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가구 공사 감리 고작 '4명'… 법적기준 못채운 LH 단지 82%

[부실시공에 가린 '허수아비 감리'(2)] "토목공사 대비 아파트 현장 감리 부족하고 품질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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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공공주택 건설현장에서 철근 부실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감리의 역할이 도마 위에 올랐다. 부실공사를 막기 위해 현장의 관제탑 역할을 하는 감리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체와 공공기관 출신 퇴직자가 감리 인력 풀의 다수를 채우고 있어 전문성이 떨어짐에도 저비용만을 좇고 고용 안정성마저 보장되지 않는 업계 관행은 '허울뿐인 감리'라는 오명을 벗기 힘들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법정 감리 인원 기준을 못 채우는 현장이 부지기수인 것으로 드러나 실망감만 키우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주택 건설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퇴직자 요람된 감리회사… 도면에는 '까막눈'
②3000가구 공사 감리 고작 '4명'… 법적기준 못채운 LH 단지 82%
③지자체 감리 감독 유명무실한데… 정부 산하 감리기관 설립 논란

#. 국내 시공능력평가 10위권의 대형건설업체 소속 엔지니어 A씨는 총 길이 14㎞ 고속도로 건설공사 당시 감독자 3명이 전 구간의 철근 배근을 일일이 확인한 후에야 콘크리트 타설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설계와 시공을 대조해 문제가 발생하면 공사가 중단되고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면 공사기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반면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건설현장에선 공정별로 감리를 하지만 모든 시공 장면을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는 구조라는 게 A씨의 설명이다. 도로와 같은 토목공사에 비해 업무량이 훨씬 많아 비교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A씨는 "감독자가 많다고 공사 품질이 좋아지는 건 아니지만 아파트 공사의 경우 감리자 수가 턱없이 부족한 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 감리업무 경력 30년의 감리단장 B씨는 1500가구 아파트의 감리자 수가 20명을 넘는다고 밝혔다. 3000가구 아파트 건설현장의 감리자 수가 4~5명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B씨는 이와 같은 인원으로 감리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는 "건설기술진흥법 건설엔지니어링 대가 등에 관한 기준에 따라 공공 발주청은 인력을 산정해 기술인을 배치하고 민간공사는 주택법 등 타 법령을 적용받아 총 공사비 요율에 따라 대가를 산정하므로 통상 건설진기술진흥법상 인력 배치 수보다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현장 최후의 보루인 건설사업관리(감리) 부실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면서 감리만 제대로 작동했다면 붕괴를 비롯한 각종 사고들을 예방할 수 있었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감리 업무 정상화를 위한 효과적인 방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현행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은 공사비와 공사 종류에 따라 배치해야 하는 적정 감리 인원을 정한다. 감리 인원이 법적 기준 이하면 공사를 시작할 수 없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처분을 당한다. 이 같은 과태료 기준 역시 현실적으로 낮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LH가 직접 감리를 담당한 공사장의 10곳 중 8곳 이상은 법이 정한 감리 인원의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철근 누락이 발견된 LH 단지 가운데 자체 감리를 진행한 4곳도 감리자 수가 적정 인원보다 적은 채로 공사를 해온 사실이 확인됐다. 올 4월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하며 확인된 철근 누락 사태는 이 같은 감리 부실이 중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감리 부족 원인은 법 개정 때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철민 의원(더불어민주당·대전 동구)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LH가 자체 감리를 맡은 공사 현장은 104곳으로 이 중 85곳(81.7%)이 법정 감리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감리는 공사 단계마다 설계대로 시공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이와 다르게 진행된 경우 시정이나 공사 중지를 조치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하지만 LH 자체 감리 현장에 필요한 총 인원 920명 중 현장에 투입된 인원은 566명에 불과했다. 법 규정상 인력의 61.6%만 채웠다.


시흥 장현 A-3 아파트 건설공사 12공구의 적정 감독자 수는 18.90명이지만 실제 배치된 감독자는 4.25명으로 필수 인원의 4분의 1도 못 채웠다. 남양주 별내 A1-1 아파트 건설공사 17공구도 22.10명이 배치돼야 하지만 절반을 약간 넘는 12.90명만 배치됐다.

특히 철근 누락이 확인된 아파트 단지 15곳 중 LH가 자체 감리한 사업장 4곳은 필요한 감리 인원을 배치하지 않았다. 수원 당수 A-3 아파트는 법정 감리원 수가 8.30명이지만 실제 현장에는 4.94명이 투입됐다.

감리 계획을 수립해 제출하고 이를 어겼을 때 처벌하는 규정은 2019년 7월 신설됐다. 위반 사실이 확인된 85곳은 해당 규정이 생긴 이전에 사업이 시행돼 법 규정을 적용받지 않았다. LH 관계자는 "2019년 7월 건설기술진흥법 개정으로 감독 인원의 현장 배치가 의무화됐다"면서 "이후 발주된 현장은 기준을 100% 충족하고 있고 개정 이전 발주 현장들에 대해 외부감리 전환과 건설기술자 추가 채용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감리 공공화 주장도 제기돼


감리업체에 근무하는 인력 풀도 문제로 지적된다. 감리 업무는 기술 자격증 보유자나 일정 기간 이상 관련 업무 경력을 보유한 경우에 수행할 수 있다. 감리업체들은 공사 일감을 따내려고 건설업체나 주요 발주처인 공공기관 출신 공무원을 영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엔 이익단체를 중심으로 낮은 감리 대가가 부실 감리의 원인이란 의견이 제기됐지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A급 인력이 하루 동안 받는 감리 대가가 최대 80만원 이상이라고 밝혔다. 자격증과 교육 이수에 따라 등급이 가장 높은 특급기술인의 하루 감리 보수는 2022년 말 기준 '엔지니어링사업 대가의 기준 행정규칙'에 따라 83만6745원으로 추산됐다. 고급기술인은 74만6966원을 받는 것으로 추정됐다.

경실련은 이처럼 높은 지출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공직에서 퇴임한 고위 전관의 높은 보수를 지적했다. 현재 인·허가기관을 통해 감리 용역이 발주되는 사업에서 이들 기관은 감리자를 지정하지만 대가와 지급액의 적정성 여부는 관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택수 경실련 경제정책국 부장은 "높은 감리 보수도 문제일 수 있지만 시공사로부터 보수를 받는 구조가 더 큰 문제"라며 "돈을 주는 사람의 눈치를 보는 건 당연하므로 권한이 있어도 행사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전관들의 경우 현장 업무를 잘 모르기 때문에 사실상 영업 목적으로 영입된다"면서 "현재 국내 건설현장에선 감리 정보가 제대로 관리되거나 공개되지 않고 있어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영세 감리업체들은 감리의 전문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발주처와 시공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현장에서 문제가 발견됐을 때 법적으로 감리자가 공사를 중지시킬 수 있지만 재시공이나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게 감리업계의 지적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주자의 감리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 부장은 "민간공사만 감리 업무를 사적 영역으로 두고 있어 인·허가권자인 지자체가 계약을 체결하고 대가를 지급해 사실상 공공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사실상 세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노향
김노향 [email protected]

안녕하세요. 머니S 재테크부 김노향 기자입니다. 투자와 기업에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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