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리포트-오징어게임이 불편한 이유(2-1)] "쓴 만큼 망 이용대가 낸다면 CP간 빈부차 생길 것"
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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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등장 이후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태는 크게 바뀌었다. 수년 전만 해도 드라마를 보기 위해 정해진 시간 TV 앞에 모이고 영화 개봉일에 맞춰 극장을 갔다면 이제는 ‘내가 가능한 시간, 원하는 콘텐츠’를 능동적으로 소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창작 생태계도 완전히 달라졌다. 작품의 기획 내용 만을 보고 제작비와 해외 마케팅 비용 일체를 부담하는 넷플릭스의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 방식에 의해서다.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게임’ 등 투자자로부터 거절 당했던 수많은 국내 작품들의 글로벌 흥행에서 넷플릭스의 기여가 크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보여준 성과와 별개로 이 기업의 안하무인식 행보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전 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막대한 매출을 올리면서도 정작 그에 걸맞은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서다. 오징어게임의 성공과 함께 넷플릭스가 외면해온 망 이용 대가와 세금회피 문제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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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1)'253억→1조' 오징어게임 대박났는데… 넷플릭스 ‘독식’ VS 영진위 ‘빈손’ (1-2)넷플릭스 세금은 '모르쇠'… 韓 콘텐츠 대박에도 영업이익률 2%? (2-1)넷플릭스는 왜 망 이용대가를 안 낼까… "작가가 도서관에 돈 내는 꼴" (2-2)"통신료는 발신자만 내냐"… '망 이용대가' 논란, SKB는 답답하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망(네트워크) 무단 사용에 제동이 걸렸다. 오징어게임 등 연이은 오리지널 콘텐츠 흥행으로 트래픽 양이 급증하자 ISP(통신사업자)들이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며 반기를 들면서다. 인터넷 망에 대해 차별 없이 동등한 접근권을 무료로 보장해야 한다는 넷플릭스와 망은 하나의 상품으로 요금을 내야 한다는 ISP 간 피해갈 수 없는 싸움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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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이용대가 까먹지 않았지?… 오징어게임 흥행이 불편한 S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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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는 지난 9월 30일 넷플릭스에 망 이용대가 청구를 위한 반소를 제기했다. 올 6월 SK브로드밴드 승소로 끝난 1심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의 후속 조치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넷플릭스가 대가 지급 없이 회사의 망을 이용하고 있다"며 "1심 판결에도 넷플릭스가 협상에 전혀 응하지 않은 채 망 이용대가 지급을 이행하지 않아 부당이득반환 법리에 의거, 반소를 제기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법원은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양사 간 싸움에서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0부(김형석 부장판사)는 넷플릭스 인코퍼레이티드 및 한국법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 대해 각하하고 원고의 나머지 청구에 대해선 기각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망 이용대가 지급과 관련, "글로벌 CP(콘텐츠사업자)가 국내 ISP의 인터넷 망에 대한 연결 및 그 연결 상태 유지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는 것에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SK브로드밴드 내 넷플릭스 트래픽 양 추이. /그래픽=김은옥 기자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자사 망에 발생시키는 트래픽은 2018년 5월 50Gbps(기가비트·초당 얼마나 많은 양의 정보를 보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단위. 1Gbps는 1초에 대략 10억비트의 데이터를 보낼 수 있다는 뜻)에서 2021년 9월 1200Gbps 수준으로 약 24배 급증했다.
또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부천병)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서 올 2분기 국내 트래픽 발생량의 78.5%는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등 해외 CP로 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지난해 73.1%보다 5.4%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발생시키는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망을 증설해야 하는 상황에서 회사의 손실 역시 계속 늘고 있다고 말한다. 망 이용대가 청구 금액은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 전용회선을 이용하기 시작한 2018년 6월부터 현재 기준 약 700억원, 소송이 1년 이상 길어질 경우 최대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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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왜 망 이용대가 안낼까… “콘텐츠 전송은 ISP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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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공동 최고 경영 책임자(CEO) 리드 헤이스팅스와 테드 서랜도스 /사진=로이터
그렇다면 넷플릭스는 왜 판결에 불복하고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것일까. 이러한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논쟁은 사실 망 이용대가에 대한 복잡한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넷플릭스는 망 이용대가를 '접속료'와 '전송료'로 구분지으며, 망 중립성 원칙에 의거해 이용자와 CP가 접속료를 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뒤 전송 과정에 대한 비용(전송료)은 ISP가 담당할 몫이라고 주장해 왔다. 또 이미 인터넷 사용료를 지불한 이용자가 요청한 콘텐츠를 전송하는 CP에 ISP가 망 이용대가를 청구하는 것은 '이중 부과'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넷플릭스 주장을 이해하려면 '망 중립성'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인터넷 망의 이용질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인 '망 중립성'은 전송하는 정보의 양에 따라 데이터 전달에 차별을 둬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망 중립성 원칙에 따르면 ISP는 이메일을 1통 보낸 A사와 100통을 발신한 B사 모두 공평하게 망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ISP가 CP에 콘텐츠 이용 증가에 따른 트래픽 양 급증을 이유로 자사에 접속료 외 전송료를 요구하는 것은 망 중립성 원칙을 해친다고 넷플릭스는 말한다.
박경신 오픈넷 이사는 망 중립성이 위배될 경우 ‘힘없는 개인도 매스커뮤니케이션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인터넷의 문명사적 의의가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ISP가 제공하는 망과 CP를 각각 도서관과 저자에 빗대면서 “도서관이 저자로부터 돈을 받고, 도서관에 기증하는 돈 만큼만 자신의 책을 둔다면 결국 빈부차에 따라 홍보력에 차이가 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망 이용대가 부분에 있어선 일부 국내 CP도 넷플릭스와 한 편에 섰다. 특히 콘텐츠 개발비용 확보 조차 어려운 국내 중소 OTT 업체들은 망 이용대가가 큰 부담으로 와 닿는다고 말한다. 한 국내 OTT 관계자는 "망 이용대가를 지출하지 않으면 그 비용을 콘텐츠 제작이나 마케팅 비용 등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OTT는 망 이용대가를 ISP에 내면서도 이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기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