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경제 살려라" 산업은행 부산행… 공공기관 이전 실효성 논란

[머니S 리포트-위기냐 기회냐, 기로에 선 지방은행③] 막 오른 공공기관 2차 이전, 인력 이탈에 노사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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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대형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형성된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해 금융당국이 지방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승격하면 탈지역화를 통해 영업발판을 넓힐 수 있지만 지배구조를 바꾸는데 적잖은 비용이 드는 데다 지역 중소기업 대출이 줄어 지역 경기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방은행은 영업망 확대를 위해 수도권 점포 수를 늘리고 빅테크와의 협업에도 적극적이다. 이런 가운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두고 '지역경제 발전'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방은행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시중은행 전환 등 무리한 정책보다 영업 규제 완화, 디지털 금융 등 신사업 진입 경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 조합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산업은행 이전 추진 윤석열 정부 규탄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사 게재 순서
① 지방은행→시중은행 탈바꿈… 지역한계 딛고 '퀀텀점프' 나설까
② 수도권 보폭 넓히는 부산·대구은행… "지방색 벗는다"
③ "지방경제 살려라" 산업은행 부산행… 공공기관 이전 실효성 논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두고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에 따라 본점의 부산 이전에 속도를 낸다. 지난 1월 부산에 직원 45명을 발령 냈고 이전에 필요한 예산 68억원을 책정했다. 서울과 부산에 오가는 직원들의 경비 11억원, 부산지점·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사무실 인테리어 비용 57억원 등이다.

지난해 11월29일 산업은행 이사회는 지역 성장 부문을 확대하고 해양산업금융2실을 신설하는 직제규정 개편도 단행했다. 같은 날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해당 부서 소재지를 부산으로 정하는 동남권 영업조직 개편안을 결재했다. 노조는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부산 이전에 대한 '전보발령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맞서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09년 국가균형발전 정책으로 다수의 금융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했으나 집적 효과가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효성 없는 공공기관 이전 정책보다 지역에 거점을 둔 지방은행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산은법 계류, 행정절차 속도… 부산 기대감


산업은행이 터전을 부산으로 옮기려면 한국산업은행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행 산업은행법 제4조 1항은 '산업은행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돼 있다. 산업은행법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에 계류됐으나 산업은행은 법 개정과 별도로 부산 이전 행정절차를 추진한다.
부산 국제금융센터 층별 안내도/사진=BIFC
국토교통부가 산업은행의 공공기관 이전안을 균형발전위원회에 상정해 심의·의결하면 금융위원회가 심의 후 장관 승인을 받을 수 있어서다. 지난 1차 공공기관 이전에도 지방 이전 관련 특별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에 실질적인 이전을 위한 행정 절차가 진행된 바 있다.

강석훈 회장은 지난 2월21일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1분기 중 지방이전 대상기관으로 지정되는 프로세스를 밟을 예정"이라며 "부산 이전을 위한 컨설팅을 받고 있으며 여야 의원들과 국회 산은법 개정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앞두고 산업은행의 본점 이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산업은행이 부산에 본점을 옮기면 2009년 1월21일 부산 문현이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후 한국거래소,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예탁결제원에 이어 산업은행을 유치해 금융중심지의 경쟁력을 갖추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부산·울산·경남의 핵심 산업인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분야를 중점 지원해 부·울·경 메가시티 구축에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감도 높다. 금융위원회는 2008년 3월 '금융중심지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서울과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지정한 바 있다. 이후 부산은 영국 컨설팅 전문업체 지옌이 발표하는 국제금융센터지수에서 2022년 29위에 자리했다. 2020년 51위에서 22단계 상승한 순위다.

문제는 노조의 반발이다. 노조는 국민연금 등 지방 이전 공공기관의 수익률이 악화됐다고 주장한다. 2017년 서울에서 전주로 이전한 국민연금의 2022년 수익률은 -8.22% 기록했다. 1988년 국민연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통화 긴축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속에 전문 인력이 이탈하면서 기금 운용이 부실화된 탓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강서구갑)실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 운용역 27명은 기금운용본부를 떠났고 운용직은 전주 이전 후 한 번도 정원을 100% 채운 적이 없다.

최근 윤 대통령은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기금운용본부를 다시 서울로 이전할 것을 지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둘러싼 실효성 논쟁이 커지고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와 균형발전위는 지난 2005년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동북아 금융허브 조성에 필수적인 기관'이란 이유로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 중소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지방 이전 대상 기관에서 제외한 바 있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산업은행은 본점의 부산 이전 소식에 지난해 1년간 100여명이 퇴사하는 등 인력 이탈이 가속화됐다"며 "지방에 이전한 금융기관의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어서 지역별로 분산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인지 면밀히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2차 이전, 금융경쟁력 제고해야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논란에 360개 공공기관 이전 대상에 포함된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한국수출입은행 등 4개 금융기관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국내 금융기관에 자금을 유동하는 한국은행 본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공약으로 한국은행 본점 유치를 내세운 바 있다. 한국은행을 이전하려면 한국은행법상 사무소 규정을 바꿔야 한다. 현행 사무소 규정에는 '한국은행은 주된 사무소를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돼 있다.

전남은 농·수협중앙회와 한국공항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을 유치한다는 입장이다. 농·수협중앙회 이전은 강원도뿐 아니라 전북, 부산 등도 유치를 선언했다. 경남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중소기업이 모여 있다는 점에서 IBK기업은행 유치에 관심을 보인다.

각 지자체의 공공기관 유치전을 바라보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고민도 깊어진다. 지방에 이전한 공공기관이 신도시를 만들어 지역에 동화되지 못한 한편 혁신도시로 공공기관을 몰아줄 경우 지역 내 또 다른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총 347개의 국내 공공기관 중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위치한 공공기관은 ▲서울 125개 ▲경기 31개 ▲인천 8개 등 모두 164개(47.26%)로 집계됐다. 전국으론 ▲대전 32개 ▲세종 25개 ▲부산 20개 ▲경남 14개 ▲울산 9개 등으로 수도권과 가까운 곳에 상대적으로 많은 공공기관이 분포됐다.

일각에선 공공기관 이전보다 영업 기반이 흔들릴 위기에 처한 지방은행의 규제를 완화해 지방경제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9월 말 기준 지방은행의 은행권 점유율은 ▲총여신 7.5% ▲총수신 8.0% ▲총자산 6.8% 등으로 최근 5년 새 각각 1%포인트가량 줄었다. 지방은행들은 60%로 책정된 중소기업 대출 공급 기준에 따라 여신 성장에 제한이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국가 균형발전을 명목으로 한국거래소·예탁원·캠코를 부산에, 국민연금을 전북에, 사학연금을 전남에 각각 이주했으나 한국 금융업은 세계 30위 수준"이라며 "뉴욕, 싱가포르와 같이 서울 '금융기관 집적화'를 통해 효율성과 경쟁력을 키우고 지역은 지방은행이 영업을 확대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남의
이남의 namy85@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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