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사람은 일생동안 약 50톤이나 되는 물을 마신다. 현대인의 90%가 수분 부족에 시달리는 가운데 몸에 좋은 물에 대한 갈망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소비자들은 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심지어 수돗물과 정수기물, 생수의 차이도 잘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다.

<동의보감> 논수품(論水品)에는 '사람에 따라 살찌고 마른 것, 수명의 길고 짧음은 마시는 물에 그 원인이 있다'고 기록돼 있다. 마시는 물을 잘 고르는 것이야말로 건강유지의 필수요소라는 뜻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 다양한 물의 종류와 특성을 살펴보고 몸에 좋은 물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눈을 키워보자.

 

생수 vs 수돗물 vs 정수기물, 뭐가 좋을까
◆'먹는 샘물' 생수, 수원지 따라 구분

생수는 '먹는 샘물'이다. 편의점·슈퍼마켓·구멍가게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다. 1994년 이전만 해도 생수는 국내에서 판매가 금지됐다. 하지만 1994년 헌법재판소가 이 규정에 대해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판결을 내림에 따라 '먹는 샘물 관리법'이 제정돼 생수 판매가 공식적으로 허용됐다.

이후 국내 생수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시장규모는 2012년 기준 약 7000억원에 달하며 현재 70여개 업체가 100여개 브랜드 제품을 제조·판매 중이다.

생수는 수원지에 따라 구분된다. 이를 섬과 내륙, 그리고 산으로 나눠보면 크게 3가지 브랜드를 꼽을 수 있다. '삼다수'(제주도), '아이시스'(충북 청원), '백산수'(백두산)가 바로 그것.

우선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에서 생산하는 '삼다수'의 수원지는 대표적인 청정지역으로 꼽히는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다. 1998년 3월 출시된 삼다수는 16년 연속 시장점유율 1위, 고객만족도 1위, 브랜드파워 1위 등을 기록하며 국내 페트병 생수시장을 접수했다. 청정지역인 제주도 한라산의 화산 암반수라는 브랜드 가치와 수질의 우수성이 인기요인이다.

롯데칠성음료의 대표 생수브랜드 '아이시스8.0'은 충청북도 청원군 소재 암반대수층의 천연광천수로 만들었다. '8.0'은 평균 pH(용액의 산성도를 가늠하는 척도)가 8.0인 약알칼리성 물이란 의미다.

농심이 생산하고 판매하는 백두산 '백산수'는 해발 670m의 내두천이 수원지다. 원시림 보호구역으로 청정지역이다. 이곳은 유럽의 알프스, 러시아의 코카서스와 함께 세계적인 수원지로 꼽힌다.

한편 국내 생수에는 '먹는물 관리법'에 의해 병뚜껑에 '먹는물 환경부담금' 마크가 있다. 단, 롯데칠성의 '에비앙'(프랑스)과 같은 수입생수는 먹는물 필증 마크가 없다.

 

영등포 아리수정수센터 /사진제공=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영등포 아리수정수센터 /사진제공=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안전하고 깨끗한 물' 표방한 정수기물

정수기물은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탄생한 물이다. 더러워진 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기계 '정수기'가 국내에 처음 보급된 것은 1980년대부터다. 보급초기만 해도 정수기는 사치품에 불과했다. 하지만 80년대 후반 '수돗물이 중금속에 오염됐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지며 정수기의 위상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뒤 정수기는 대표적 '웰빙 가전'으로 분류되며 지금까지 인기를 이어오고 있다.

우리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온 정수기는 이제 가족건강과 직결되는 제품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올바른 정수기 선택과 구입의 포인트를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수기 선택 시 유의사항을 살펴보자. 먼저 검사필증 '물' 마크를 확인해야 한다. 물 마크는 한국정수기협동조합이 환경부의 승인 하에 구조 및 재질 유효정수량, 정수성능 등을 엄격하고 철저한 기준으로 시험해 부여하는 것으로 정부에서 공인하는 유일한 품질보증마크다.

또한 사용하고자 하는 정수방식과 여과성능에 따라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대표적인 정수방식은 '역삼투압방식'과 '중공사막방식'이다. 역삼투압방식은 식물이 물을 흡수하는 삼투압을 응용한 방식으로 머리카락 굵기의 100만분의 1정도까지 정수해 유기 및 무기오염물질·세균·바이러스·중금속을 포함한 이온성 물질까지 걸러낸다. 국내 정수기의 대부분이 이 방식을 사용한다.

중공사막방식은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실 형태의 구조를 가진 필터로 여과하는 것이다. 인공신장 혈액투석기용으로 처음 사용됐다. 이 방식은 0.1~0.01미크론의 기공으로 자연 상수압을 이용해 정수한다.

정수기물은 역삼투압방식으로 정수를 함에 따라 물에 포함된 미네랄 성분을 없앤다는 지적도 있다. 정수과정 속에서 몸에 유익한 성분까지 파괴된다는 것이다. 미네랄 양만으로 본다면 생수가 가장 많고, 뒤를 이어 아리수(수돗물), 정수기물 순이다.

 

◆수돗물 '아리수', 안전하다고 하는데…

'아리수'는 서울시의 수돗물이다. 크다는 의미의 한국어 '아리'와 한자 '수'(水)를 결합한 아리수는 고구려 때 한강을 부르던 말이다.

서울시는 "아리수는 안전하고 깨끗한 물"이라고 강조한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아리수는 WHO(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163개 항목에 대해 철저한 수질검사를 거쳐 생산하는 건강한 물"이라며 "아리수의 잔류염소는 각종 유해한 세균(식중독균·콜레라 등 수인성질병원)을 살균하고 수돗물 공급과정에서 세균번식을 방지하는 작용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리수는 미국 육해공군 분석기관인 STL과 캘리포니아 주정부 수질 분석전문기관으로부터 먹는물 적합 판정을 받으며 품질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수돗물(아리수)에 대한 일반인들의 거부반응은 여전하다. 지난달 19일 환경부가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월드리서치에 의뢰, 전국 20세 이상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발표한 '2013년 수돗물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사람은 11.7%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수돗물을 직접 마시길 꺼리는 것일까. 수돗물을 식수로 마시지 않는 이유로는 '물탱크나 낡은 수도관에 문제가 있을 것 같아서'(37.8%)가 가장 많았다. 이어 '이물질 및 냄새 때문에'(23.1%), '상수원이 깨끗하지 않을 것 같아서'(21.9%) 등이 뒤를 이었다.

이와 관련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2018년까지 노후 상수도관 476㎞를 전량 신형으로 교체하고 오는 7월부터는 일반건물에 설치된 소형물탱크 4855개에 대해 청소를 의무화하는 등 물탱크 위생관리도 강화할 방침"이라며 "이와 함께 되도록 낡은 물탱크를 거치지 않고 물을 공급하는 '직결급수사업'도 진행해 막연한 시민들의 걱정을 해소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