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기간(considerable time) 초저금리 유지'. 전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이 집중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FRB)의 9월 FOMC(공개시장위원회) 성명서 문구다.

연준이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FOMC 성명서에서 '상당기간'이라는 문구를 유지함으로써 일단 연준의 조기 금리인상 우려가 사라졌다.

시장 일각에서는 FRB가 이번 성명에서 '상당기간'이라는 문구를 없애 확실한 금리인상 신호를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시장의 이 같은 우려와는 달리 연준은 양적완화를 종료한 후에도 상당기간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연준이 이날 공개한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치는 상향조정됐다. 재닛 옐런 FRB 의장은 FOMC 회의 후 가진 회견에서 "'상당기간'은 매우 조건부적이고 미국 경제평가와 연계돼 있는 표현"이라며 이 문구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월가는 연준이 비둘기파(온건파)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점도표 등을 통해 일부 매파적 시각도 나타낸 것으로 평가했다. 월가는 또 장기적으로 금리가 인상될 것이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시기에 연연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전망을 토대로 투자에 나설 것을 조언했다.

 

◆ '상당기간' 의미는?… 경제지표에 달렸다

연준은 지난 17일 FOMC 정례회의에서 0~0.2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100억달러 규모의 추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FRB의 자산매입 규모는 당초 월간 850억달러였지만 지난해 12월 5년 만에 첫 테이퍼링을 실시한 이후 이날 회의에 이르기까지 일곱차례에 걸쳐 월간 100억달러 규모의 테이퍼링을 실시했다. 이제 남은 양적완화 규모는 월간 150억달러인데, 연준은 10월 FOMC에서 150억달러 규모의 테이퍼링을 통해 양적완화를 종료할 예정이다.


 

[특파원 리포트] 미국 경제와 '상당기간'

제로금리와 함께 FRB의 양대 경기부양책으로 꼽히는 양적완화의 종료시기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투자자의 관심은 온통 금리정책에 쏠렸지만 FRB는 이날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FRB는 성명에서 이전처럼 "자산매입 프로그램이 끝나도 현 금리수준은 상당기간 유지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당기간은 지난 3월에 한차례 논란이 일었던 표현이다. 옐런 의장이 3월 연준 의장으로 첫 FOMC를 주재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상당기간은 6개월을 의미할 수 있다고 언급해 조기 금리인상 전망에 불을 지핀 바 있다.

그러나 옐런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상당기간은 매우 조건부적이고 미국 경제평가와 연계돼 있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상당기간이 일정과 관련된 표현으로 들릴 수 있지만 이는 특정한 시기에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약속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또 "금리인상 시기는 경제지표에 달려 있다"며 "FRB의 금리인상과 관련해 특정시기를 한정짓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연준이 금리정책과 관련해 기존 방침을 유지한 것은 미국 경제회복세가 기대만큼 강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연준이 이날 새로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는 이전보다 낮아졌다. FRB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각각 2~2.2%, 2.6~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6월의 전망치인 올해 2.1~2.3%, 내년 3.0~3.2%보다 소폭 낮아진 것이다. 또 2016년과 2017년의 성장률이 각각 2.6~2.9%, 2.3~2.5%로 다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역시 지난 6월의 전망치인 2016년 3.0~3.2%, 2017년 2.5~3.0%보다 떨어진 것이다.

옐런 의장은 "FOMC 위원들의 경제전망이 크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성명서에 '상당기간'이란 선제적 안내(포워드 가이던스) 문구를 유지한 데 대해 위원들이 안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준은 선제적 안내에 대해 유연성을 갖고 있다"며 "만약 경제 진전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이뤄질 경우 기준금리 인상시기도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월가 "금리인상 시기 연연 말라"

연준의 성명서와 옐런 의장의 회견 내용을 유추해 볼 때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케이트 워네 에드워드 존스 투자전략가는 "기본적으로 연준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며 "연준은 경제상황이 현저하게 개선돼 안정감을 느낄 때만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에 기준금리 인상이 일단 시작되면 그 속도는 당초 예상보다 더 빨라질 전망이다. 연준이 지난 17일 공개한 점도표에 따르면 FRB 위원 17명 가운데 14명이 내년을 유력한 기준금리 인상시기로 예상했다. 위원들은 또 기준금리가 내년 말 1.25∼1.50%, 2016년 말엔 2.75∼3.0%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의 점도표는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을 점으로 나타낸 표다.

지난 6월 조사 때는 기준금리가 내년과 이듬해 말에 각각 1.25%, 2.5%에 수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연준 위원들은 오는 2017년 말에는 기준금리가 3.75%로 정상수준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월가에서는 장기적으로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금리인상 시기에 연연하지 말라는 조언이 나왔다. 제임스 리우 JP모건펀드 글로벌 시장전략가는 "연준의 문구에 우려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며 "시장은 장기적으로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자자들은 연준의 금리인상이 5월 또는 6월에 시작될지에 대해 우려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전망을 토대로 포지션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잭 카프리 JP모건 프라이빗뱅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연준이 오랫동안 지속했던 경기부양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미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는 기업들의 실적증가세가 상당기간 지속된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돼야 하며 주가상승세도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