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대배치 후 19일 만에 식물인간이 돼 돌아온 구상훈 이등병의 구타 의혹 사건을 다룬 ‘식물인간 이등병-사실대로 말해줘’가 지난 11일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 방영됐다. 방송에서는 군사법원의 문제를 지적하며 타이완의 사례를 들었다.

구상훈 이병은 부대 배치 후 19일 만에 쓰러져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가 최근 의식을 회복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어눌한 말투지만 정확하게 기억하는 듯 사건 정황과 장소를 떠올렸다.


그에 따르면 지난 2012년 2월 식당 도우미를 마친 그는 7명의 선임들이 가담한 기합 자리에서 3명이 휘두른 각목에 머리를 맞고 실신했다. 그는 당시 선임들의 이름을 이야기하며 지목하기도 했다.

구 이병 가족들은 뒤통수에서 발견된 상처 흔적을 군 헌병대에 제시하면서 구타 의혹을 제기했지만 군은 당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군의관도 ‘욕창’이라는 설명과 함께 단순 뇌출혈로 처리했다.

이에 방송은 군사법원의 허술한 실태를 고발하며 타이완의 사례를 소개했다.


매년 500명가량의 병사들이 의문사로 죽었던 타이완에는 우리나라처럼 군사법원이 있었다. 타이완의 군사법원도 군대 내에서의 사건들을 한국처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그런데 한 피해자의 어머니가 군 인권운동을 전개해 진실을 규명하고 군사법원을 폐지시킨 일이 있었다.

지난 1995년 아들을 군에서 잃은 천비어(52)씨는 타이완에서 ‘황마마’(황씨 성을 가진 아이의 엄마)로 통한다. 그의 아들은 입대 후 해안가에서 머리에 10cm가 넘는 못이 박혀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 의문스런 죽음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천씨는 ‘군중인권촉진회’라는 인권단체까지 만들어 고군분투했다. 결국 타이완은 지난 1월에 군사법원을 폐지했다. 이후 군은 현안이 생기면 천씨가 주도하는 모임의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한다고 알려졌다.

천씨는 “아들의 죽음을 계기로 군내 사망사고의 진실을 규명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았고, 군내 인권 개선을 위해 싸움을 시작하게 됐다”며 “아직도 군인들이 사망사고를 은폐하려는 경향이 남아 있어 적극적으로 자료 공개 등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 출신 최강욱 변호사(46)는 타이완군 소장으로부터 “강군이 되기 위해서는 인권보장이 요체다. 그걸 못해서 장개석이 모택동에게 패배했다. 황마마의 사례는 우리에게 소중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