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하나 먹고 배불러"… 소식좌인가 섭식장애인가 [Z시세]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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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최근 한 여성 연예인이 자신을 '소식좌'라고 지칭하며 해당 단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이 식습관이 소식이 맞는지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마른 몸매의 연예인을 보면 나도 굶어야 할 것 같아요."
"음식을 먹을 때마다 살찌지 않을까 걱정돼요."

최근 '소식좌'라는 단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한 여성연예인이 자신을 '소식좌'라고 소개하면서부터다. 소식좌란 식사량이 적은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다.

이들은 누가 봐도 극단적으로 적게 먹는다. 하루 종일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거나 커피 한잔으로 끼니를 때운다. 식당에서 음식을 시켜도 한두 숟가락 만에 배불러하고 작은 과자도 한 조각 먹는 것을 힘겨워할 정도다.

마르고 예쁜 여성연예인의 '소식좌' 식습관은 외모 유지의 비결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들은 몸무게가 30~40㎏대라고 밝히며 적게 먹는 모습을 과시하듯 드러낸다. 그래서인지 10~20대 사이에서 극단적인 소식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저렇게 적게 먹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과 함께 소식좌 열풍이 불편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성장기에 놓인 어린이·청소년 층이 소식좌의 식습관을 따라할 경우 영양 불균형 등 여러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행하는 '소식좌'… 그게 뭔가요?


연예인과 유튜브 채널로 인한 '소식좌' 유행에 일반인들까지 극단적인 '소식'을 따라하고 있다. 사진은 일명 '소식좌' 방송인 박소현과 가수 산다라박이 나오는 유튜브 '밥맛없는 언니들' 캡처. /사진=유튜브 '홍마늘 스튜디오' 캡처
소식좌 유행에 불을 붙인 건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미디어가 제작한 '소식좌 콘텐츠'다. 소식좌로 불리는 방송인 박소현과 가수 산다라박이 나오는 유튜브 콘텐츠 '밥맛없는 언니들'이 대표적이다.

이 콘텐츠에는 적게 먹는 '소식좌'와 대비되는 일명 '대식좌'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함께 식사하며 서로에게 경악한다. 소식좌들은 음식을 몇입 먹지 않고 배가 부르다며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음식을 삼키는 것이 너무 힘들다며 빵 한 조각을 5분 이상 씹기도 한다. 대식좌들은 이들을 보며 "어떻게 그렇게 적게 먹지?"라며 깜짝 놀란다.

산다라박은 38㎏, 박소연은 46㎏라는 마른 몸과 체중도 강조한다. 콘텐츠 속에서는 이들의 작은 체구가 적게 먹는 식습관을 통해 이뤄진 것처럼 얘기한다.

이 외에도 각종 TV 예능프로그램과 유튜브 채널에는 자칭 '소식좌'라는 연예인이 너나없이 등장한다. 대부분이 마른 체형을 가진 모델과 아이돌 가수다. 미디어는 이들의 극단적으로 적게 먹는 식습관과 마른 몸매를 강조해서 비춘다. 다른 연예인들은 이들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저러니까 말랐지!"라고 감탄한다.

이에 '나도 소식좌'라는 일반인까지 우후죽순 생겨났다. 각종 유튜브 채널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소식 먹방' '소식좌의 하루' '소식좌 일상' 등의 제목으로 음식을 적게 먹는 모습을 공개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소식좌'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이들의 모습은 비슷하다. 대부분 여성이고 마른 체형이다. 이들이 공개한 몸무게는 대부분 저체중이다. 이들은 하루 종일 제대로 된 끼니를 챙겨먹지 않는다. 음식을 먹더라도 1인분은 커녕 한두 입만 먹은 뒤 배부르다며 젓가락을 놓는다. 그마저도 제대로 된 식사가 아닌 라면·패스트푸드 등 건강하지 못한 음식이다.

대중들은 이 같은 콘텐츠가 불편하다며 눈살을 찌푸린다. 한 누리꾼은 "하루 종일 한 끼도 건강하게 먹지 않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며 "저 정도는 거식증이나 일종의 식이장애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일부러 음식을 많이 남기는 게 보기 좋지 않다"고 일침을 가했다.

특히 "저렇게 극단적으로 적게 먹는것은 이상하다"며 "(콘텐츠 제작을 위해) 일부러 적게 먹는 척하는 것 아니냐"고 소식좌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소식' 아닌 '절식'… 너무 유해해요


각종 유튜브 채널과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는 일반인의 '소식 먹방' '소식좌 일상'등의 영상이 우후죽순 올라오고 있다. 사진은 일반인들의 '소식좌' 유튜브 콘텐츠 캡처. /사진=유튜브 캡처
소식좌 열풍에 괴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평소 외모나 체형에 컴플렉스를 가진 이들은 소식좌 유행이 또다른 강박을 만든다고 토로한다.

꾸준히 다이어트를 한다는 김모씨(여·20대)는 "소식좌를 보면 나도 저렇게 적게 먹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며 "한 숟가락 먹고 배부르다는 사람을 보면 밥 한 그릇을 다 먹는 내가 돼지 같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최모씨(여·20대)는 다이어트 강박 탓에 식이장애를 앓고 있다. 그는 "굶다가 폭식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며 "너무 많이 먹었다 싶으면 억지로 토한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최씨는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은 너무나도 마르고 예쁘다"며 "그들의 몸매 비결이 굶는 것이라면 나도 그래야겠다는 강박이 든다"고 덧붙였다.

더 큰 문제는 성장기인 청소년까지 이들을 따라한다는 점이다. 고등학생 고모양(여·16)은 "요즘 미의 기준은 '소식좌'나 '뼈말라 인간' 등 마른 연예인이다"며 "거울을 보면서 나도 그 기준에 맞추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다이어트 중인 고등학생 박모양(여·15)은 "방학 동안 하루 한 끼만 먹거나 다이어트 쉐이크만 먹어서 살을 많이 뺐다"며 "학기 중에도 노력해서 몸무게를 더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쁜 연예인처럼 나도 마르고 싶다"고 밝혔다.



잘못된 '소식'… 몸도 정신도 해친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식습관이 각종 건강 문제를 야기한다고 경고했다. 사진은 김승재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왼쪽)와 전진용 울산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본인 제공
전문가들은 극단적인 '소식'은 잘못된 식습관이라며 미디어에서 이를 무분별하게 다루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잘못된 식습관을 무작정 따라할 경우 건강에 큰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이어트 강박이 심한 여성과 청소년에겐 정신적인 문제도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승재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건강에 무리가 가지 않는 소식이란 하루 필요한 열량의 70~80%를 섭취하는 것"이라며 "요즘 미디어에서 비춰지는 것처럼 아예 먹지 않는 행위가 아니다"고 단호히 말했다. 김 교수는 "본인의 건강과 필수 영양소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소식'이 아닌 '절식'이다"며 "이러한 잘못된 식습관은 다양한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청소년에게는 성장 발달 문제, 여성에게는 식욕부진 등 식이장애, 폐경기 여성과 노인에게는 골감소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미디어 등을 통해 잘못된 식습관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비춰질 경우 "다이어트에 집착하는 여성이나 청소년에게 강박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그들은 이 같은 콘텐츠에 민감하다"며 "본인이 정상체중이거나 저체중임에도 살을 더 빼야 한다며 체중에 집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진용 울산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도 "극단적으로 먹지 않는 식습관은 넓은 영역에서 보면 섭식장애"라고 단언했다. 그는 "식이나 체중에 걱정이 많은 사람의 경우 이런 문화적 요인이 정서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체중 등 외모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정서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남이 보기엔 정상체중일지라도 열등감과 불안감에 시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과도하게 마른 체형이나 거식증 등 식이장애는 다양한 건강문제를 유발한다"며 "다양한 합병증과 갑상샘 문제, 여성의 경우 생리불순 등 신체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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