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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키에이지 워'로 잘 나가던 카카오게임즈가 악재를 만났다. 엔씨소프트가 카카오게임즈와 개발사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
아키에이지 워가 리니지2M을 베꼈다는 주장인데 카카오게임즈가 법률 위반 소지는 없다고 하면서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카카오게임즈는 하루 만에 주가가 4만원대로 돌아왔지만 엔씨소프트는 하락해 대조를 이뤘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민사 소송을 냈다.
엔씨소프트는 "3월21일 출시한 아키에이지 워에서 당사의 대표작인 리니지2M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다수 모방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장르적 유사성을 벗어나 엔씨소프트의 지식재산권(IP)을 무단 도용하고 표절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이어 "다수의 언론 보도와 게임 이용자, 게임 인플루언서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엔씨소프트의 소송 제기로 카카오게임즈는 흔들렸다. 해당 사실이 알려진 지난 5일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4만1500원으로 장을 마쳤지만 다음날인 6일 종가 3만9950원을 기록하면서 전일보다 3.73% 하락했다.
하지만 카카오게임즈가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양사의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카카오게임즈는 6일 "엔씨소프트의 아키에이지 워에 대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 주장은 동종 장르의 게임에 일반적으로 사용한 게임 내 요소 및 배치 방법에 대한 것으로 관련 법률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추후 소장을 수령하여 면밀히 검토 및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7일 반전이 시작됐다. 카카오게임즈는 이날 4만950원으로 장을 마감해 4만원대를 하루 만에 회복했다. 반면 엔씨소프트는 지난 5일 종가 38만1000원, 6일엔 37만8500원을 기록했고 7일 37만원으로 마감해 계속 떨어졌다.
엔씨소프트 리니지 IP 지기키 돌입… 승소 가능성은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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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결과는 '카카오게임즈가 소송전에서 밀릴 가능성이 작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게임 유저들 사이에선 아키에이지 워와 리니지2M의 유사성을 언급하면서 '리니지 라이크'(리니지 IP 특징을 모방해 제작된 게임)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를 법리적으로 판단할 때는 다르다.
엔씨소프트는 아이템 강화, 클래스 등 게임 시스템을 따라했다고 했지만 이를 가지고 저작권 침해를 인정받기엔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하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아키에이지 워는 법률 공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서비스를 이어간다"며 "과거 판례를 봤을 때 법원이 전적으로 엔씨소프트의 손을 들어줘 아키에이지 워가 사라지는 일은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소송이 게임업계의 콘텐츠 저작권에 대한 논의가 궤도에 오르는 데 의의가 있지만 카카오게임즈가 사업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작다는 게 중론이다. 재판부가 콘텐츠 저작권의 범위를 넓게 인정하면 해당 IP를 가진 게임사에 대한 지나친 특혜로 인식될 수 있어 부담이다. 아울러 리니지 IP는 MMORPG의 대표 주자인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리니지 라이크로 인식됐던 게임들에 미칠 영향도 상당해 큰 혼란이 예상된다.
여러모로 이번 결정은 엔씨소프트에게 있어 쉽지 않았다. 엑스엘게임즈의 송재경 대표가 과거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를 개발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비록 송 대표가 지난 2003년 엔씨를 떠났지만 엔씨소프트의 캐시카우를 만든 친정 식구를 상대로 법적 공세를 시작한 것이다.
힘든 결정을 내렸음에도 엔씨소프트가 거둘 실익은 크지 않아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IP는 마땅히 보호받아야 하는 기업의 핵심 자산"이라는 인식이 게임업계에 확산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시장마저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 만큼 앞으로 가시밭길이 예고된 셈이다.
엔씨소프트는 2021년에도 웹젠 MMORPG 'R2M'이 리니지M을 모방했다며 웹젠을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제기했지만 아직 1심 선고도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