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계 돌풍을 몰고 온 '강남스타일'이 B급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면, 자본시장의 강남스타일은 '상위 1% 부(富)의 로망'에 근간을 둔다. 살아있는 '부자교과서'와도 같다.
 
그러나 같은 강남부자라도 지역(직종)에 따라 성향이 크게 다르다. 강남스타일은 경제사회적 환경에 따라 변화하며 대한민국의 부자 지도를 새롭게 그려나가고 있다.  압구정동, 대치동, 테헤란로 일대 등 '강남 in 강남'으로 꼽히는 대표지역의 부자스타일 탐구를 통해, 대한민국 부
자 현주소를 따라가 본다.

강남은 다 똑같은 스타일?…'동네' 따라 돈이 다르다

사진_류승희 기자 

압구정스타일 : 전통부자와 사업가형 부자 공존, 예금·MMT에 실탄 보유"
 
압구정동 H아파트에 20년 넘게 살고 있는 K모씨는 70대에 접어들었지만 노후걱정이 없다. 두자녀는 모두 분가시켰고, 부동산에서 나오는 임대소득만도 월 500만원이 넘기 때문이다. K씨는 "요즘 부동산시장 주춤한 김에 일부를 손주에게 물려주는 세대생략이전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압구정동은 대한민국 최고 부촌인 강남 내에서도 최고 '부자동네'다. 2011년 강남구통계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압구정·논현권은 월평균 가구소득 1000만원 이상(가구주)인 초고소득층의 비중이 11.5%로 강남구 내에서 가장 높다. 강남구 평균 초고소득층 비중(6.7%)을 2배가량 웃돈다.
 
신동일 국민은행 PB팀장은 "국민은행 기준으로 압구정동 고객의 금융자산은 도곡·대치동의 약 2배 수준 규모로 그야말로 거액 자산가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압구정 부자들 가운데는 강남토박이가 유독 많다. 대치동이나 역삼동 지역에 비해 25년 이상 장기거주자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 자산가 대부분은 60대 이상으로 연령대도 높은 편이다. 이미 자녀가 장성해서 분가한 고객들이 주를 이룬다. 때문에 자산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않고 바로 손주 세대로 건너뛰는 세대생략이전 등이 곧잘 화두로 오른다.
 
압구정동에는 부자 유형으로 보면 크게 유산을 물려받은 '전통 부자'와 사업으로 자산을 일군 '자수성가형 부자'들이 공존한다. 이들의 투자성향은 살아온 이력이 다른 만큼 다소 차이가 있다. 부모세대로부터 부를 물려받은 '전통 부자'들의 경우 특판 예금이나 채권 위주의 안정성 있는 자산운용을 선호한다. 반면 사업가형 부자들은 보다 적극적인 투자에 무게를 둔다. 신 팀장은 "사업가 출신 압구정 고객들은 사모펀드 등을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성향이 강하다"며 "다만 근래는 시장 침체로 주식시장에 뛰어들기보다 탄환(자금)을 특정금전신탁(MMT)에 예치해놓고 때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강남은 다 똑같은 스타일?…'동네' 따라 돈이 다르다
 
대치동 스타일 : 40~50대 전문직 부자 "학구파로 투자에 신중"
 
대치동은 교육열 높기로 유명한 강남에서도 '교육1번지'로 통한다. 강남에 사는 이유로 압구정동 부자들은 주로 '옛날부터 살아와서(태어나서, 29%)'를 꼽은 반면, 대치동 부자들은 '교육여건 때문에(26.4%)' 거주한다는 의견이 두드러졌다. 자녀 교육을 위해 이주한 40~50대 젊은 고객들이 대거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대치동 부자들은 높은 학벌 덕에 부자의 반열에 오른 '전문직형'이 대다수다. 유환 기업은행 대치역PB센터 팀장은 "대치동 선경아파트, 우성아파트 등에 거주하는 고객 대부분이 의사·변호사·대학 교수·고위 공무원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라고 소개했다.
 
대치동 부자들은 재테크에도 '학구파'적 특성을 보인다. 유 팀장은 "경제신문을 하루 2개 이상 독파할 정도로 전문지식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대치동 부자들은 선비적 특성으로 대개 투자에 조심스럽고 신중을 기하는 성향이 매우 강하다. 신동일 팀장은 "대치동 부자들은 비교적 젊은 자산가들이 많음에도 매우 보수적이라 정기예금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커뮤니티를 강조하고, 동질성을 중시해 단체로 특정상품에 가입하는 일도 흔하다.
 
이들이 자녀에게도 학벌을 강조하는 경향이 높다. 신 팀장은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아 월납 저축보험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전했다.
 
테헤란로 스타일 : 신흥 CEO형 부자, 신속·과감한 투자 마인드
 
고급 오피스빌딩이 즐비한 테헤란로 일대는 주거지보다는 기업체 많은 곳으로 CEO 자산가들이 PB센터의 주 고객들이다. IT버블기간에 벤처 붐을 타고 신흥 부자로 반열에 오른 뒤 이제는 상당히 '큰 부자'로 성장한 경우가 많다.
 
윤형원 삼성증권 SNI 강남파이낸스센터 부장은 "테헤란로 일대 CEO형 부자들은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 결정력이 돋보인다"며 "리포트 등을 통해 제시하는 근거 사유에 공감하면 매우 빠른 의사결정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시대흐름을 잘 읽어 성공한 사람들이 주를 이루는 만큼 정보에 민감하고 크고 작은 위기 대처능력이 뛰어나 기회에 강한 측면이 있다는 평가다. 전통적 부자인 압구정동 부자에 비해 전체 자산 중 부동산 비율이 낮고, 주식이나 펀드 등 위험자산 투자에 적극적이다.
 
윤형원 부장은 "얼마 전 삼성전자가 애플에 패소해 주가가 110만원대로 떨어지자 재빨리 매수하는가 하면, 시장 침체 국면에선 랩의 투자 비중을 줄여 국채와 중소형주로 일부 갈아타는 등 민첩한 리밸런싱이 CEO형 자산가들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류정아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 부장도 "여느 강남지역 자산가들에 비해 투자마인드가 강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유연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