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2만평 고추밭 제 거예요"… 꿈을 재배하는 20대 농부들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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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편집자주]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20대 남녀의 자급자족 '농촌 라이프'를 그리며 청년들에게 '귀농 판타지'를 심어주었다. 사진은 '리틀 포레스트'의 스틸컷.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리틀 포레스트'는 현실에 치인 20대 남녀가 고향으로 돌아가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농촌 라이프'를 그린 영화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내용 대신 담백하고 소소한 일상을 그려내면서 많은 청년에게 '귀농 판타지'를 심어줬다.

현실에도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공들이 있다. 영화만큼 평화롭거나 편안하진 않다. 그러나 각박한 도시 생활과 대비되는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그들의 '농촌 라이프'는 어딘가 영화와 닮았다. 머니S는 이른 나이에 농업에 뛰어든 20대 초반 두 '청년 농부'를 만났다.



"소일거리로 시작한 고추 농사가 어느새 2만평"


아버지의 소일거리로 시작한 고추 농사가 어느새 김태훈씨의 직업이 됐다. 사진은 자신의 고추밭 앞에서 사진을 찍은 김씨의 모습. /사진= 김태훈씨 제공
3년차 농사꾼 김태훈씨(23)는 경북 영양군에 있는 2만평 규모 땅에서 고추 농사를 짓고 있다. 또래 친구보다 동네 어르신과 어울리는 일이 많아서일까. 김씨의 언행엔 20대 같지 않은 성숙함이 묻어 나왔다.

그는 "내가 이토록 크게 농사짓게 될 줄 몰랐다"며 "돌이켜 보면 (고추 농사) 초기에 비해 얼떨떨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지만 지금은 매우 당연하게도 내 직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버지를 따라 농업에 발을 들였다. 아버지가 은퇴한 후 소일거리로 고추 재배를 시작했는데 규모가 점점 커져 어느새 대규모 농사로 발전했고 김씨의 일터가 된 것이다.

김태훈씨는 어린 나이에 2만평의 농지를 관리하는 농지주가 된 만큼 부담도 크다고 밝혔다. 사진은 김태훈씨의 고추밭. /사진=김태훈씨 제공
김씨는 일이 많은 농번기엔 오전 4시30분에 하루를 시작한다. 인력사무소의 일용직 근로자들이 오전 6시쯤 도착하기 때문에 빠르게 작업 준비를 마쳐야 한다. 고추를 따고 씻고 말리다 보면 어느새 밤 10시. 김씨는 개인 시간이 없다고 불평하면서도 2만평의 고추밭을 향해 "내가 일군 것들"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씨의 고추농장은 7월 중순부터 수확에 들어간다. 그전까진 모종을 키우고 심어 잘 자랄 수 있도록 관리하는 고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수확을 마친 뒤엔 직접 경매장에 나가거나 직거래와 온라인으로 고추를 팔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는 "첫 출하 후 수익이 났을 당시의 기쁨을 지금도 기억한다"며 웃었다. 1년의 결실이 눈앞에 보이는 만큼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터. 김씨는 "추수기에 고추밭을 바라보면 문득 '올 한해 열심히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때를 바라보고 1년을 버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젊은 나이에 2만평의 땅을 관리하는 농가주가 된 만큼 육체적·정신적으로 겪는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한다. 그러면서도 김씨의 태도엔 시종일관 자신감이 넘쳤다. 신기할 정도로 당당한 그의 모습이 내심 부럽기도 했다. 인터뷰가 한창 진행 중인 무렵, 고추가 가득 담긴 포대 자루 여러 개가 눈에 들어왔다. 김씨가 가진 자신감과 자부심의 원천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김태훈씨는 일이 고되지만 수화한 고추를 보면 뿌듯함이 밀려 온다고 밝혔다. 사진은 김씨가 수확한 고추. /사진=김태훈씨 제공



"여름엔 고추, 겨울엔 양파… 틈틈이 산에서 작물 재배도"


조정익씨는 농수산대학에서 전공한 산림학을 바탕으로 농업, 임업, 조경업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 꿈을 키우고 있다. 사진은 고추 모종을 심는 조씨의 모습. /사진=조정익씨 제공
전남 순천시 주암면에서 고추를 재배하는 조정익씨(22)는 올초 농수산대학을 졸업한 뒤 본격적으로 현업에 뛰어들었다. 얼마 전 첫 수확을 마친 조씨는 "땀 흘려 번 돈이 이렇게 기쁜 줄 몰랐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제 1년차인 '신입 농부' 조씨는 "아직 미숙한 게 많지만 열정만큼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산림학과를 졸업한 조씨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임업, 조경업 등 농업 외에도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조씨의 1년은 이렇다. 먼저 4월 말부터 9월 말까지 고추 농사를 짓는다. 이 시기에 조경사업에 쓰일 농장의 나무를 틈틈이 관리하는 한편 산림청 공모사업으로 시작한 산림복합경영을 이행하기 위해 산에서 산마늘, 부각, 두릅 등 단기소득작물을 심고 재배한다. 고추 농사가 끝나면 전원주택이나 카페의 정원 등 조경을 설계·시공하고 겨울철 작물인 양파 재배를 시작한다.

힘들지 않냐고 묻자 조씨는 "100% 육체노동이다 보니 신체적 부담이 느껴질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육체적 피로보다 정신적으로 입는 상처가 더 힘들다"며 "우리 농장 고추를 구매한 소비자가 '고추가 좀 맵다' '모양이 안 예쁘다'고 항의한 적이 있는데 당황스러웠고 상처로 남았다"고 전했다.

조정익씨는 친환경 고추를 재배하고 싶다며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고 야심차게 포부를 전했다. 사진은 산에서 단기소득작물을 재배하는 조씨의 모습. /사진=조정익씨 제공
조씨는 친환경으로 고추를 재배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산에서 하는 임업은 퇴비 없이 친환경으로 재배하는데 고추도 그렇게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범상찮은 목표를 밝혔다. 그는 "그러려면 공부를 더 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조씨는 멋쩍게 웃으며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임업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산림정책의 이해를 돕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며 "임업인과 귀농인, 산림을 사랑하고 배우려는 사람들이 보기 좋은 채널"이라고 수줍게 홍보했다. 채널명은 '님(林) 사랑 이야기'다.

이 유튜브 채널에는 조씨의 생각과 정체성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목백합 숲 만들기' '최상급 능이 수확' '밧줄 하나로 나무 자르기' 등 유튜브 채널 제목만으로 예사롭지 않은 조씨의 '농업 덕력'을 느낄 수 있었다.



예사롭지 않은 '청년 귀농'… 농촌 지역의 새 활력으로


청년층의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이 지속해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은 2022년 기준 귀농·귀촌 연령대별 인구수. /그래픽=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제공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청년층의 귀농·귀촌 트렌드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귀농에 대한 온라인 정보량은 지난 2020년 11만1000건에서 2022년 16만8000건으로 약 1.5배 증가했다. 올해는 약 20만9000건의 정보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전체 귀농·귀촌 인구는 2021년까지 매년 증가했다. 특히 30대 이하 청년층의 비중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눈에 띄게 높았다. 저출산과 청년 인재의 수도권 쏠림 현상 등으로 지역 소멸 위기가 대두된 상황에서 '청년 농부'들은 농촌 지역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도 귀농·귀촌 관련 각종 지원 정책을 마련하면서 청년층의 관심에 화답하고 있다. 앞서 만난 조정익씨 역시 산림청에서 진행하는 공모사업에 선정돼 3억원가량의 지원금으로 산림복합경영단지를 관리하고 있다. 조씨는 "혜택이 다양해 좋은 것 같다"며 내년에는 농업기술센터의 후계농업경영인을 신청해 지원받아 농지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3 농림축산식품 일자리박람회'를 기획한 이종순 농정원장은 "박람회를 통해 구직자가 직접 체험해 보고 소통하며 취·창업으로 연계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며 "더 많은 청년이 농림축산식품 분야에서 좋은 일자리를 찾고 창업에 도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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