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4억원의 횡령이 발생한 우리은행 사고로 인해  은행권에 순환근무제가 제도화할지 금융권의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점 전경./사진=우리은행
614억원의 횡령이 발생한 우리은행 사고로 인해 은행권에 순환근무제가 제도화할지 금융권의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점 전경./사진=우리은행

614억원의 횡령이 발생한 우리은행 사고로 인해 은행권에 순환근무제가 제도화할지 금융권의 관심이 모아진다.

이번 횡령사건이 발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 직원이 한 부서에만 10년동안 일할 수 있었던 게 주효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어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614억원의 횡령사건이 발생한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통상 은행 직원들은 한 부서에만 장기근속을 하지 못하도록 순환근무제를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다만 기업 M&A(인수합병) 등 전문성을 요하는 업무에는 장기근속이 예외적으로 허용돼왔다.

우리은행에서 614억원을 횡령했던 직원 A씨는 기업개선부에서만 10년 이상 근무해왔다. A씨는 2012년 173억원, 2015년 148억원을 수표로 빼가고 2018년 293억원을 계좌이체방식으로 회삿돈을 빼돌렸는데 문서 위조가 동원됐다.


그는 2012년 10월에는 소송 공탁금으로 2015년에는 부동산 신탁 전문 회사에 돈을 맡겨두겠다며 상급자를 속이고 회삿돈을 빼돌렸다.

2018년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돈을 맡기기로 했다는 문서를 위조해 승인받은 뒤 동생이 대표로 있던 회사 계좌로 이체했다.

이를 두고 직원 A씨가 내부 문서까지 위조하는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던 데에는 내부통제 없이 한 부서에서만 10년 넘게 일해온 점이 지적되고 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본점을 상대로 근무체계를 점검 중이다.

통상 은행원은 돈을 다루는 직종인만큼 은행들은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에 다른 금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2년 이상 한 부서에만 몸을 담았던 직원을 장기 근무자로보고 해당 직원을 다른 지점이나 부서로 이동시키는 순환근무제도를 시행 중이다. 다만 순환근무제는 은행 내규에는 있지만 은행법 시행령이나 감독규정에 명시해 강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M&A 등 전문성을 요구하는 기업금융 부서의 경우 은행 내규상 예외적으로 장기근속이 허용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경우에도 두명 이상의 인력을 투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내부통제를 해야 한다.

은행 표준내부통제 기준 제33조(고위험사무 직무분리기준)에 따르면 조직단위의 장은 준법감시인과 협의해 담당직무 중 사고발생 우려가 높은 단일거래에 대해 복수의 인력 또는 부서가 참여하도록 하는 등 직무분리기준을 수립하고 적용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다만 인력 부족이나 사안의 시급성 등으로 불가피하게 직무분리의 적용이 어려운 경우에 대한 별도의 보완통제 장치를 마련해 운영해야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옛날에는 한 부서에서 3년만 지나도 순환을 시켰는데 최근 들어 기업금융전문가, 디지털금융전무가 등을 요구하다보니 장기근속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도 한다"며 "실제로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는 대체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