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시중은행 탈바꿈… 지역한계 딛고 '퀀텀점프' 나설까

[머니S 리포트-위기냐 기회냐, 기로에 선 지방은행①] 脫지역화 통한 성장 기대하지만 산업자본 한도 규제·건전성 우려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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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대형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형성된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해 금융당국이 지방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승격하면 탈지역화를 통해 영업발판을 넓힐 수 있지만 지배구조를 바꾸는데 적잖은 비용이 드는 데다 지역 중소기업 대출이 줄어 지역 경기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방은행은 영업망 확대를 위해 수도권 점포 수를 늘리고 빅테크와의 협업에도 적극적이다. 이런 가운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두고 '지역경제 발전'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방은행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시중은행 전환 등 무리한 정책보다 영업 규제 완화, 디지털 금융 등 신사업 진입 경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지방은행→시중은행 탈바꿈… 지역한계 딛고 '퀀텀점프' 나설까
② 수도권 보폭 넓히는 부산·대구은행… "지방색 벗는다"
③ "지방경제 살려라" 산업은행 부산행… 공공기관 이전 실효성 논란


금융당국이 '은행권 과점 깨기' 프로젝트로 스몰라이선스(세분화한 소규모 은행업 인가)를 통한 특화은행 설립, 은행업 추가 인가,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권에 새로운 플레이어를 등장시켜 경쟁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금융당국의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특화은행 설립을 논의하겠다며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를 대표 사례로 소개했다.

하지만 지난 10일(현지 시각) SVB가 파산하면서 특화은행 도입 추진 동력이 힘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출범 6년차를 맞은 인터넷전문은행조차 시중은행과 규모 차이로 인해 과점 체제에 균열을 내지 못하면서 은행업 추가 인가를 통한 제4인터넷전문은행 등 또 다른 메기를 투입해도 경쟁을 촉진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이에 은행권 과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기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거론된다.
(왼쪽부터)BNK부산은행 본점, DGB대구은행 본점, 전북은행 본점./사진=각 사


자본금 요건 충족하지만 지배구조 난제


금융당국은 저축은행과 지방은행이 자본금·지배구조 등 인가 요건을 충족하면 각각 지방은행과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중은행 독과점 구조를 깨기 위해선 완전히 새로운 은행을 등장시키기보다 기존 지방은행 가운데 자격 요건만 갖추면 시중은행으로 격상하는 것이 현실적이란 판단이 작용했다.

현재 자본금 기준은 시중은행 1000억원, 지방은행 250억원 등이다. 지방은행 6곳의 자본금은 시중은행 자본금 기준인 1000억원을 이미 훌쩍 넘는다.

실제 2022년 말 기준 은행별 자본금은 ▲부산은행 9774억원 ▲대구은행 6806억원 ▲전북은행 4616억원 ▲경남은행 4321억원 ▲광주은행 2566억원 ▲제주은행 1606억원 등에 달한다.

다만 지방은행의 지배구조 요건을 시중은행 기준으로 맞추기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은행법상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시중은행의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 지분 보유 한도는 4%로 제한돼 있다.

반면 지방은행은 15%까지 허용돼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려면 최대주주가 최대 11%의 지분을 포기해야 한다. 동일인 주식보유 한도도 시중은행은 10%로 제한해 지방은행(15%)보다 더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을 자회사로 둔 BNK금융지주의 최대주주는 부산롯데호텔을 포함한 롯데 계열사 8곳. 이들 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 11.14%의 BNK금융 지분을 갖고 있다. 국민연금은 9.15%의 지분율로 BNK금융의 2대 주주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을 운영하는 JB금융지주의 경우 삼양사가 14.61%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2대 주주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으로 14.04%이며 이어 OK저축은행 10.99%, 국민연금공단 8.45% 등이다.

반면 대구은행 지분 100%를 보유한 DGB금융지주의 경우 국민연금(9.92%)과 OK저축은행(8.00%) 등으로 주요 주주가 구성돼 산업자본 이슈에서 벗어나 있다.

BNK금융과 JB금융의 경우 지분 정리에 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려면 적잖은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산업자본 한도 완화 가능성도 나오지만 특혜 시비 논란에 금융당국은 이를 완전히 배제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방은행들과 경쟁력 강화 방안을 지속 논의 중이지만 현재까지 시중은행 전환 의향을 드러낸 곳은 없다"며 "올 6월까지 의견을 수렴해 실현 가능한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지역거점 위주 영업 벗어나 성장가도 달린다


금융당국은 지방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경우 은행 수가 늘어 은행산업 경쟁이 촉진되고 금융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효용을 기대하고 있다.

지방은행 입장에선 지역 경기 침체와 인구 감소 등에 따라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시중은행으로 전환되면 대출 수요가 많은 수도권은 물론 지방은행이 없는 충청도와 강원도 등으로 영업권역 확대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일부 지방은행은 안방인 거점 지역에서조차 점유율 축소를 겪으며 위상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전북은행의 전라북도 총여신 점유율은 19.7%로 2020년 9월 말(22.5%)에 비해 2년 만에 2.8%포인트 떨어졌다.

대구은행의 대구 총여신 점유율 역시 2020년 9월 말 28.6%에서 2022년 9월 말 27.5%로 1.1%포인트 축소됐다.

지역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거점 지역의 대출 영업만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판단에 지방은행은 안정적인 대출처가 있는 수도권으로 진출을 확대하면서 거점지역 점유율 하락이란 역효과가 난 것으로 분석된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되면 지역거점 영업이란 태생적 한계를 뛰어넘음은 물론 자금조달비용도 감소, 저리로 신규 대출을 취급할 수 있는 만큼 보다 낮은 이자율로 대출해 줄 수 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부여한 신용등급 수준에 따라 시중은행(AAA)은 지방은행(AA)보다 낮은 금리로 은행채 발행 등을 통한 자금조달을 할 수 있다"며 "반대로 예·적금 등 수신 유치 경쟁에선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은 지방은행이 시중은행보다 더 높은 이자를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역 중소기업 외면하고 가계대출 늘릴 수도


지방은행 활성화 필요성에 공감하는 시각도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부 지방은행의 자산 건전성에 경고음이 켜지고 있어서다. 부산은행의 연체금액은 2022년 말 기준 1493억원으로 전기 대비 23.8% 급증했다. 연체율은 0.26%로 0.04%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전북은행과 광주은행 연체 금액은 각각 1178억원, 724억원으로 전기 대비 10.6%, 11%씩 늘었다. 연체율은 전북은행 0.69%, 전북은행 0.33% 등으로 각각 0.06%포인트, 0.04%포인트씩 상승했다.

특히 대구은행의 연체율은 0.43%로 1년 전(0.22%)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여기에 가뜩이나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 바 '3고'로 인해 기업의 경영난이 가중된 상황에서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되면 중소기업대출의무비율이 60%에서 40%로 낮아짐에 따라 지역 중소기업이 자금난에 처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방은행은 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해 20% 줄어든 중소기업 대출 공급을 금리가 더 높은 가계대출로 전환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대출의무는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중 하나인 만큼 지방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되레 지역경제 침체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방은행 중에서도 건전성 악화 우려가 없는 곳을 중심으로 시중은행 전환을 고려해볼 수는 있겠다"며 "은행 과점 해소를 위해선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도 필요하지만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가 급격히 커지지 않도록 관리해 이자이익 의존도도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슬기
박슬기 seul6@mt.co.kr

생활에 꼭 필요한 금융지식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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