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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도입한 주택공급제도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이 지난 6·1 지방선거 승리로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을까. 신통기획과 더불어 모아주택 등 '오세훈표 주택공약'으로 손꼽히는 이들 사업은 당초 각종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높았으나, 최근 갑작스런 금리 인상 등 대외적 환경 변화에 따라 뜻하지 않게 복병을 만난 모습이다.
신통기획 재개발 1호 사업지로 주목받은 서울 강동구 천호동 397-419번지(이하 '천호3-2구역')는 지난달 서울시 심의를 통과해 지난달 25일 주택정비형 재개발 정비계획안이 가결됐다.
노후 불량 건축물이 90%를 넘는 천호3-2구역은 서울의 대표 낙후지역으로 높은 언덕에 단독주택과 다세대주택(빌라)이 밀집해 있다. 지난 15일 이른 아침 방문한 천호3-2구역은 비가 오다 그치다를 반복하는 변덕스런 날씨 때문인지 더욱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구역 내 진입하자 높은 언덕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고 양옆으로 빌라 몇 채가 눈에 띄었다. 전형적인 재개발 달동네의 모습으로 계단을 오르고 나면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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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을 조금 벗어나면 서울 지하철 5호선 천호역이 나타났다. 역 앞 대로변에 백화점과 아파트, 오피스텔 등 고층 건물이 보여 천호3-2구역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천호3-2구역 일대는 1만9292㎡ 면적으로 노후 주택이 90%에 달한다. 신통기획을 통해 기존 307가구에서 공공주택 77가구를 포함한 총 420가구, 최고 23층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한다.
기존 '2종 일반주거지역 7층 높이 제한' 지역인 천호 3-2구역은 신통기획 지정에 따른 규제 완화로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 '190%'를 적용하게 된다. 여기에 공공기여 등에 따른 인센티브를 추가로 제공해 최종 용적률은 215.4%다. 이와 함께 용도지역 변경 시에 전제조건이던 공공기여 의무가 폐지돼 기부채납 대신 공영주차장 77면을 확보하기로 했다.
골목길에서 만난 주민 김모씨(60대)는 "천호동 주변 일대가 조금씩 철거되고 재개발되면서 낡은 모습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이라며 "언덕도 많고 노후주택이 많은 동네가 어떻게 바뀔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이모씨(40대)도 "계단이 많고 언덕도 높아 귀가가 힘들었던 데다 밤에 골목길은 음침하고 무서워서 개발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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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규제 완화와 높은 사업성을 기대했던 신통기획이지만,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자재가격 인상과 금리 상승 등으로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우려도 있다. 인근 지역 C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재개발 소식 이후에 반짝 관심이 생겼었지만 지속적인 문의가 있지는 않았다"며 "요즘 들어 투자에 관심 있는 외지인보다 지역 내 주민들이 시장 분위기를 더 궁금해한다"고 설명했다.
D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도 "최근 일대 아파트 거래 상황을 보면 재개발 때문에 특별히 가격이 뛰지는 않았다"며 "10년 이내 아파트들 대부분이 13억~15억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전까지는 상황을 알 수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천호동과 함께 광진구 중곡동이 신통기획 1호 사업지로 시작을 알린 이후 서울 곳곳에서 신통기획 확정 소식이 들려왔다. 여의도 시범아파트와 한양아파트, 삼부아파트도 신통기획 재건축 사업에 동참했다. 강동구 명일동 고덕현대는 신통기획 이탈 조짐을 보이다 결국 재합류했다.
금천·중랑·은평 등 서울 외곽지역일수록 민간개발 가능성이 낮다 보니, 공공개발인 신통기획 추진에 힘을 쏟고 있다. 집값이 높은 강남 등 서울 주요 입지는 초반에 대거 신통기획을 신청했다가 임대주택과 소형주택의 비중 증가, 즉 '지분 쪼개기' 문제가 커지며 이탈이 확산돼 신통기획은 저가 지역의 마지막 희망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