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모습./사진=뉴스1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모습./사진=뉴스1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원활한 자금 확보를 위해 이달부터 은행채 발행 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100조원에 달하는 고금리 예·적금 상품 만기가 다가오면서 자금 수요가 커지자 은행채 한도를 없애 과도한 수신 경쟁을 막기 위해서다. 수신금리가 급격히 오르면 대출금리가 치솟는 등 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금융당국은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7%대까지 올릴 수 있단 전망이 나오면서 은행 대출금리는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달부터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을 없애기로 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 강원 레고랜드 사태 이후 채권시장이 경색되자 그해 10월부터 은행채 발행을 사실상 중단시켰다. 초우량채인 은행채 발행이 늘면 일반 회사채 등이 소외될 수 있어서다.


이에 금융당국은 차환 목적의 은행채 발행(월별 만기 도래 물량의 100%)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다 올 3월부터 월별 만기 도래분의 125%, 지난 7월부터 분기별 만기 도래분의 125%까지 은행채 발행 한도를 완화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고금리 예·적금 상품 만기가 도래하면서 은행권 자금 수요가 커지자 금융당국은 결국 은행채 발행 한도를 아예 풀기로 했다.

앞서 은행들은 지난달 약 4조7000억원 규모의 은행채를 순발행했다. 순발행은 채권 발행 규모가 상환 규모보다 많다는 의미다. 즉 은행들이 채권을 발행함으로써 자금을 추가 확보했다는 말이다.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 이후 은행들은 은행채를 순상환 해오다 올 8월 순발행(3조7794억원)으로 전환한 이후 9월에는 약 4조7000억원으로 순발행 규모를 더 확대한 셈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유동성 규제 비율인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을 기존 95%로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LCR은 30일간 예상되는 순 현금 유출액 대비 고유동성 자산 비율로 현행으로 유지되면 은행들의 자금 조달 규모를 줄일 수 있다.

당초 금융위는 내년 LCR 비율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인 100%로 되돌리기로 했지만 이를 연기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 역시 한도 해제에 따른 은행채 발행 급증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한다… 7% 선 뚫은 주담대 금리, 더 오를 듯

금융당국의 이같은 방침에도 은행 대출금리는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최근 미 연준이 금리를 7%까지 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현재 미 기준금리 5.25~5.5%에서 최소 1.5%포인트 이상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 연준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3일(현지 시각) 미 국채 금리가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이날 연 4.8% 선을 뚫었다.

미 국채 금리는 은행채를 포함한 전세계 회사채의 기준 역할을 하는 만큼 국내 은행의 자금조달비용 역시 오를 수밖에 없다. 이는 대출금리에 반영돼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이자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는 이미 7%를 넘어섰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26일 기준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17~7.11%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