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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엔화의 가치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원화 대비 원화 가치는 8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원/엔화는 900원대 붕괴를 앞뒀다.
19일 외환시장에서 원/엔화는 903.51원에 거래 중이다. 지난 4월6일 기록한 연고점(1003.61원)보다 100.1원(9.97%) 내린 셈이다.
왼환 시장에서는 100엔당 원화 환율이 2015년 4월 이후 8년 2개월 만에 처음으로 900원 선이 깨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은행권에선 투자나 일본 여행을 목적으로 엔화 값이 쌀 때 돈을 미리 바꾸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지난달 엔화 판매금액은 301억6700만엔(약 2730억원)으로 4월(228억3900만엔)보다 73억2800만엔(32%) 늘었다.
지난해 5월(62억8500만엔)과 비교하면 5배 가까이 늘어난 금액이다. 엔화 매도액은 은행이 고객의 요구로 원화를 받고 엔화를 내준(매도) 금액이다.
4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도 지난달 말 6978억5900만엔(약 6조3200억원)에서 지난 15일 기준 8109억7400만엔(약 7조3440억원)으로 보름 만에 16%(1131억1400만엔) 불었다. 지난해 6월 말 잔액(5862억3000만엔)과 비교하면 38% 많다.
엔화 환전액은 지난해 9월 91억8300만엔에서 다음달 197억3300만엔으로 약 2배가량 뛴 후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엔화 환전액이 가장 많았던 한 시중은행의 환전 건수(14만1743건)는 4월(7만8643건)에 두 배에 달했다. 전년 동월(1만8041건)과 비교하면 약 8배에 달하는 수치다.
일본 증시가 33년 만에 최고치로 올라서자 일본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일본 증시의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지난 14일 3만3502.42엔으로 거래를 마쳤다. 닛케이지수가 심리적 저항선으로 불리는 3만3000엔을 넘긴 것은 1990년 7월 이후 처음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본총계 기준 상위 8개 주요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하나·KB·메리츠·신한투자증권)에 예치된 엔화 예수금 및 일본 주식 평가금액 전체 규모는 지난 15일 기준 총 4조946억2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말(3조1916억원)보다 9000억원 이상(28.3%)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 1월 말(3조4924억5000만원)과 비교하면 6000억원 이상(17.2%) 증가했다.
은행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방역 조치 해제로 일본 여행이 급증하면서 관련 엔화 수요가 늘었고 엔저 현상이 심해지며 환차익을 기대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며 "기업과 개인이 향후 엔화 상승을 예상하고 미리 사두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