 늘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간 넷플릭스에서 결제된 금액은 역대 최고치인 75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8% 늘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간 넷플릭스에서 결제된 금액은 역대 최고치인 75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8% 늘었다. 같은 기간 유료 결제자 수 역시 63% 증가한 514만명으로 집계되면서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러한 증가세를 유지만 해도 올 한해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벌어들일 금액은 최소 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오징어게임의 흥행 규모를 감안할 경우 매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이 16일(현지시각) 넷플릭스가 작성한 내부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오징어게임은 약 9억 달러(약 1조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제작비인 2140만 달러(약 253억)의 39배에 이르는 수치다. 

하지만 오징어게임 등 오리지널 콘텐츠 흥행으로 인해 정작 국내 제작사에 돌아오는 추가 인센티브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와 제작사 간 계약 때문이다. 

소위 '오리지널 콘텐츠' 타이틀을 달고 공개되는 작품들의 경우 모두 넷플릭스가 IP(지식재산권)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넷플릭스의 경우 작품이 제작되기 전 제작사로부터 IP를 구매하는 ‘프리바이’(Pre-buy)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제작비부터 해외에서의 마케팅·더빙 작업 일체를 넷플릭스가 책임지지만 제작자는 흥행에 따른 추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없다.

연주환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팀장은 "계약서에 IP를 인정하는 부분이 포괄적으로 포함돼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영업기밀"이라며 "넷플릭스는 창작자들의 정당하고 충분한 수익 배분과 동반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로 계약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비 일부엔 국내 공적자금도 투여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청래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마포을)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영화진흥위원회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승리호 ▲낙원의 밤 ▲사냥의 시간 ▲콜 ▲새콤달콤 ▲제8일의 밤 등에 투자조합 출자로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공적자금이 투여된 이들 콘텐츠의 판권수익은 넷플릭스가 독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영진위의 한 관계자는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조직된 태스크포스(TF)에 의해 이들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이뤄졌다"면서 "다만 현재는 해당 TF가 해체된 상태로 자세한 답변이 어렵다"고 밝혔다.

스페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진제공=넷플릭스
스페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진제공=넷플릭스
학계에선 IP를 대가로 한 넷플릭스의 계약 방식이 중·장기적으로 한국 콘텐츠 성장에 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내 콘텐츠 산업이 넷플릭스의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한국판으로 제작되고 있는 스페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종이의집'을 예로 들면서 "종이의집은 스페인 드라마이지만, 작품에 대한 권리는 넷플릭스에 귀속돼 있다. 그 덕에 넷플릭스는 '종이의집' 포맷을 가져다가 다양한 작품들을 자유롭게 생산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징어게임도 마찬가지"라며 "원소스 멀티유즈(One-source, Multi-Use)를 통해 오징어게임은 멕시코의 전통적인 게임들로 구성된 새로운 넷플릭스 작품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한국의 작가·감독·배우가 투입됐어도 오징어게임이 '한국 드라마'가 아닌 '넷플릭스 드라마'라고 말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넷플릭스가 다수의 IP를 독점하게 된다면 현재 콘텐츠 제작 거점으로서 한국이 가지는 중요성도 점차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수백억원 벌기도, 잃기도… "투자자에 IP 넘기냐는 창작자의 선택"

/그래픽=김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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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업계에선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 생태계 성장에 크게 이바지했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넷플릭스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7700억원 이상을 투자해 80편 가량의 한국 콘텐츠를 전 세계에 소개했으며, 올 한 해 동안에도 한국 콘텐츠 제작에 약 5500억원 가량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국내 작은 제작사들은 수백억의 제작비를 당장 조달할 만한 역량이 안 된다. 이에 많은 창작자들이 터무니없는 가격에 계약을 맺기도 하는 실정"이라고 귀띔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본만 보고 거액의 투자를 단행하는 넷플릭스와 계약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이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된 ‘오징어게임’의 대본이 10년 전 투자자들로부터 거절당했다는 황동혁 감독의 이야기는 이미 유명한 일화다.

이 관계자는 IP를 대가로 계약할 지 여부는 오롯이 창작자한테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겨울연가의 제작사 팬 엔터테인먼트가 방송사인 KBS에 IP를 넘기지 않은 덕에 수백억원을 벌어들일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라면서도 "그렇다고 IP를 가지고 있는 모든 제작사가 대박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빚을 내서라고 IP를 확보할지, 몇백억원을 받고 IP를 투자자에 넘길지는 창작자의 선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