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1호기 전경. / 사진=뉴스1 DB
고리원전 1호기 전경. / 사진=뉴스1 DB
▶기사 게재 순서
(1) 속도 붙은 EU 원전 드라이브… ‘K-택소노미’ 수정될까
(2) 커지는 전기요금 인상 압박… 해법은 원전?
(3) ‘EU 택소노미’에 원전업계 기회 될까… 눈여겨 볼 기업 어디?
(4) 탈원전 존속이냐 폐기냐… 공은 차기 정부로
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국내 전기요금이 급등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한국은 전력 발전에 필요한 에너지 자원 대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난 장기화 시 에너지 대란을 피할 수 없다. 특히 발전단가가 지속 상승해 한국전력의 전력 구매 부담과 영업손실 규모가 늘고 전기요금 인상을 부추긴다. 전력 대란과 전기요금 상승 부담을 최소화하려면 저렴하고 발전 효율이 높은 원자력 발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년 간 탈원전 손실 10조원”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한국전력의 지난해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매출 60조6205억원, 영업손실 4조7687억원이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발전단가가 치솟았고 이로 인해 한전이 전기를 사올 때 내는 전력도매가격(SMP)가 급등하면서 손해를 본 것이다. 올해 1월 평균 SMP는 킬로와트시(㎾h)당 153.82원으로 지난해 1월 70.65원 대비 두배 이상 뛰었고 2월 들어서는 일 평균 SMP가 ㎾h당 20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문제는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우려가 커지면서 브렌트유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모두 지난 15일 90달러대를 넘어섰으며 조만간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JP모건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긴장 고조로 공급충격이 이어질 경우 올해 1분기 국제유가가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액화천연가스(LNG)도 러시아가 유럽으로 공급되는 가스관을 잠그면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기준 LNG 수입단가는 톤당 892.027달러로 1년 전과 비교해 148.85% 급등했다.

커지는 전기요금 인상 압박… 해법은 원전?
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잡히지 않을 경우 한전 손실 규모는 올해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한전의 손실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전 비중을 2016년 30% 수준으로만 유지했다면 5년간 10조2000여억원의 손실을 줄이는 것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심 교수에 따르면 원전 이용률이 2012∼2016년 연평균 81.6%에서 2017∼2021년 연평균 71.5%까지 줄고 발전 단가가 비싼 LNG로 발전량을 대체하면서 평균 전력 공급원가는 2016년 ㎾h당 85원에서 지난해 93원으로 9% 증가했다. 이로 인해 10조2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업계는 한전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 올해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려면 발전단가가 저렴한 원전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원전 활용 주장 커져

한전의 12월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원전 전력 구입 단가는 ㎾h당 56.27원으로 ▲유연탄 100.63원 ▲무연탄 101.94원 ▲유류 218.12원 ▲LNG 복합 122.37원 등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저렴했다.


원료인 우라늄 가격도 다른 에너지 원자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우라늄 가격은 파운드당 43.66달러다. 우라늄은 통상 1g당 석탄 3톤과 맞먹는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우라늄은 화석연료와는 달리 한 번 투입하면 18개월가량 사용할 수 있다”며 “저렴한 비용으로 최대한의 발전 효율을 거둘 수 있는 게 원전”이라고 전했다.

커지는 전기요금 인상 압박… 해법은 원전?
하지만 정부는 탈원전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다. 탄소중립위원회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보면 A안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70.8%로, B안은 60.9%로 각각 확대하는 대신 원전 비중은 현행 29%에서 6.1~7.2%로 줄일 방침이다. 중간 단계인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계획도 재생에너지 비중을 2020년 6.6%에서 2030년 30.2%로 늘리고 같은 기간 원전 비중을 29%에서 23.9%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전 비중을 축소하고 신재생 발전 비중만 늘리면 전기요금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경고한다. 심형진 교수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설비용량을 태양광(124GW), 풍력(12.5GW), 에너지저장장치(ESS·411GWh)로 가정하고 1년 8760시간 전력공급을 모의한 결과 2030년 전기요금이 2020년 대비 44%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호 서울대 원자력미래기술정책연구소 박사도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정부가 내세운 2030년 풍력발전 설비용량을 17.7GW로 가정하고 하루치 최대 잉여전력 저장을 위한 ESS 설비 용량을 274GWh로 계산한 결과 전기요금이 39%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과 2030년까지 운영허가가 만료되는 원전 8~10기를 계속 운전한다면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과 전기요금 인상 폭을 14% 정도로 막을 수 있다”며 원전의 적극적인 활용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