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이 직간접적으로 금융권 인사에 개입해 비난여론이 조성된 만큼 이번에는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발탁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여전히 금융권 인사에는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해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금융권의 CEO 인사는 KB금융지주 회장 선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레이스가 펼쳐진다. 지난 22일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윤종규 KB금융 부사장을 회장 내정자로 선임한 가운데 향후 KB국민은행장과 씨티은행장 인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이후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임기가 끝나는 우리은행장, 신한은행장, 하나은행장 등의 후임 및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주택금융공사, 서울보증보험 사장을 비롯해 은행연합회장, 생명보험협회장 등 주요 공기업 및 금융단체 CEO도 공석 또는 임기만료 등으로 인선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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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회장 후보는 내정… 하나·외환 통합행장 관심
금융권 최고 관심사는 단연 차기 KB금융 회장이었다. 그동안 숱한 CEO 리스크에 시달린 터라 내부출신이 선임돼야 한다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KB금융 회추위도 이러한 주변의 시선을 인식한 듯 포스트 KB금융 회장으로 윤종규 전 부사장을 내정자로 최종 선택했다.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과 치열한 접전으로 2차 투표까지 이어졌지만 결국 회추위의 추대를 받아 최종 발탁된 것. 이에 따라 그는 11월21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정식 선임된다.
윤 내정자는 1995년 경남 나주출신으로 광주상고와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삼일회계법인 부대표였던 그는 2002년 (고)김정태 국민은행장의 추천으로 국민은행에 첫 발을 들였다. 이후 국민은행 개인금융그룹 부행장, KB금융지주 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국민은행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특히 노조를 비롯해 내부의 신임이 두터운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내년 초 통합을 앞두고 있는 하나-외환은행은 통합은행장이 선출될 전망이다. 김종준 행장은 하나-외환은행 통합을 전제로 사퇴의사를 밝힌 데다 이미 금융당국의 중징계로 연임이 불가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초대 회장에 오를지, 새로운 내·외부 인사가 발탁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민영화 작업에 나선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 행장의 임기는 올해 12월까지다. 다만 정부의 효율적인 민영화를 위해 새 인물이 발탁될 가능성도 솔솔 제기된다. 후보로는 이동건 우리은행 수석부행장이 거론된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서진원 신한은행장도 연임이 유력시된다. 신한은행을 무난히 이끌어온 만큼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이 재신임 과정에서 높은 점수를 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장과 신한은행장은 큰 변수만 없으면 연임될 것으로 점쳐진다"며 "특히 서진원 행장은 이사회와 지주사 등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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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보증보험 사장 후임 자리도 치열한 경쟁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지난 10일 마감한 후보자 명단에 무려 19명의 유력인사가 지원한 것.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KB금융 회장 후보직에서 사퇴한 김옥찬 전 KB국민은행 부행장이다.
일각에선 서울보증보험 사장 자리에 사실상 낙점을 받아 KB금융 회장 후보를 고사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김희태 전 우리아비바생명 사장이 다크호스로 떠올라 속단하긴 이르다.
주택금융공사 사장 인선작업도 본궤도에 올랐다. 같은날 사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모집공고를 낸 주택금융공사는 지난 1월 서종대 전 사장이 물러난 후 지금까지 줄곧 김재천 부사장이 사장 대행을 맡아왔다. 무려 9개월 동안이나 사장자리가 공석으로 남았던 셈이다. 하마평에 오른 인물은 사장 직무대행으로 일해온 한국은행 출신 김재천 부사장과 최순웅 하나캐피탈 사장, 이윤희 전 IBK캐피탈 대표 등이다.
그동안 관료출신들이 즐비했던 금융단체장에도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관료출신 대신 민간출신 인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것. 그동안 금융단체장은 관료출신들의 밥그릇으로 불렸던 곳이다.
오는 11월 임기가 만료되는 박병원 은행연합회장 후임으론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과 이종휘 전 미소금융재단 이사장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내부에서는 조 전 행장이 유력후보로 떠올랐다.
김규복 생명보험협회장 후임 인선작업도 관심을 끈다. 김 회장의 임기는 올해 12월까지다. 일각에선 연임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하지만 정부 관료 출신인 만큼 교체설이 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 회장은 재정경제부에서 기획관리실장 등을 지냈다. 이수창 전 삼성생명 사장과 고영선 교보생명 부회장이 하마평에 올랐다.
이 같은 민간의 약진에 대해 금융권에선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내비친다. 실력과 리더십을 인정받은 인사가 선임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목소리와 정부 및 정치권에 어느정도 할 말은 할 수 있는 인물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공존하는 것.
금융권 관계자는 "낙하산이든 민간이든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조직을 위해 일할 수 있는 CEO를 찾는 게 시급하다"며 "혹여라도 제2의 KB사태가 발생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