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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파피루스 직원들이 일본 후쿠오카에서 가족동반 여행을 즐기고 있다.(자료제공 이파피루스) |
#2. 한달에 한번, 대학시절에나 가능했던 '주4파'를 허용하는 기업도 있다. 한달에 한번 '주 4일 근무'를 하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실제로 이를 실천하고 있다. 이 회사 역시 '잘 놀고 오라'고 돈을 준다.
외국계 회사의 이야기가 아니다. 각각 서초동, 신대방동에 위치한 국내 토종기업들의 '리얼 스토리'다. 이들 회사는 휴식을 통해 직원들에게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하고 구성원의 창의성을 높이고 있다.
주말이 없는 '월화수목금금금' 스케줄로 살아가고 매일같이 과다업무에 시달리다 방전 일보직전에 잠자리에 드는 게 대다수 한국 직장인들의 일상이라면, 이들 기업의 직원들은 일터로부터 휴식을 권장받고 있는 셈이다.
◆이파피루스 "직원님, 배낭여행 다녀오시죠"
"5박6일 홍콩과 마카오 여행을 하고 왔습니다. 우리 회사의 배낭여행 제도를 활용했죠. 이 제도가 없었다면 직장인의 신분(?)으로 해외에 훌쩍 다녀올 생각은 못했을 겁니다."
2년차 직장인 조한중 대리는 여름휴가 기간 중 이파피루스에만 있는 배낭여행 제도를 활용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일에 몰입하다보면 자신이나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갖기 힘든데 해외에서 색다른 풍경과 문화를 접한 후 '완전 충전' 상태가 돼서 돌아왔다고 한다.
전자서식·문서관리 솔루션개발업체인 이파피루스는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는 매출 5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이다. 직원은 모두 합해 50명인데 이 가운데 30명이 조 대리처럼 배낭여행 제도를 통해 일본, 중국, 홍콩, 필리핀, 태국 등으로 떠나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이 기업은 지난 2007년부터 근속 1년 경과 후 2년차가 된 직원들에게 해외 배낭여행 비용과 휴가를 제공하고 있다. 2년차 조 대리는 기존 여름휴가 4박5일에 배낭여행 휴가 1일이 더해졌고 그에 따른 배낭여행비 50만원도 지원받아 홍콩으로 다녀온 경우다.
회사 직원들은 2년차(1일), 3년차(2일), 4·5년차(5일), 6년차(6일), 7년차(7일), 8년차(8일), 9년차(9일), 10년차 이상(15일), 20년차 이상(협의)이 될 때마다 배낭여행 휴가를 부여 받는다. 이와 함께 50만원(2·3년차), 100만원(4~7년차), 150만원(8~20년차 이상)의 여행 경비를 지원한다.
업무나 개인사정으로 인해 여행을 떠나기 힘들어 당장 배낭여행을 가지 못하더라도 지원금이 누적되기 때문에 이를 적절히 활용하면 보다 많은 경비를 지원받으면서 여유를 즐길 수 있다.
해외 배낭여행을 가지 않는 대신 임금이나 인센티브, 다른 복지혜택으로 대체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직원들은 진짜 해외에 나가서 쉬고 와야 한다.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낼 수 있는 제도·문화적 바탕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게 이파피루스 측의 설명이다.
조 대리 역시 "회사에서 비용을 지원해주는 데다 배낭여행 가는 것을 장려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편하게 떠날 수 있었다"고 증언한다.
이 회사는 또 2년에 한번 꼴로 전 임직원이 가족을 동반하고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도록 배려한다. 평소 회사일에 바빠 마음처럼 가족을 챙기기 어려웠던 직원들을 위해 마련한 제도다. 2006년 일본 아키타, 2007년 중국 하이난, 2008년 일본 후쿠오카, 2010년 일본 오사카를 모든 임직원이 가족들과 함께 다녀왔고 지난해엔 일본 후쿠오카로 떠났다.
특히 이파피루스는 배낭여행 지원, 가족 동반 해외여행 제도 등이 개인의 성과나 회사의 성과와 관계 없이 이뤄지고 있다. 성과가 좋은 개인을 선별한다거나 회사의 실적이 좋기 때문에 추진하는 제도가 아니라는 것.
이에 대해 김정희 이파피루스 대표는 "배낭여행 지원, 가족 동반 해외여행 등과 같은 제도들은 우리가 추구하는 '사람다운 삶'과 관계돼 있다"며 "보상 패키지의 한 요소로 사람들을 혹하게 할 만한 럭셔리를 추구하기보다는 직원들이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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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렉스인터넷(자료제공_심플렉스인터넷) |
"금·토·일 3일 간의 휴일엔 그동안 챙기지 못했던 가족들과 여행도 다니고 남편과 드라이브를 떠나기도 하죠."
호스팅·쇼핑몰 솔루션·온라인 광고대행 등을 주로 하는 14년차 IT기업 심플렉스인터넷. 매출 550억원 규모의 이 회사엔 좀 특별한 룰이 있다. 매월 네번째 금요일엔 직원들에게 '레저휴가'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레저휴가'에는 10만원의 휴가비도 지원된다.
직원들은 '레저휴가'를 이용해 동료들과 MT를 떠나거나 스노보드, 배 낚시 등 다양한 레포츠활동과 여행을 즐긴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영화·뮤지컬을 관람하는 등 문화생활을 하며 창의성과 감성을 충전시키기도 한다.
특히 '레저휴가'를 통해 삶에 대한 활력소를 찾은 직원들이 직장에서도 보다 활기차고 생산적으로 일을 하게 된다는 게 심플렉스인터넷 측의 설명이다.
이 회사의 주부사원인 김지현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장은 "'레저휴가'를 통해 맞벌이 부부이자 주부로서의 여유를 되찾아가고 있다"며 "금·토·일 3일간 쉴 수 있는 데다 휴가비용까지 지급되니까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덜하고 한달간 쌓인 피로도 해소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이재석 심플렉스인터넷 대표는 750명의 직원들에게 창의적인 사고와 활동을 하게 하려면, 이를 방해하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휴식이 제공돼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이것이 실현될 때 회사의 경쟁력 또한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식산업화 시대가 되면서 사람들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휴식과 재충전이 필요하다"며 "'레저휴가' 도입 초기에는 주변의 우려도 많았지만 기본적으로 조직 구성원들의 삶의 질이 높아져야 업무 효율성도 높아진다고 생각해 시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