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말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4가 재개발구역(이하 문래4구역)이 요건을 충족해 조합 설립이 가시화된 가운데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대형건설업체들의 불법 활동이 도마 위에 올랐다. 조합 설립 요건 충족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시공능력평가(시평) 10위권 대형건설업체들이 앞다퉈 '축하' 현수막을 내걸며 조합원들에 눈도장을 찍으려 했지만 해당 구청은 이를 불법으로 간주, 모조리 철거했다.
지난 5월 24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3가 '국화맨션' 앞. 대부분의 건물이 오래된 1층인데다 다닥다닥 붙어있어 답답함을 느낄 정도였다. 문래4구역 안은 흔한 편의점도 아닌 동네 슈퍼가 눈에 띄고 정겨운 분위기를 내는 작은 음식점들도 많았다. 마치 시골에 온 듯한 골목을 지나 대로변 쪽으로 가서야 고층 아파트와 카페 등이 보였다.
재개발구역 인근 철공소 사장은 "조합이 설립되고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상권이 활기를 찾은 듯한 분위기"라며 "건설업체 직원들이 현수막을 걸기 위해 몰려들며 시끌벅적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지역에 오래 거주한 몇몇 노인분들은 재개발에 반대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재개발이 무사히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문래4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지난 4월 토지 등 소유자들의 동의율 77%를 달성해 조합 설립 요건을 충족했다. 조합 설립 조건을 충족했다는 소식에 대형건설업체들은 5월 초 골목골목마다 현수막을 설치했다.
추진위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현수막을 설치한 건설업체는 현대건설(2위) GS건설(3위) 대우건설(5위) 롯데건설(7위) 등이다. 이들 업체는 '문래동4가의 성공적인 재개발사업 추진을 응원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걸며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한 달도 채 안돼 현장에 내걸린 현수막은 모두 철거됐다. 추진위 관계자는 "며칠 전 구청에서 철거했다"고 설명했다. 철거 이유는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위반에 따른 불법 설치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지정된 장소가 아니면 관련법에 따라 현수막을 다 철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
현장에서 만난 신길철 문래동4가 재개발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조합 설립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같이 일하던 분 중 암으로 돌아가신 분도 있었다"고 했다. 해당 구역은 추진위 구성부터 조합설립 요건을 달성하기까지 총 13년이 소요됐다.
앞서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는 지난 4월 시공사 선정 시점을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기는 내용의 도시·주거환경정비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재발의했다. 기존 조례는 조합이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얻은 뒤 시공사 선정이 이뤄지도록 규정하면서 조합이 사업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건설업계는 개정 조례안이 통과될 경우 시공사 선정 기한이 최소 1년 가량 줄어들고 조합의 초기 자금 부담도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추진위는 오는 8월 16일 총회를 열고 영등포구청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문래동4가 도시환경정비사업은 문래동4가 23-6번지 일원(9만4087㎡)에 아파트 1220가구와 지식산업센터 1000실, 공공청사 등을 짓는 사업이다.
|
대형건설업체들의 치열한 수주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신 위원장은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 10곳 정도가 다녀갔다"며 "조합원들 사이에선 시공사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특정 업체를 거론하지 않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규모가 큰 시공사를 선호하지 않겠냐"고 귀띔했다.
앞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공사 선호도 설문조사 결과 A사의 선호도가 과반을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수 년간 강남 재건축 수주를 활발히 하면서도 브랜드 파워가 강한 기업으로 자연스럽게 선호도가 높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