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 자료사진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입찰 계약 후 양측 착오로 납품이 어려워지자 모든 책임을 입찰사에 돌리고 향후 6개월간 입찰 참가자격까지 제한한 해군군수사령부(군수사)의 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2부(부장판사 신명희)는 전자기기 제조·판매업체 A사가 입찰자격제한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군수사는 2020년 4월 해군함정에 들어갈 제어기와 접속장치, 녹음기 등 3개 품목 입찰을 공고했다. 예정가격과 예산액은 약 4500만원이었다.

A사는 3962만7350원에 낙찰돼 군수사와 구매계약을 맺었다. 이후 납품 준비 과정에서 해당 부품의 제조를 맡은 제조업체 B사에게 물품 견적을 요청했는데 예정가격·예산액보다 높은 6160만원인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

A사는 군수사에 실제 견적이 낙찰가보다 1.6배나 높다며 계약 금액을 조정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다. 하지만 군수사는 A사가 응찰 전 물품 금액 등을 확인했어야 했다며 이를 거절했다.


결국 A사는 납품 기한 한 달 전 군수사에 물품을 납품할 수 없다며 계약 해제 요구했다. 군수사도 A사의 계약 이행 포기를 이유로 계약 해제를 통지했다.

후속조치도 이어졌다. 군수사는 A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6개월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A사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 행정심판 청구를 거쳐 소송까지 제기했다.

1심은 군수사가 내린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해 A사의 손을 들어줬다.

A사가 해당 물품의 실제 견적이 낙찰가보다 높다는 것을 알게되자 다른 업체로부터 조달하는 법도 강구했지만, 군수사는 아무런 협력을 하지 않아 정상적으로 납품할 수 없었던 환경이라고 본 것이다.

군수사의 책임도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군수사는 입찰 공고일로부터 약 3년 전 B사로부터 받은 견적서상의 금액을 고려해 예정 가격을 정해 충실한 검토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애초 군수사가 잘못된 예산액을 공시한 점을 꼬집은 셈이다. 당시 입찰에 참여한 다른 회사들도 모두 3900만원에서 4000만원 사이로 투찰했다.

이어 "군수사의 입찰 담당자가 만연히 경쟁입찰절차를 진행했고 납품이 정상적으로 이행될 수 없게 되자 모든 책임을 A사 탓으로 돌리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입찰자격을 제한한 것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처분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A사의 계약불이행과 관련한 경위·내용·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보면 군수사가 A사의 제재기간을 감경할 충분한 사유가 존재하는데도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