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말 모아타운을 추진하는 금천구 시흥5동 일대를 찾았다. 낡은 상가 건물과 오래된 주택들이 밀집돼 있다.  /사진=신유진 기자
지난 11월 말 모아타운을 추진하는 금천구 시흥5동 일대를 찾았다. 낡은 상가 건물과 오래된 주택들이 밀집돼 있다. /사진=신유진 기자


모아주택 밀집지역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모아타운)이 추진되는 서울 금천구 시흥5동 일대 재개발 사업지. 당초 무혈입성으로 시공권을 노렸던 쌍용건설은 갑작스러운 DL건설의 등장에 당황해하고 있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말 글로벌세아에 인수된 이후 정비사업 수주 실적이 전무한 상태여서 모아타운 시공권 확보에 공을 들여왔다.

모아타운은 ▲919번지 ▲922번지 ▲923번지 ▲932번지 ▲933번지 ▲934번지 ▲935번지 ▲438번지 등 모두 8개 구역. 이 중 쌍용건설은 919번지와 923번지 등 두 곳에 집중해 왔고 앞서 시공사 선정 입찰에 단독으로 응찰, 경쟁이 이뤄지지 않아 모두 유찰됐다. 때문에 아직까지 시공권을 따내진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e편한세상' 브랜드를 앞세운 DL건설이 등장했다. DL건설이 아직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업계에선 이미 이 회사의 입찰 참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DL건설이 메이저기업인 DL이앤씨의 자회사로 쌍용건설이 맞서서 입찰 경쟁을 벌이기엔 버거운 상대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판도가 바뀔 것이란 예측이 돈다.

단독 추진 919·923번지 쌍용건설 '군침'

쌍용건설이 한 주택 담벼락에 현수막을 걸어놓은 모습. /사진=신유진 기자
쌍용건설이 한 주택 담벼락에 현수막을 걸어놓은 모습. /사진=신유진 기자

모아타운 8개 구역 중 ▲922번지 ▲923번지 ▲932번지 ▲934번지 ▲935번지 등 5곳은 현재 통합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나머지 ▲919번지 ▲933번지 ▲438번지 등 3곳은 통합 대신 단독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쌍용건설이 군침을 흘려온 919번지와 923번지를 비롯해 934번지는 조합설립이 완료됐다.

특히 면적 1만392㎡로 최대 규모인 919번지는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구역으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가파른 언덕 위에 붉은 벽돌의 낡은 주택들과 2~3층 상가들이 위치한 919번지는 콘크리트 담벼락이 갈라졌고 페인트칠은 대부분 벗겨져 있을 정도로 노후화가 심한 곳이다. 지난 11월 말 찾은 시흥5동 일대는 전봇대와 주택 담벼락에 온통 건설업체들의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쌍용건설의 현수막은 가장 많이 눈에 띨 정도로 곳곳에 있었다.


입찰에 앞서 지난 9월 진행된 919번지 현장설명회에는 쌍용건설을 비롯해 ▲현대건설 ▲한화 건설부문 ▲금호건설 ▲DL건설 ▲코오롱글로벌 ▲동부건설 ▲우미건설 ▲대방건설 등이 참가했다. 이미 두 차례 시공사 선정이 유찰된 919번지는 현재 3차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919번지 조합 관계자는 "쌍용건설뿐 아니라 DL건설, 대우건설도 관심을 표했다"며 "입지 조건이 좋아 많은 시공사가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파른 언덕 위에 붉은 벽돌의 낡은 주택들과 2~3층 상가들이 위치한 시흥5동 일대. 콘크리트 담벼락이 갈라졌고 페인트칠은 대부분 벗겨져 있을 정도로 노후화가 심한 곳이다. /사진=신유진 기자
가파른 언덕 위에 붉은 벽돌의 낡은 주택들과 2~3층 상가들이 위치한 시흥5동 일대. 콘크리트 담벼락이 갈라졌고 페인트칠은 대부분 벗겨져 있을 정도로 노후화가 심한 곳이다. /사진=신유진 기자


923번지 조합도 지난 9월 시공사 선정을 위한 1차 입찰을 진행했다. 마찬가지로 쌍용건설만 입찰에 참여,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유찰됐다. 923번지 조합은 2차 입찰 공고를 취소했다. 조합 관계자는 "시흥5동 구역들이 대체로 신탁사업을 희망하는 분위기"라며 "923번지도 5개 구역에 묶여있는 만큼 단독보다는 통합으로 신탁방식 추진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5개 구역이 함께 사업을 추진하는 모아타운 통합위원회는 지난 11월3일 한국토지신탁과 통합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조합 설립이 완료된 구역부터 순차적으로 사업대행자 선정 절차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DL건설, 본격 참전 예고… 예의주시하는 쌍용건설

지난 11월 말 찾은 시흥5동 일대는 건설업체들의 현수막들로 가득했다. 사진은 가게 입구마다 현수막을 걸어놓은 모습./사진=신유진 기자
지난 11월 말 찾은 시흥5동 일대는 건설업체들의 현수막들로 가득했다. 사진은 가게 입구마다 현수막을 걸어놓은 모습./사진=신유진 기자


잇단 유찰로 단 한 곳도 시공권을 확보하지 못한 쌍용건설은 입맛만 다시고 있는 상황. 이런 가운데 DL건설이 시흥5동 사업지 수주에 의욕을 보이면서 본격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DL건설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해당 사업지의 경우 놓치지 않아야 할 곳이란 점에서 다각도로 (입찰 참여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경쟁기업 없이 수월하게 시공권을 따낼 것으로 안도해 왔던 쌍용건설로선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919번지 재입찰에 무조건 응찰할 것"이라며 "923번지의 경우 신탁방식으로 변경하더라도 입찰에 참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쌍용건설이 의욕을 보이는 이유는 새 주인을 맞은 이후 1년 넘도록 정비사업 수주실적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M&A(인수·합병) 이후 서울 시내 대규모 주택단지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시흥5동은 사업성이 가장 양호한 곳으로 판단하는 만큼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